주기도문의 둘째 간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기도이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마 3:2)고 외치신 예수님의 전도의 초점은 하나님 나라였고 전도의 목적도 하나님 나라 건설이었다. 유대인들은 기도문에 대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언급하지 않는 기도는 기도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주기도문의 둘째 기원은 가장 짧지만 중심적이고 포괄적인 기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태복음에 덧붙여진 송영에서도 하나님에 관한 세 가지 기원 중 ‘나라’만은 다시 한 번 결론에서 언급된다. 참되게 헌신하는 영혼은 ‘나라이 임하옵시며’(Adveniat regnumtuum)라는 이 간구에 진심으로 참여해야 한다.
1.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나라’라고 하였을 때 그 말의 뜻은 무엇인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 세계에서의 나라 관념과는 다르다. 즉 거기에는 지상의 나라처럼 경역(境域, 경계가 되는 구역)적인 개념이 없는 하나님의 주권 또는 통치를 뜻한다.
2. ‘하나님 나라’는 누구의 나라를 가리키고 있는가?
분명히 그것은 성부 하나님의 나라이지만,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와 별개의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성경에 ‘살아계신 하나님의 교회요 진리의 기둥과 터이니라’(딤전 3:15)는 말씀과 같이 ‘그리스도의 말씀’(골 3:16)이 하나님의 말씀과 구별되지 않은 것처럼 아버지의 나라도 그리스도의 나라와 다를 바 없다.
3. ‘하나님의 나라’의 성격과 특징은 무엇인가?
하나님 나라의 성격과 특징에 대하여 성경은 여러 가지로 묘사하고 있다.
1) 천지를 창조하시기 전에 있었던 나라이다.
2) 개념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장소적으로 존재하는 나라이다.
3) 이 나라는 내적, 영적, 도덕적으로 완전한 실현이 가능한 나라이다.
4) 영원한 영광의 날이 시작되는 그 날에 임하는 나라이다.
5) 이 나라의 왕은 그리스도이시다.
6) 이 나라는 죄가 없는 거룩한 나라이다.
7) 이 나라의 확장은 무한정한 나라이다.
8) 이 나라의 광채는 영원한 나라이다.
9) 하나님께서 절대 권능과 통치권으로 영광을 나타내시는 나라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가 임재하셔서 지배하시는 곳이다. 그리고 천국의 국민은 모든 성도와 천군 천사들이다. 하나님 나라의 주권은 보좌에 앉으신 그리스도에게 있다.
4. ‘하나님의 나라’와 ‘하늘나라’라는 칭호는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
‘하나님의 나라’ 또는 ‘하늘나라’는 예수님의 중심적인 메시지였고 주기도문의 중심적인 기원이며, 예수님의 메시지의 중심인 만큼 공관복음의 중심 사상이기도 하다. 구약 히브리어 성경에 기록된 샤마임 말쿠트는 신약 헬라어 성경의 ‘하나님의 나라’(η βαοιεία τον θεου)나 ‘하늘나라’(η βασιλεια τὥν ουρανων)와 의미상 다른 점이 없다. 왜냐하면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복음서를 쓴 마태는 유대인들이 ‘하나님’이란 호칭을 쓰기를 꺼려했으므로 ‘하늘’이란 말을 썼기 때문이다. 공관복음서에서 마가, 누가, 요한은 주로 이방인들을 포함하여 썼기 때문에 ‘하나님의 나라’로 쓰는 것에 대해 자유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5.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인 의미와 미래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먼저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 도래를 선포하신 후 그의 공생에 사역에서 제자들을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파송하시고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케 하였다. 또 한편 대적자인 사단의 세력을 말씀으로 물리치시므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셨는데 마지막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은 이 사단에 대한 결정적인 승리를 의미한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적인 하나님의 나라는 그의 지상 사역과 십자가 및 부활 사건을 통해서 이루어진 역사적인 것이다.
다음으로 하나님의 나라의 미래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3장 2절에서 공생애 제 일성으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고 하셨다. 이 말씀은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미래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미래적인 하나님의 나라 발전과 확장을 위해서 제자들에게 마태복음 28장 19~20절에서 최후의 지상명령(The Great Commission)으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하셨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에 약속하신 성령의 권능을 받아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그의 일을 계승할 교회에 주신 선교의 대과제이다. 그러므로 미래적인 하나님의 나라는 그의 재림으로 이루어지는 종말론적인 것이다.
6.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잘못된 오해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1) 하나님의 나라를 철저하게 세상적으로 해석하고 세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현대의 세속적 그리스도인들은 교회를 다니면서도 세상적인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가치관이나 관심사 등은 철저하게 세속적이다. 성경은 디모데후서 4장 10절 ‘데마는 이 세상을 사랑하며 나를 버리고 데살로니가로 갔고…’라고 기록한다. 여기에 데마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 영원한 나라를 기대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세속적이고 세상적인 행복을 추구한 사람이다. 그는 하나님의 나라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와 같은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이루시는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의 주권자는 자기 자신일 수 있고, 예수님이 아니고 돈일 수도 있다. 우리가 ‘나라이 임하옵시며’라고 주기도를 드릴 때는 자아, 돈, 명예, 세상 향락이 나의 주인이 될 수가 없다.
2) 하나님의 나라를 지상 천국으로 해석하는 극단주의자들이 있다. 그들은 교회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이 사회를 새롭게 하기 위한 혁명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해방 신학을 주장하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신학은 하나님 나라는 특별히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난한 자, 고통당하는 자, 민중을 해방시키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 스스로가 노력과 행동으로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인간의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나라이 임하옵시며’라고 주기도를 드릴 때마다 하나님의 나라가 하나님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7. ‘하나님의 나라’는 어떻게 완성되는가?
하나님의 나라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아 점진적으로 임한다.
1) 하나님의 나라는 그 나라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나의 구주, 나의 하나님으로 영접한 개인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에게 구원의 수단을 통해서 임하신다는 말이다 (롬 10:9~17). 즉 이것은 하나님의 내적인 나라라 할 수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을 개인의 구주와 하나님으로 영접하고, 하나님의 나라가 심령에 임재하는 믿음을 가진 중생 받은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가 마음에 세워지도록 기도해야 하며 하나님 나라의 법이 우리 삶 속에서 집행되며 우리 생활로 말미암아 하나님께서 영광과 찬송을 받으시도록 할 때 ‘나라이 임하옵시며’라는 기원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2) 하나님의 나라는 교회를 통해서 확장된다. 중생된 자의 마음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의 머리가 되시는 교회를 통해서, 그의 몸의 지체된 성도들에 의해 선포되므로 온 세계에 확장된다. 하나님께서 지상 교회를 세우신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 나라를 전 세계에 확장하는 데에 있다(마 28:19~20).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롬 10:1)는 말씀처럼 예수님이 통치하는 하나님의 나라가 그 마음에 임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하나님의 나라는 확장되는 것이다. 마음으로 믿어 시작된 하나님의 나라를 입술의 고백을 통해서 확장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선포되고 성령의 권능이 함께 하는 곳에는 사단의 나라가 좁아지며 멸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외적인 하나님의 나라의 영역이 계속 확장될 때 ‘나라이 임하옵시며’라는 기원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3) 하나님의 나라는 그 나라의 왕이시고 주인이 되시는 예수님의 다시 오심(재림)과 함께 완성되는 것이다. 초대교회 성도들의 인사말은 마라나타(Marana-tha)였다(고전 16:22). 이 말은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이다. 사도 요한은 계시록 22장 20절에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라고 고백하며 그의 재림의 날이 오기를 기대했다. 예수님께서는 그 나라를 완성하시기 위하여 그의 구원 받은 성도들과 함께 재림하실 것이다.
하늘의 성도들과 땅에 남아 있던 구원 받은 자들이 그분의 제사장들로서 전능하신 주 하나님과 함께 천 년 동안 다스리게 될 것이다(계 20:6). 요한계시록은 이것이 천년 왕국이 될 것이라 말한다. 천년왕국 시대에는 예수님은 사단으로부터 온 모든 그릇된 것들을 바로 잡으실 것이고, 이 세상을 마침내 하나님의 나라가 되게 해 주시라고 기도한 성도들은 기도의 응답을 보게 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기서 다스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때는 저주와 죽음은 사라질 것이고, 하나님의 나라 안에는 타락 이전에 하나님께서 의도하셨던 에덴동산이 될 것이다.
그 나라는 의와 평강과 영원한 기쁨으로 하나님 나라 백성들이 찬양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라이 임하옵시며’라는 기도를 더 이상 드리지 않아도 된다.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나라를 소망한다. 따라서 주님이 가르쳐 주신 ‘나라이 임하옵시며’라는 기도를 쉬지 않아야 한다.
8. ‘나라이 임하옵시며’라고 기도할 수 있는 자격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가?
그 대답은 간단하다. 땅의 시민권을 하늘의 시민권으로 바꾸는 것이다. 어떻게 할 수 있는가?
1) 회개에 의해서 가능하다. 하나님 나라를 이루지 못한 우리의 잘못과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슬퍼하며 고백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라이 임하옵시며’라는 간구 속에 ‘회개’의 기도가 포함되어야 한다.
2) 그 나라 시민권자로서 합당한 헌신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하나님의 나라가 세워지고 유지되도록 우리의 삶에 성화의 영향(Sanctifying Influence)을 끼치게 할 은혜(Grace)를 열심히 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계명에 우리 자신을 복종 시켜 전적으로 주님의 성령에 의해 지배되며 언제든지 주님의 명령대로 살아야 할 태도가 되어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정해주신 의무를 올바르게 순종하며 수행하여 하나님 나라 천국 시민의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
여기에 ‘나라이 임하옵시며’라고 두 번째 간구를 드리는 기원자의 자세를 잘 요약한 웨스트 민스터 소요리 문답으로 결론을 맺는다. ‘…나라이 임하옵소서라 함은 사단의 나라가 멸망하고 은혜의 나라가 홍왕하여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리로 들어가 항상 있게 하시고, 또 영광의 나라가 속히 임하기를 구하는 것이다.’ 아멘!
김석원 목사
국제기도공동체(GPS, Global Prayer Society) 세계주기도운동연합 설립자 및 대표
CCC 국제본부 신학대학원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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