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입양가족연대(수석대표 오창화, 이하 연대)가 최근 이른바 ‘정인이 사건’은 입양이 아닌 아동학대가 문제라고 강조하는 호소문을 7일 발표했다.
연대는 “작년 10월 13일 정인이의 죽음 이후 보건복지부 아동보호정책과와 아동학대대응과에서 이미 입양절차와 입양과정 그리고 사후관리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며 “그 결과 입양절차와 입양과정의 문제는 찾을 수 없었고 사후관리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래서 나온 대책이 12월 3일 보건복지부 학대대응과 보도자료로 발표되었다”고 했다.
이들은 “그 내용은 즉각 분리제도 도입을 통해 피해아동의 안전을 확보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업무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아동학대 행위자나 아동의 가족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대책”이라며 “즉 정인이 죽음의 문제는 학대 징후 발견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공적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는 뜻이다. 이미 자료조사 및 실태조사를 통한 대책 마련까지 끝난 상태였다”고 했다.
특히 “2021년 1월 7일 SBS 라디오프로그램 ‘이철희의 정치쇼’에서, 정인이의 죽음을 추적해 보도했던 ‘그것이 알고싶다’의 이동원 PD는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제가 홀트 입장을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홀트 즉 입양기관의 탓을 자꾸 돌리는 것은 조금,’이라며 이어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것은 기관의 문제라고 보기는 좀 어려운 게 사실 법원에서 결정이 되면 친권이 양부, 양모에게 넘어간 상황이거든요.’ 이 말씀은 현 입양법과 제도상 입양절차의 실무를 맡고 있는 입양기관의 문제가 아닌, 사후관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의미”라고 했다.
연대는 “다시 말하면 학대 징후에 대한 공적 시스템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입양은 죄가 없다. 문제는 아동학대”라며 “그런데도 지난 1월 5일 청와대발 문재인 대통령의 ‘입양절차 전반에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씀 한 마디에 일부 언론과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정인이의 안타까운 죽음이 순전히 ‘입양’ 때문이라는 근거 없는 여론몰이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개입양으로 밝게 자라고 있는 초등학생 어린 입양아동은 친구들 카톡방에서 ‘입양부모는 다 나쁘고 입양된 아이는 다 불쌍하다’는 글을 발견하고도 아무 말도 못한다”며 “어렵게 입양을 결심해서 입양을 준비 중인 한 예비입양엄마는 ‘입양을 당장 그만두라’는 친정 엄마의 강권 앞에 어쩔 줄을 모른다. 사실은 입양이 곧 학대인 것 같은 분위기에 스스로도 입양 결정을 다시 고민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오래 전 입양가족이 되어 자녀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입양부모는 매일 쏟아지는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에 스스로 위축되고, 언제 또 관련 기관으로부터 일시 가정방문을 당하고 멀쩡하게 잘 사는 아이들 상태를 점검 받을지 불안해한다”고 했다
이들은 “그러나 무엇보다 부정적인 입양 여론 때문에 피해받는 가장 큰 희생자는 지금 당장 입양이 필요한, 말 못하는 어린아이들”이라며 “입양된 아동이나 입양부모들은 이미 한 가족이 되어 나름대로 열심히 살면 된다. 이런 어려운 시기를 견디면서 오히려 우리 입양가족들은 더 단단해진다. 하루 이틀 겪은 일도 아니다. ‘입양’자 붙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입양가족들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때로는 불법적인 불시방문도 감수해야 했다”고 했다.
연대는 “하지만 자신을 돌봐줄 이가 하나 없는, 세상에 태어난 죄 밖에 없는 어린 아이들은 새로운 가정 안에서 행복할 권리가 있다. 지금 이 아이들이 위태롭다. 정인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다투고 있는 어른들 싸움에 죄 없는 아이들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새로운 가정을 찾아갈 기회조차 박탈 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보건복지부도, ‘그것이 알고싶다’ PD도 입양이 아니라 공적 시스템의 문제라는데 왜 입양을 비난하기 위해 안달인가. 입양이 죽어야 당신들이 사나? 묻고 싶다”며 “사회가 똘똘 뭉쳐 입양을 희생양으로 삼는 동안, 가장 큰 희생자는 입양가족이 아니다. 그래도 숱한 고통을 이겨낸 입양부모들은 금쪽같은 ‘내 새끼들’을 어떻게든 지켜내고 보호하며 살아간다”고 했다.
연대는 “우리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너무 작고 여린, 손잡아 줄 이 하나 없는, 부모가 필요한 아이들이 지금 이 시련을 그 작은 몸으로 견뎌내고 있다”며 “우리는 그 아이들을 지켜내고 보살펴서 새로운 엄마 아빠의 품으로 보내야 한다. 바로 지금 당장, 지체할 이유 없는 우리 공동체의 의무”라고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