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연중 기획 인터뷰 ‘힘내라! 한국교회’를 진행한다. 열여섯 번째 주인공은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지구촌사랑교회’(예장 통합) 최혁 목사(46)다. 지구촌사랑교회는 25년 된 작은 교회로 현재 성도 20여 명이 출석하고 있다. 이중 중·장년이 10여명 정도고 나머지는 다음세대들이다. 특히 어른 성도의 80% 이상은 현재 30~40대다. 이들은 이 교회가 처음 개척됐을 때 전도됐던 다음세대 학생들이었다. 그들이 현재도 이 교회를 지키고 있는 것.
최 목사는 “중형교회에서 사역했을 때는 교인들과의 친밀도가 적었는데 여기에 와서 교인들과 친밀도가 높다. 그리고 목회자로서 작은 공동체에서 높은 친밀도로 교인들을 케어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목회자가 되기로 한 계기는?
A. 모태신앙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늘 교회에 살다시피 했다. 교회에서 쉽게 접하는 게 찬양이었다. 자연스레 음악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선교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그래서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선교사로서 비전을 품었다. 졸업을 하고 중·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틈틈이 일하다가 30살 때(2004년) 결혼하고 몽골에 선교사로 파송됐다. 당시는 MK(Missionary Kids) 스쿨에서 평신도로 교육선교를 했다. 전공도 음악 교사 출신이니까 그와 관련한 일을 했다. 그런 뒤 2010년도에 신학을 배워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 한국에 돌아와 한일장신대에 입학했다. 이후 중국에 2년 동안 한인교회 전도사로 사역을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한 중형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일했다. 당시 숭의여중에서 기독교 채플 시간 동안 예배인도를 맡기도 했는데, 당시 학교 목사님이 지구촌사랑교회를 소개해주셨다. 그 뒤 청빙을 받아서 2019년 4월 부임했다.
Q. 작은 교회를 사역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A. 중형교회에서 사역했을 때 교인들과의 친밀도가 적었다. 그런데 여기에 와서 교인들과 친밀도가 높다. 목회자로서 작은 공동체는 높은 친밀도를 누리며 목회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Q. 코로나19 시대인데, 목회는 어떻게 하고 있나?
A. 채팅이나 전화 심방으로 매일 하고 있다. 줌(ZOOM)으로도 하고 있다. 성경공부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1주일에 1번 정도다.
Q. 온라인 예배가 어렵지는 않은지?
A. 처음 여기에 올 때 컴퓨터 사양이 매우 낮았다. 그래서 유튜브 방송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이후 지구촌사랑교회 성도들의 헌금으로 온라인 예배를 구축할 수 있었다. 예장 통합 산하 용천노회에서도 3월부터 5월까지, 매달 50만원씩을 지원해줬다. 그래도 방송 시스템 구축 방법을 몰라서 고생을 했다. 조금씩 방법을 터득해서 현재는 온라인 예배를 잘 드리고 있다. 현재 용천노회가 작은 교회를 위해 온라인 방송 세미나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이다.
Q.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작은 교회가 생존할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A. 요새 작은 교회들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상황이 작은 교회가 사역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온라인 예배가 용납할 수 없는 형식이었다. 웹처치는 더욱 말이 안 됐다. 그러나 지금은 교회가 꼭 건물에 예속돼야한다는 개념이 희박하다. 코로나19 시대라는 변화가 작은 교회들에게는 혁신할 수 있는 기회다.
현재 큰 교회든 작은 교회든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타 교회 성도와 일반사람들에게까지 예배의 접촉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작은 교회 목사들도 온라인 예배를 통해서 수천 명, 수만 명에게 자신의 설교를 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직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목회한다면 충분히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낼 수 있다. 결국 목회자의 마음에 달린 문제다. 작은 교회 목사들의 설교가 온라인을 통해서 가나안 성도들에게도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Q. 작은 교회로서 지금까지 해왔던 교회 사역이 있다면?
A. 우리 교회가 입주하고 있는 상가 지하에 공간이 있다. 그곳을 우리가 쓰지 않고, 필리핀 교회에 무료로 임대해주고 있다. 내가 이 교회에 부임하기 전부터 있던 교회였다. 물론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 우리도 작은 교회다. 하지만 지구촌사랑교회라는 이름처럼 작은 교회가 작은 교회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Q.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사역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용산구에 독거노인이 많다. 올초, 자살예방강사 자격을 취득했다. 독거노인들을 위한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준비했었다. 국내에 있는 이주민들에게도 관심을 가지는 사역도 계획했다. 외국인가정의 자녀들을 케어하는 단체를 이미 만들었다. 다만 코로나19가 터져 사역 계획은 잠시 정지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사역을 재개할 계획이 있다.
Q. 사역하면서 붙들고 있는 말씀이 있다면?
A. 요한복음 3정 16절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영혼에 대한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하나님이신 독생자 예수님을 내어주신 그 사랑을, 나도 전하며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목회하고 싶다.
Q. 지구촌사랑교회 교인들은 어떤 분들인가?
A. 감사하게도 우리교회 교인들의 성품이 좋다. 지구촌사랑교회에 있으면서 좋은 분들을 만나게 해주신 게 감사하다. 교인들이 총 20여 명인데 70대 한 분, 50대 한 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30~40대들이다. 이들은 이 교회가 세워진 초창기 때, 전도된 다음세대들이었다. 당시 중·고등부 학생들이었던 것이다. 그 때 예수를 처음 믿고 이 교회를 지금까지 지켜왔다.
실은 작은 교회를 계속 지킨다는 게 쉽지 않다. 누구나 큰 교회 가서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성도들은 교회에 대한 사랑과 지켜야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 처음부터 예수를 믿었을 때 다녔던 첫 교회라서 그런지,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배우지 않았다. 오로지 말씀으로 순수하게 양육을 받았다. 교인들이 교회를 생각하는 면이 남다르다. 코로나19라는 공백도 걱정 없다. 이들은 교회를 믿음의 고향이자 시작처럼 생각하고 있다. 절대 교회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원로목사님도 당시 중고등부 학생들을 자식처럼 껴안으시면서 목회하셨다고 한다. 당시 중·고등부 학생들이 이 교회에 정을 붙이고 그러다가 서로 결혼도 하고 아이를 출산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Q. 작은 교회에서 처음 청빙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있지 않았나?
A. 이 교회 원로 목사님이 은퇴할 시점에 적임자가 없었다. 왜냐하면 보통 목회자들이 작은 교회에서 목회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조건보다 하나님이 지구촌사랑교회로 부르셨다는 인도하심을 믿었다. 그 믿음으로 교회를 섬기겠다는 결심을 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조건이 안 좋아도 간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어쩌면 내가 가고 싶은 곳보다 나를 원하는 곳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크다. 그런 생각으로 나간다면 하나님의 은혜는 더욱 크다.
현재 중학생, 초등학생 등 자녀 3명이 있는데, 내가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로는 생활이 빠듯해서 아내도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이 채워주신다는 믿음이 있다. 특히 몽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을 때, 하나님의 채워주심을 많이 경험했다. 지금까지 어려워도 사역을 계속 이어갈 수 있던 원동력은 바로 선교지에서의 경험이다.
Q. 최혁 목사님에게 복음이란?
A. 복된 소식이다. 복음을 듣는 사람이 기뻐해야 한다. 성도들이 기뻐해야 한다. 교회에 오는 사람들이 교회라는 조직이 삶에 부담이 아니라 활력을 주는 곳이 돼야 한다. 그런 교회에서 선포되는 말씀이 기쁜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라는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성도들에게 헌신을 요구하면 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향도 있다. 이런 헌신이 믿음일 수 있지만 이런 짐 때문에 힘들어하는 교인도 있을 수 있다. 교회는 세상과 성도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다. 성도들 영혼에 기쁨을 주는 복음이 선포돼야 한다. 세상적 기쁨이 아니라 내면의 기쁨 말이다.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사역의 방향이다.
Q.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A. 현재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나는 청년 때 오로지 선교가 비전이었다. 그 생각만 하면 너무 설레서 잠이 안 왔다. 대학교 졸업연주회에서 1등을 했다. 그럴 수 있던 에너지가 바로 선교였다.
요즘 청년들은 취업이나 결혼도 설렘보다 걱정이라는 부정적 에너지를 갖고 준비하는 것 같다. 그들이 회복해야 하는 건 설렘이다. 설사 꿈을 이루지 못 한다 할지라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 설렘 하나면 충분하다. 계획했던 일이 실패해도 그 설렘으로 준비했던 게 나중에는 자산이 되더라.
청년에게 결혼도 중요하다. 나는 결혼이 하나님나라로 가는 성숙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나님 나라에 갈 때 어색함이 덜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결혼을 통해서 내가 죽는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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