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3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담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측은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래통합당 측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반발했다.
이처럼 해당 법안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자 외통위는 이를 안건조정위원회로 넘기기로 했다. 여야는 향후 90일간 소위 ‘대북전단 금지법’ 처리를 두고 추가 논의에 돌입한다.
통일부는 지난달 17일 대북전단을 날리는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었다. 이들의 전단·물품 살포행위가 설립목적과 다르게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 평화에 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맞물려 최근 통일부는 대북인권 관련 단체 25곳에 대한 사무검사를 시행한다. 추가로 비영리 민간단체 64곳에 대한 행정검토(administrative review) 계획도 밝혔다. 때문에 정부가 대북인권 단체 활동에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 인권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휴먼라이츠워치(HRW)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도 3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 정부는 특정 시민사회 단체를 겨냥한 규제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지난달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통일부가 인권과 탈북자 관련 단체를 조사한다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 따라서 통일부가 조사를 당분간 중단하고, 먼저 대화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고 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 관련 법안 추진에 대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조치“라며 “북한 김여정이 구두로 항의한 부분을 마치 북한이 바로 폭격할 것처럼 공포로 과장했다. 이를 전제로 (대북전단 살포가) 국민의 안위를 위협한다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이 위협될 수 있다면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려는 조치는 무리한 입법”이라고 했다.
이어 “대북전단 살포 금지라는 법적 조치보다 다른 대안을 모색하라고 정치와 공론장이 있는 것이다. 협의할 수 있는 사안을 처벌 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무리”라며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지적했듯, 시민단체와의 대화 없이 일방 선포식으로 강행하면서 북한하고만 대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일부가 사무검사 대상인 25개 단체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선정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도 미심쩍다. 비영리단체 64곳에 대해서 행정 조치를 하는 것도 업무방해고 언론 플레이”라며 “북한 인권 단체가 전부가 문제 있는 것처럼 명예를 떨어뜨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통일부 사무검사 대상에 오른 북한정의연대 대표 정베드로 목사는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이 외부 세계에 대해 알 권리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것을 정부가 법으로 통제하는 것은 무리”라며 “살포 자체를 금지하는 대신 전단을 보내는 단체나 개인이 정해진 법규와 법률에 따라서 사전에 신고하는 방식 등의 법제화를 논의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정의연대는 통일부 민간단체 요건에 맞춰서 지금까지 행사와 사업을 진행해 왔었다. 통일부가 원하는 대로 해왔다”며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했던 2개 단체를 계기로 갑자기 이런 일방적 사무검사를 하는 것 자체가 올바르지 않다. 북한인권 단체가 할 일이 있는데 통일부 사무검사에 온통 신경이 가고 있다. 민간단체에 대한 사무검사는 보류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했으면 한다”고 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박범진 이사장(전 제14·15대 국회의원)은 “우리도 통일부가 북한인권 관련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행정조사 대상 64곳 중 하나로 포함됐다. 이는 북한의 눈치를 보고 북한 인권 활동을 하는 단체들을 위축시키기 위한 조치”라며 “통일부에 등록된 시민 단체도 수백 개인데 북한 인권 단체만 그런 사무검사를 하고 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 탈북단체에 대한 표적 검사”라고 했다.
남북하나재단 손광주 전 이사장은 “대북전단 살포를 원천 금지하는 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원칙적으로 금지하지 말고 국가안보를 고려하면서 몰래 날리도록 유도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함께 고려하면서 ‘국가안보’라는 법률적 하위 개념으로 일정정도 제한할 수는 있지만,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원천 차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민복 씨(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는 조용히 대북전단을 날리는데 그렇게 하면 좋다. 그게 국가 안보에 해가되지 않도록 하면서 날리는 방식”이라고 했다.
한국VOM 에릭·현숙 폴리 대표들은 "지난 15년간 순교자의 소리는 늘 남북한 주민의 안전을 고려하여 친환경 소재의 풍선과 헬륨 가스를 사용해왔으며, 남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풍선사역을 진행해왔다. 이는 정부의 법을 지키며 국가의 안전과 종교의 자유를 보여준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때문에 단순히 (대북) 풍선을 금지하는 법안이 아니라 국가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종교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법안을 충분히 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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