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교회는 코로나19로 인한 공포 확산으로 인해 주일예배와 기독교 존립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정부의 행정명령을 거부하고 예배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이웃 사랑과 생명 존중을 위해 잠시 예배를 중단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상당수의 교인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계 메이저 신문사라 할 수 있는 어떤 신문에 리차드 백스터의 요리문답을 근거로 교회가 어떻게 반응해야 옳은지 기사를 써서 성도들의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기사는 제목부터 “리처드 백스터도 말했다... 특수 상황에 교회 모임 금한다면 따르는 게 의무”라 하여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기사를 읽은 성도들은 상당한 혼란에 빠졌다. 이제까지 주일 성수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 확신하던 성도들도 이 기사를 읽고 몹시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면 이 기사에서 인용한 백스터의 글은 무엇인가? 리차드 백스터 요리문답 109문이다. 109문은 “만약 위정자가 금한다면 주일에 교회 모임을 멈출 수 있습니까?”라고 질문한다. 이에 대한 답으로 기사는 1번과 4번으로 사람들을 유도한다.
1번 대답은 “전염병이나 화재, 전쟁 등의 특별한 이유로 금하는 것과 상시적으로 혹은 불경스럽게 금하는 것은 경우가 다릅니다.”
4번 대답은 “만약 위와 같은 특수 상황에서 위정자가 더 큰 유익을 위해 교회의 모임을 금한다면, 그에 따르는 것이 우리 의무입니다. 우리의 일상적 의무는 더 큰 자연적 의무에 양보해야 합니다. 어느 한 주일이나 하나의 모임을 생략해서 더 많은 모임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이 글만 본다면 백스터는 비대면 예배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백스터가 두 가지 관점을 구별해서 대답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첫 번째는 “전염병이나 화재, 전쟁 등의 특별한 이유로 금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상시적으로 혹은 불경스럽게 금하는 것은 경우”다. 우리가 백스터의 대답을 명확하게 이해하려면 대한민국 행정부의 요구가 과연 “특별한(정당한) 이유로 금하는 것”이라고 볼 것인지, 아니면 “(교회를 박해하기 위해) 불경스럽게 금하는 것”인지 먼저 판단이 서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비대면이 옳다고 판단하는 분들은 전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대면예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는 교회들은 후자의 의도로 본다는 점이다.
기사에도 나와 있지만, 백스터는 4-2항에서 “만일 왕들이 거룩한 모임과 공적인 예배를 고정적으로나 그리스도와 종교를 제거할 목적으로 신성모독적으로 금지한다면, 그들에게 형식적으로 순종하는 것은 합법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행정명령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교회들은 작금의 예배 금지명령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러나 기사의 기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도 언급하지 않는다. 형평성이 없다.
애석하게도 후자의 주장을 지지할 근거는 너무도 많다. 정부는 주로 기독교 모임만 금하고 다른 종교모임에는 유독 관대하다. 확진자를 알리는 안전 안내 문자도 유독 교회가 전염병의 진원지라는 인식을 주려는 의도가 선명하다. 어느 지역은 예배하는 교회를 신고하면 포상을 주겠다는 경악스러운 명령까지 했다가 말을 돌렸다. 더 심각한 사실은 교회에게 이런 엄격한 행정명령을 요구하는 정부가 정작 날마다 이용하고 사람이 결코 1~2m 거리를 둘 수 없는 대중교통, 학원, 카페, 클럽들을 향해서는 침묵하거나 관대하다는 점이다. 반면 다른 어떤 모임보다 철저히 방역하고, 1~2m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일주일에 한두 번 1~2시간 예배하고 흩어지는 교회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로 모임 금지를 요구한다. 이 정도면 백스터의 가르침은 “만일 왕들이 거룩한 모임과 공적인 예배를 고정적으로나 그리스도와 종교를 제거할 목적으로 신성모독적으로 금지한다면, 그들에게 형식적으로 순종하는 것은 합법적이 아니다.”라고 한 부분으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하나만 더 첨언해 보자. 백스터가 소위 위정자가 교회 모임을 금할 수 있다고 한 항목에서 “전염병이나 화재, 전쟁 등의 특별한 이유”라고 한 부분도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 백스터는 분명히 모든 전염병을 특별한(타당한) 이유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감기가 유행할 때마다 적용할 수 없다. 위정자가 만일 전염병이 확산 될 때마다 이런 행정명령을 내린다면 우리는 다 복종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작금의 코로나19는 치사율이 1.7% 정도라고 한다. 이는 과거 사스나 메르스, 조류독감보다 훨씬 덜 위협적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코로나19가 만만한 전염병이라는 뜻은 아니다. 전염성에서는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판단해야 할 점은 온 국민을 공포로 떨고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백스터가 위정자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 전염병은 유럽 인구의 절반을 죽음으로 몰아간 ‘흑사병’ 같은 것을 염두에 둔 것이 틀림없다.
뿐만 아니다. 백스터가 위정자의 행정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한 목록 가운데 ‘전쟁’도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그는 전쟁이 일어난 상태에서는 무조건 예배 금지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이는 전면전을 염두에 둔 표현임에 틀림없다. 만일 전면전이 아닐 경우, 교회는 나라를 위해 모여 예배하며 기도해야 마땅하다. 설교자는 공포와 낙심에 빠진 성도들을 말씀으로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로이드 존스 목사는 독일군이 폭격하는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한 예배를 계속했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이런 상황일수록 교회는 예배를 포기해야 할 것이 아니다. 도리어 나라를 위해, 성도들의 영적 건강을 위해 예배로 모이고 기도해야 할 때다. 기독교를 표방하는 신문사는 작금의 어려운 상황에서 제발 편향적인 글로 사람들을 흔들지 말고 성도들로 하여금 균형잡힌 시각을 갖도록 도울 수 있기 바란다.
김민호 목사(회복의교회)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