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크리스챤아카데미가 14일 ‘코로나19 시대의 공동체, 그리고 교회’라는 제목으로 제4차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이삼열 명예교수(대화아카데미, 숭실대)와 정미현 교수(연세대)가 나섰다.
이삼열 교수는 “현재 화이자 등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보관·안정성의 문제로 접종이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이 RNA 변형을 유발한다며 ‘맞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미국인의 35%라는 설문도 있었다. 이처럼 백신을 통한 코로나19 퇴치는 아직까지 요원하다”며 “코로나19가 백신으로 퇴치된다고 해도 변종의 출현으로 펜데믹 창궐주기는 점점 짧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학의 힘으로 코로나19를 쉽사리 정복하기란 어렵고 이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코로나19 방역조치로 모순되는 가치관이나 철학이 충돌해 공동체가 분열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첫째, 글로벌리즘(Globalism)과 내셔널리즘(Nationalism)의 충돌이다. 해외유입에 따른 국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 등으로 전 세계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연합하기보다, 민족주의가 발흥하는 사태로 이어진다”며 “외교학자 헨리키신저는 ‘코로나19는 세계화의 작동을 중지시키고 자유질서의 시대는 지나갔으며 과거 성곽도시의 시대로 돌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글로벌리즘이 무시되고 각자도생의 국가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면, 중세 시대처럼 성곽 안에만 갇혀 지내는 시대의 도래를 경고한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둘째, 자유주의와 전체주의에 가까운 권위주의 간의 갈등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억제를 위해 국가의 통제가 강해지고 개인의 자유를 어느 정도 침해하는 부분이 생긴다. 현재 카페 출입, 교회 집회, 결혼식 참여 등이 제한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올해 봄, 쓰레기를 버리거나 식료품을 사러 외출을 한다면,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한다고 했다. 조지오웰의 ‘1984’처럼 ‘빅브라더’에 버금가는 통제 사회가 오고 있다”며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인류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강화하든가, 전체주의적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것,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도 했다. 만일 국가의 통제를 강화한다면,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셋째, 방역 대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문제다. 가게들이 문을 닫고 영업을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장하준은 ‘코로나19 대처를 제대로 못하면 1924년의 세계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적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때문에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문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유럽의 학자들은 코로나19가 일으키는 문명의 변화가 중세시대의 페스트에 비견된다고 했다. 페스트 이후 새로운 문명이 발생한 것처럼, 지금 코로나19 이후 자본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문명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제학자 홍기빈은 말했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자 발생, 공장 폐쇄 등의 경제 위기가 도래했다. 이제까지 얘기했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적 대안을 적용할 수 없다. 생산과 소비, 유통, 고용, 무역 등 전 과정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불필요한 과소비, 투기금융 자본의 횡포를 막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경쟁으로 인한 약육강식의 야만적 자본주의를 인간적 자본주의로 바꾸는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정미현 교수(연세대)는 “민주주의와 종교적 관용이 자유주의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말한다면, 종교개혁을 ‘비관용과 통제’ 등으로 단순화해서 바라본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 맥락을 도외시하고 단적인 부분만 부각시킨 것”이라며 “칼뱅이 마련했던 민주주의의 토대란 바로 츠빙글리에 있다.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은 유아세례로 촉발된 ‘츠빙글리와 재세례파’의 논쟁에 해당한다. 여기서부터 국가교회와 자유주의 교회의 구분이 생겨났다”고 했다.
이어 “츠빙글리는 재세례파와 달리 ‘교회 공동체는 사회 안에서 섬과 같이 고립되어 존재할 수 없으며 교회는 국가와 사회와의 관계성 안에서 상호 연관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왕국은 외연적’이라며 기독교 신앙이 내세주의나 수도원적 영성에 젖어있지 않도록 경계했다”며 “그래서 츠빙글리는 교회가 취리히 도시 정부 안에서 시민 공동체로 자리 잡기를 원했다. 어거스틴이 국가와 교회의 일체를, 재세례파는 국가와 교회가 서로 분리된 형태인 두 왕국론을 주장했다면, 츠빙글리는 교회와 국가가 상호비판적인 관계라고 강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츠빙글리는 ‘그리스도인은 충실하고 훌륭한 시민이며 기독교인의 도시란 기독교 교회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는 사회구조적 죄도 얘기했는데, 스위스의 용병제 문제를 꼬집고 빈곤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종교개혁을 일으켰다”며 “재세례파가 정교 분리의 원칙에서 취리히 도시 정부의 질서를 거부했다면, 츠빙글리는 로마서 13장의 맥락에서 정부의 권위를 인정하되 무조건적 굴종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의 빛 안에서 시민적 저항의식을 통한 상호 견제를 추구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런 맥락 안에서 20세기 신학자 칼 바르트는 독일 나치주의의 국가 권력에 항거했었다. 그가 나치에 항거하면서 내놓은 선언인 바르멘 신조 5항은 ‘교회가 국가의 소유물로 전락할 수 없고 한 기관이 아니며 그릇된 가르침을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칼 바르트는 ‘교회란 정치 강연장이 아니며 굳이 정치적 언사를 덧붙이지 않아도 복음의 내용을 잘 전달한다면 이를 들은 사람들의 실생활에서 정치적인 개혁이 드러나게 돼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헌법 20조 2항은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했다. 순기능은 무분별한 종교의 정치개입을 방지하고 특정 종교의 독점화를 막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기능은 기독교의 체제 순응적인 태도와 내세주의에 빠지게 만들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교회가) 정치를 외면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정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생명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장로교 내부의 대화와 협력이 절실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교파가 이념을 떠나 하나 될 수 있는 논의란 바로 ‘생명’에 있다”며 “에큐메니칼의 ‘본질에는 일치, 표현에는 자유, 매사에는 사랑’이라는 원칙을 확대하고, ‘생명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전제로 대화할 수 있다. 이는 예수께서 고난당하는 이들과 연대하셨던 것처럼, 중심부와 주변부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방향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은사의 다양성도 인정해야 한다. 신학은 남성중심의 지배 신학에서 여성신학으로, 인간 중심에서 생명 중심으로, 지구촌의 상호연관성으로 전환돼야 한다. 특히 여성신학은 신학이 남성지배 이데올로기로 둔갑하지 않도록 지켜보는 파수꾼의 눈이다. 이는 신학이 여성지배 이데올로기로 둔갑하지 않는 노력도 포함된다”며 “또한, 한국청년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논의의 장(場)이 부족한데, 현재 한국교회는 이런 논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갈등 합의란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여 소수의 의견을 정리하기보다 다양한 의사 표현을 만드는 구조 안에서 가능하다“며 “민주주의란 갈등의 음성화가 아니라 법적 제도 안에서 갈등의 자연스런 표출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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