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동성애만 죄가 아니”라며 한국교회가 스스로도 성찰해야 한다고 주문했던 향상교회 김석홍 목사가 이번에는 전광훈 목사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목사는 지난 12일 교회 홈페이지에 ‘전광훈 한국교회의 자화상’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김 목사는 “‘전통은 죽은 자들의 살아있는 신앙이고, 전통주의는 살아있는 자들의 죽은 신앙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5월 말, 칼빈신학교에서 청강하던 조직신학 수업 시간에 예일대학의 펠리칸 교수가 했다는 이 말을 듣게 되었다. 나름 생각하는 바가 있어 수업이 끝나고 남아서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자연스럽게 한국교회를 화제로 삼아 이런 저런 얘기를 이어갔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이어 “무엇이든지 ‘주의’(-ism)라는 말이 뒤에 붙으면 살아있는 것도 죽게 만든다”며 “‘전통’(tradition)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자신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썩어가는 환부를 도려내어 살려내는 날카로운 수술용 칼이라면, ‘전통주의’(traditionalism)는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을 없애려고 맹목적으로 휘두르는 녹슨 칼이 되기 쉬운 것 같다. 이미 무뎌질 대로 무뎌져 티끌을 없애기는커녕 되려 상처만 입히는 일이 잦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 장로교회가 자랑하는 칼빈의 개혁 전통은 개혁주의로 전락해버린 것일까”라며 “개혁주의는 한국교회 안에서 종종 칼빈주의와 혼용되는데, 둘 다 ‘이즘(-ism)’의 녹이 슬어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내는 수술도(手術刀) 인증을 박탈당한 듯하다. 입술 말고 일상의 삶 속에서는 칼빈의 신학과 사상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자칭 칼빈주의자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고신에서 나고 자라 목사가 되었고 목회까지 하면서 심심찮게 칼빈을 들먹이는 나도 그 대세에 한 몫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는 “살아있는 자들의 죽은 신앙이 대세를 이룰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의 분열과 갈등”이라며 “특히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이 분열과 갈등의 근본 원인은 사람의 신념(-ism) 앞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무시당하는 데 있다. 하나님의 말씀은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는 끈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말씀이 무시당할 때 이 끈도 같이 버림받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당신을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고 하셨는데(마16:24), 하나님의 말씀이 무시되는 곳에서는 언제나 이 십자가가 사라져버린다. 자기 부인이 아니라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부인하는 일이 상식이 된다. 소위 편 가르기가 일상화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교회 역사 속에서 이런 일은 늘 있어 왔지만, 가뜩이나 정치적, 이념적으로 우리 사회가 갈등을 겪어 온 최근 10년 간 한국교회 안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날마다 말씀으로 자기 신념을 벼려도 시원찮을 판에 자기 신념으로 말씀을 재단(裁斷)하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심지어 하나님의 말씀도 진영 논리 안으로 끌고 들어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고, 사랑하는 가족과 교우들이, 목회자와 성도들이 하루아침에 서로 손가락질하며 이념의 칼날을 휘두르는 성전(聖戰?) 속으로 내몰리게 되었다”며 “특히 이 성전에 참여한 이들의 신앙이 죽어 있고, 이 죽어있는 신앙이 자신을 성찰하는 분별력을 잃은 채 현실 정치판의 ‘이즘’(-ism)과 결탁하게 되면 거의 재앙 수준의 하나님 나라 몰락 현상이 뒤따른다. 살아있는 신앙인들의 죽은 신앙과 현실 정치판의 대화 능력을 상실한 꽉 막힌 죽은 신념이 입을 맞추면 좋아할 이는 마귀 말고 누가 있겠는가? 그 일이 실제로 지금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안식년으로 잠깐 한국 사회와 교회를 떠나 거리를 두고 지내는 중에 고국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대부분의 교회가 정부의 방역지침을 솔선수범(率先垂範)하면서 잘 지키고 있다. 오해를 받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묵묵히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회가 대부분”이라며 “그런데 최근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재확산 되는 위기가 닥쳤고, 안타깝게도 교회가 주범(主犯)으로 몰려 손가락질 당하고 있다. 코로나로 힘겨워 하는 국민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일부 교회가 앞장서서 공동체의 안전과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바이러스 역할을 하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비참하고 슬픈 현실 한 가운데 전광훈 씨와 사랑제일교회가 있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려는 방역당국과 거의 탈진 상태에 있는 의료진들에게, 학교도 학원도 제대로 못 가고 친구들과 신나게 축구 한 번 제대로 못한 지 오래 된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은가”라고 했다.
그는 “현 정부에 대한 각자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고난을 함께 이겨내기 위해 마음을 모아 온 국민들의 처절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도 유분수지, 테러에 가까운 그 폭력성을 자랑하는 전광훈 씨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며 “오히려 전광훈 목사(?)야 말로 이 시대 마지막 남은 하나님의 선지자인 것처럼 떠받드는 사랑제일교회 교인들과 일부 한국교회 안의 추종자들의 맹목적인 ‘아멘’ 소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는 그들의 모습이 그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북한의 김정은과 그 주변의 박수부대들 같아 보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김 목사는 “전광훈 씨는 거짓 교사이다. ‘하나님도 나한테 까불면 죽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마귀와 거짓 교사밖에 없다(벧후2:12,17, 유19). 이런 막말이 있기도 전인 작년에 열린 우리 교단 69회 총회에서는 이미 전광훈 씨의 이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단대책위원회가 1년 간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결정을 내리는 올해 70회 총회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공식적으로 이단 내지는 이단옹호자로 규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더 풍성히 그 생명을 누리게 하시려는 것이다(요10:10). 목사의 목회의 초점 역시 우선적으로 생명에 맞추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한 목자가 되기보다는 자기의 유익을 위해 양들을 이용하는 삯꾼이 되기 쉽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삯꾼과 같은 목회자를 도둑놈, 강도라고 하시지 않았나? 전광훈 씨는 지금까지 그의 행보를 볼 때 목회자가 아니라 정치꾼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견해가 무엇이든지 그것은 자유다. 그 견해를 다른 사람과 치열하게 토론할 수 있고, 때로는 다툴 수도 있다”며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펼치기 위해 교회와 교인들을 이용하는 것은 목사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목사를 향해 도둑놈, 강도, 삯꾼이라고 질타하실 것이다. 나라를 위해 걱정하고 기도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사명이다. 그러나 이 사명을 전광훈 씨를 따르는 추종자 내지는 동조자가 되어 이루려고 한다면 그것은 하나님 나라 방식이 결코 아님을 기억하고 이제 그만 돌이켜야 할 것이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 문제가 아니다. 음모론도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하나님 나라의 상식(常識)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를 누가 만들어내었나. 바로 우리 한국교회가 만들어내었다”며 “펠리칸 교수가 말한 것처럼 자칭 살아있다고 하는 한국교회의 실상은 죽어있는 신앙이 이들의 모태(母胎)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로 대변되는 무례한 기독교,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사람의 신념의 지배를 받아 ‘이즘(-ism)’으로 전락해 버린 독선적인 기독교, 이웃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잡아서라도 그 신념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폭력적인 기독교는 우리와 구별된 남이 아니라, 바로 일그러진 한국 교회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아집과 교만, 독선, 눈먼 애국주의로 얼룩진 우리 한국교회의 낯 뜨거운 민낯”이라며 “그러므로 그들에게, 다른 사람에게 회개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하나님 앞에 엎드려 회개하며, 각자 자신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크신 자비와 은총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20년 8월 15일 광복절이 복음을 전해야 할 이 땅의 기독교인들이 온 나라에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날로 역사에 기록될까 두렵다”며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런 치욕을 교회가 겪게 하시면서도 당신의 교회를 끝내 포기하지 않으시고 새롭게 세워 가실 것이라 믿는다. 코로나 때문에 신천지 이단이 만 천하에 드러나 심판을 받게 된 것에 감사한다. 역시 코로나 때문에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로 대변되는 살아있는 이들의 죽은 신앙 역시 시간이 좀 걸려도 한국 교회 안에서 개혁되고 갱신될 것이라 기대하며 감사한다”고 했다.
아울러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두려운 사실은 이들이 결국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점”이라며 “부디 한국 교회가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죽은 자들의 살아있는 신앙으로, 아름답게 복음의 능력을 발휘하는 전통으로 전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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