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짧은 생 마감한 정인이의 죽음 깊이 애도
죽음 전 세 차례 신고… 부모 입장만 지나치게 고려
국가차원 진상조사 통해 초기개입 문제점 파악을”
아동 권리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최근 정인 양 사건과 관련, “구멍 뚫린 아동보호 체계,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5일 발표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해 10월 아동학대로 생후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한 양천구 입양아동 정인이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입양된 지 271일 만이었고, 아이의 구조신호를 수차례 놓친 다음이었다. 잔혹했던 아동의 죽음을 이제야 선명히 목도하며 온 사회가 분노와 슬픔에 잠겼다. 그러나 우리가 꼭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차례 신고가 있었음에도 아동학대 조사에 있어 증거확보와 정확한 판정이 미흡하여 아동이 사망에 이른 아동학대사건은 이어지고 있다”며 “2013년 울주아동학대사망사건의 경우 학대 징후를 알아차린 주변 어른들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아동이 중심이 아닌 학대 행위자의 입장에서 사건의 위험은 낮게 판단되었다. 경미한 부상, 훈육 차원의 체벌 등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낮은 인식과 조사·사례 판정에 있어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현장조사자의 전문성 부족이 문제였다. 아동을 직접 관찰하지 않고 학대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해 아동의 안전을 모니터링 한 것도 안일한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양천구 입양아동 사망의 경우에도 아동의 죽음 전에 세 차례 신고가 있었다. 자신의 피해를 증언할 수 없는 아이를 두고 아동학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어른들은 학대 행위가 의심되는 부모의 입장만을 지나치게 고려하였다”며 “‘양모가 기관의 개입에 스트레스를 호소해서’, ‘아이가 잘 안겨 있어서’, ‘어딘가에 부딪힐 수 있는 상처라서’, 생사를 가르는 아동학대 조사·사례관리 현장에서 아이를 가정에 돌려보낸 이유”라고 했다.
아울러 “공적 개입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신고를 인지한 입양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소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였다. 아동보호 체계는 또 실패한 것”이라며 “과연 정부와 우리 사회는 아이의 생명을 두고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가? 공포와 고통 속에서 살다 간 아이들 영전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햇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그러면서 “국가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하여 아동학대 초기개입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조사절차를 개선하라. 특히 응급처치가 당장 필요할 만큼의 심각한 아동학대가 아닌 경우에 대한 강화된 초기개입 절차를 마련하라”며 “아동학대에 대한 적극적인 공적 개입이 가능하도록 친권제재조치 등 학대행위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또 △학대로 인한 사망에 있어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라 △2020 아동·청소년 학대방지대책의 시행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라 △신고의무자 및 사법, 법 집행기관 담당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아동학대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을 확대하라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가정 내 체벌을 금지하는 민법 징계권 조항을 조속히 삭제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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