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원 교수(총신대 신대원 역사신학)가 최근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홈페이지에 ‘2020년 마지막 주일예배를 마치고…’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서 교수는 “올핸 성도들이 참으로 힘든 한해”라고 했다.
이어 “신자이든 불신자이든 모두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성도에게는 가중치가 더 있다”며 “똑같이 168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 적어도 십의 일은 주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진다. 공적인 시간이나 사적인 시간이나 언제나 천지에 충만히 계신 전능자와 동행하는 자이다. 그런데 주일이면 어김없이 예배당을 향하던 발길이 멈춰 섰다”고 덧붙였다.
또 “불신자라면 이것 때문에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성도의 교제와 나눔이 없어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그러나 성도에게는 이것이 큰 아픔이요 눈물”이라며 “포로로 잡혀간 다니엘이 예루살렘을 향하여 창문을 열어놓고 하루에 세 번씩 기도하던 심정이 충분히 공감이 된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 성전을 향한 발걸음, 성도들과 함께 힘차고 우렁차게 찬미하던 일, 주님의 떡과 잔을 먹고 마시며 주님의 임재하심을 강렬히 경험하던 그 모든 예식이 다 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때로 우리 마음을 후벼 파헤치고 심장을 도려내는 불같은 말씀, 늘 위로하고 격려하며 힘을 솟아나게 하는 능력의 말씀을 두 눈과 귀로 청취하던 그 모든 시간들이 꿈같은 일이 되었다”며 “물론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여한다. 그러나 예배당에서 온 성도들이 함께 하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긍정보다 부정적 요소가 더 많이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무엇이 그 모든 것을 앗아갔고, 한 번도 꿈꿔본 적도 없고 경험해본 적도 없는 이런 일이 왜 벌어지고 있는가”라며 “다니엘의 입장에서 보면 그 모든 것은 철저하게 자기 조상들과 자신들의 죄악으로 빚어진 일이었다. 우상 섬김을 멀리하고 주의 계명을 잘 듣고 지켜 행하였더라면 생면부지의 땅에까지 끌려와서 주님의 교회에서 주님의 백성들과 함께 하였던 그 모든 복락을 다 잃어버린 이 참담한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지 반세기가 훌쩍 넘어가고 있는 시간 동안 이렇게 삭막하고 쓸쓸하고 외롭게 성탄절을 맞이한 적이 없었다”며 “목회를 하면서도 한 번도 공 예배가 없이 연말연시를 맞이한 적도 없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한 해 동안 수고했다며 서로 격려하고 특별히 부교역자들과 직원들에게 케이크라도 하나씩 들고 가도록 선물을 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담임목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설교목사로 주일 강단을 지켰다. 교회 내부적으로는 서로 주고받는 일이 있는지는 모른다(아마도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올해 마지막 예배 설교를 하고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교인 중에 자녀 결혼시키고 감사하다는 표현으로 예배에 참여한 20명의 교역자들과 장로 및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떡 두덩이 마저 없었다면 정말 섭섭했을지 모른다”며 “그 흔한 문자 메시지도(성도들도 모르고 나도 모르니), 세금 들어가지도 않는 말 한마디도 나누지 못하고 그냥 발걸음을 돌리며 직원 한분에게 내년에 만나요 하고 헤어졌다. 오는 길에 묵상했다. ‘나는 무익한 종이니이다! 나의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이다!’ 이 말씀을 적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느꼈다. 모욕하고 조롱하고 치욕적으로 발길질하고 쫓아 보내는 것이 없는 것만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했다.
서 교수는 “해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목회 계획을 세우는 일로 묵묵히 기도하며 지내는 시간이었는데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며 “학교 교수로서의 일도 내년 두 학기를 마무리하면 꼬박 30년을 강의하던 교정도 떠나게 된다. 한국개혁주의 설교연구원도 30주년을 코앞에 두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앞으로의 일들을 주님께서 어떤 방향으로 인도해 주실 지를 놓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진다”며 “ ‘사람들에게 받는 선물이 없어도 주님의 큰 은혜가 있다면 은혜 없는 큰 선물보다 낫다’는 존 번연의 말을 떠올리며 겸허히 기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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