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쿼런틴’(Quarantine)이란 단어가 있다. 일반적으로 검역(檢疫)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차단 혹은 격리(隔離)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가격리를 self quarantine이라고 말한다. 방역이라고 할 때도 이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방역기간도 쿼런틴이라고 한다. 이 영어 단어는 40일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콰란타(Quaranta)에서 왔는데 이 말은 라틴어 Quadraginta에서 유해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어가 라틴어에서 유래했기에 이런 언어의 유사성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검역 혹은 격리를 뜻하는 영어가 40을 뜻하는 이탈리어에서 유래하게 되었을까? 언어의 뒷 여정을 새겨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4세기 유럽을 혼란에 빠뜨린 대역병, 곧 흑사병은 1347년 처음 발견되었는데, 처음 중국에서 발병되어 몽고 인도 페르시아 시리아 이집트로 확산되었고, 곧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치명적인 접촉은 흑해 지방에서 온 10척의 제노바 상선이었다. 이 배가 시실리아의 매시나 항구로 입항했는데 이것이 중요 감염 경로였다. 곧 제노바와 베니치아로 확산되었다. 1348년 봄에는 시실리아와 이탈리아 본토에까지 전파되었다. 그런데 베네치아공화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후부터는 탑선한 선원 전체에게 40일간 배에서 하선하지 못하게 조치했다. 격리기간을 ‘40일’로 정한 것은 예수님이 광야에서 금식하신 기간이 40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40일을 의미하는 콰란타라는 용어가 채용되었고 후일 검역 혹은 격리를 의미하는 영어 쿼런틴이 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2주간 격리 혹은 자기 격리를 권장한 것은 코로나에 감염되었다할지라도 잠복기간이 2주일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지만 당시에는 의학적 판단이 아니었다. 광야 40년, 금식하신 40일 등 40이라는 수를 신비롭게 여긴 것이다. 40일간의 격리 기간 중, 이상이 생기고 발병의 흔적을 보이면 가차 없이 바다에 던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흑사병을 막을 수 없었다. 사람만이 아니라 쥐나 벼룩 등도 감염원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나 문제가 생기면 희생양을 찾는다. 네로는 기독교인들을 지목했지만, 14세기에는 한센병 환자나 유랑 집시들 혹은 유대인을 지목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도 코로나가 확산되자 특정교회를 지목하고 공격을 퍼붓고 있다. 뒤돌아보면 아픈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이상규(백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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