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두고 간 선물과 메시지 등이 놓여 있다. ©뉴시스

가정사역 단체인 하이패밀리(공동대표 송길원·김향숙)가 26일 ’아동학대예방 부모시스템’을 제안했다. 아래는 그 전문.

‘정인아, 미안해!’ 새해벽두부터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정인이 사건에 가장 많이 달린 댓글이다. 한 네티즌은 자책하며 말했다. ‘세월호 때 미안하다고 했는데 7년 만에 또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네요’. 그리고 약속했다. 우리가 바꿀게!

마냥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 바꾸어야 한다. 분명 법과 아동보호시스템은 재정비되어야 한다. 약속한 대로 제2의 정인이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것으로 충분한가? 신고가 접수되어 신속히 살려낸다 한들 자녀는 이미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되어 있다. 가정 안에서 부모에 의해 은밀히 자행되는 아동학대는 CCTV도, 목격자도, 증거물도 없다. 부모의 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학대당한 자녀 몸에 새겨진 학대흔적만이 유일한 증거물이다. 몸에 새겨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하는가? 그동안 자녀는 지옥에 홀로 방치되어 있다.

진정한 예방은 죽어가는 아이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어 가기 전에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 것이다. 사건 후 수습하는 소극적 예방에서 사건 전 개입하는 적극적 예방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회안전망 복구인 2차 개입에서 가정안전망 회복인 1차 개입으로 나아가야 한다. 1차 개입대상은 아동학대를 최일선에서 막아낼 수 있는 부모들이다. 법이 개입하기 전에 부모에게 먼저 개입해야 한다.

단순히 부모교육정도로는 안된다. ‘나도 모르게’ 혹은 ‘잘 몰라서’ ‘어쩌다’ 가해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전문적이며,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며, 총체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치유, 회복, 교육, 훈련, 상담‘ 부모시스템을 즉각 가동시켜야 한다.

다음은 신체심리학자이자 이모션코칭 전문가인 김향숙 하이패밀리 공동대표가 제안하는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부모시스템과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다.

1단계는 부모치유(Healing)다.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상처투성이 부모는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다. 건드리면 나도 모르게 폭발한다. 폭발대상은 약한 자녀들이다. 자녀가 부모의 화풀이 대상이 되지 않도록 부모의 원가족 화를 풀어준다.

2단계는 부모회복(Recovery)이다.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분노폭발수위도 올라간다. 몸과 마음이 지친 부모들에게 자녀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자식을 돌보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보아야 한다. 숲, 숨, 몸, 춤으로 구성된 특별휴가를 통해 스트레스 수위를 낮춘다.

3단계는 부모교육(Education)이다. 부모자격증 없이 부모가 된 부모들이다. 무지로 인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양육목표, 양육태도, 자녀관, 발달과제 등 교육을 통해 부모역할전문가가 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자녀양육의 기쁨을 회복한다.

4단계는 부모훈련(Training)이다. 분노폭발은 아동학대의 직접적 원인이다. 몸으로 순식간에 폭발하는 분노는 몸으로만 조절할 수 있다. 지식전달이 아닌, 모션(motion)으로 이모션(emotion)을 코칭하는 이모션코칭 4사이클 ‘감정치유, 공감연습, 분노조절, 감정전환’을 통해 분노조절의 대가로 훈련한다.

5단계는 부부상담(Counseling)이다. 부부관계의 좋고 나쁨은 부모의 분노수위를 결정짓는다. 잦은 갈등과 이혼위기 등 결혼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퍼부어진다. 부부관계 리모델링을 통해 오염된 양육환경을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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