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이 고단하고 우울할 때 어떻게 해야 될까? 내 영혼에게 말을 걸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은혜로우신 하나님을 묵상해야 한다. 기자가 자신의 영혼을 향해 말을 걸며 하나님을 소망하라고 말했지만, 그게 쉽지 않다. 내 속에서 계속 낙심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자의 상황이 답답하고 암담한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6절에서 요단 땅과 헤르몬과 미살 산에서 주님을 묵상했던 것을 기억한다. 이스라엘 북쪽에 위치한 헤르몬 산과 미살 산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요단 강을 통해 사해로 흘러 들어온다. 헬몬 산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해발 2814m). 이스라엘 사람들과 동식물들은 헬몬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살아간다.
저자가 헬몬산을 바라보면서 무엇을 묵상했을까? 헬몬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요단 강을 통해 이스라엘의 모든 곳에 생명을 공급하는 것처럼, 하나님은 내 영혼의 목마름을 충분히 해결해 주실 수 있는 분이심을 묵상했을 것이다.
헤르몬 산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물은 강한 물줄기를 형성하면서 곳곳에 큰 폭포를 만들고 깊은 바다를 형성한다. 하나님의 생수가 자신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를 바랐지만, 헬몬산에서 시작한 큰 물줄기는 오히려 그의 생명을 위협했다고 말한다(7절). 절박한 상황에서 하나님을 찾았지만, 오랜 침묵이 하나님께서 나를 심판하시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우리도 이럴 때가 있지 않은가. 하나님을 찾다가 응답이 없으면, 하나님께 버림받은 감정이 들곤 한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기자는 하나님께 버림받은 감정이 들어도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묵상했다. 이 점이 중요하다. 버림받은 감정이 들 때 주저앉아 낙담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묵상하는 것이다.
뉴스에서 펙트체크(fact check) 하는 것을 방송사별로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을 보았다. 우리도 하나님께 버림받은 감정이 들 때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 하나님이 나를 버리신 것이 맞는지 내 감정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기자는 8절에서 하나님은 낮에는 인자하심을 베풀고 밤에는 찬송을 주시는 분이라고 말한다. 앞 절인 7절에서 기자의 감정과 느낌은 하나님께 버림받은 것 같고 하나님이 내 삶을 심판하는 것처럼 느꼈지만, 내 감정과 상관없이 하나님은 낮에는 사랑으로 인자함을 베풀고 밤에는 찬송을 주시는 분이심을 선포하는 것이다.
8절 후반절에 개역 개정 성경이 “생명의 하나님께 기도하리로다”라고 번역했다. 그런데 여러 성경학자들은 “찬송이 나의 살아계신 하나님께 기도가 되었다”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번역이라고 말한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낮에는 인자를 베풀고 밤에는 찬송을 주셔서, 찬송이 기도가 되게 하셨다는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즐거운 찬송을 주셔서 찬송으로 기도할 수 있게 하셨다는 것이다.
내 삶이 우울하고 하나님께 버림받은 것 같은 감정이 드는 가운데도 내 입술에 찬송이 있는가? 하나님의 선하심을 노래하고 있는가?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고 우리 삶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시는 증거인 것이다.
전도사로 사역할 때 목사안수를 받으려면 결혼해야 되는데 장가를 못 가서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다. 한번은 기도 많이 하시는 권사님을 만난 적이 있는데 “전도사님이 벼랑 끝에 서 있으시네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너무 놀랐다. 얼마 전에 벼랑 끝에 서 있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기도 많이 하는 권사님을 피해 다녔다. 그때 기도실에 들어가 많이 불렀던 찬양이 “나의 가는 길 주님 인도하시니 보이지 않아도 날 위해 일하시네. 주 나의 인도자 항상 함께하시네...” 광야에 길을 내시고 사막에 강을 만드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찬양했다. 어렵고 힘든 시절 골방에서 기도할 때 하나님이 찬양을 주셔서, 그 찬양대로 하나님이 길을 내시고 인도해 주셨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한 자매님 가정에 고난이 찾아온다. 어린 자녀를 두고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젊은 자매가 남편을 떠나보내고 자녀를 홀로 키워야 하는데 얼마나 삶이 막막하고 암담했을까? 자매는 절망적인 상황에 주저앉아 있지 않고, 하나님을 바라본다. 은혜로우신 하나님을 묵상하다가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곡으로 담았다. “내 길을 잘 아시고 내 걸음 아시네. 어둠에서 빛을 내시는 그분을 믿네. 무엇으로 주를 섬길지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는 나를 아시고 길을 여시네. 내 삶은 주의 것. 내 삶은 주의 것 온전한 신뢰를 주께 드리네”. 김명선 찬양사님이 지은 곡이다. 우리가 자주 부르는 “시선”이라는 곡도 지었다. “눈을 들어 하나님을 보기 시작할 때 하나님이 일하기 시작하네....” 그렇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 길을 잘 아시는 그분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분을 묵상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그분을 바라볼 때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일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최철준 목사(지구촌교회 젊은이목장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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