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최근 한국 내 북한인권 관련 단체를 겨냥한 한국 정부의 특별 사무검사는 명백한 정치적 탄압(crackdown)이라며 이 같은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고 지난달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 정부는 특정 시민사회 단체를 겨냥한 규제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한 최근의 논쟁이 북한에 인권을 존중하도록 압박하는 다양한 시민사회를 지지하고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16일 북한인권 문제와 탈북민 정착 지원사업을 하는 25개 법인에 대해 ‘사무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통일부에 등록된 북한인권 혹은 탈북민 정착 지원사업을 하는 64개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해 행정검토(administrative review)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통일부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부 단체들이 대북전단 살포를 계속한다면 남북한 간의 관계와 협상에 피해가 될 것이라는 북한의 위협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부인했지만 분명 연관성이 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몇몇 단체들이 북한의 인권 기록과 지도부를 강력히 비판하는 대북 전단을 살포한 후 북한 측이 보복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한국 정부와 일부 운동가들 사이에 긴장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이어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6월 초 한국 측에 대북 전단을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라고 강요하고, 2018년 남북군사합의 파기∙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개성공업지구 완전철거 등을 위협한 데 이어 일방적으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는데, 북한 매체는 이 조치를 대북 전단지 살포에 대한 분노와 직접 결부시켰다”면서 “이후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와 대북 쌀 보내기 운동을 벌인 두 단체에 대한 조사를 단행하고, 이들 두 단체가 ‘정부의 통일 정책을 심각하게 방해한다’며 이들 단체의 법인등록을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특정 단체에 대한 위협조치는 국가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존중을 손상시킨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그와 다른 수 많은 진보 지도자들이 과거 한국에서 쟁취한 민주주의 유산(legacy)에 따라 통일부가 인권에 대한 존중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시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사무검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밝히지 못했고, 어떤 기준에 따라 규제 결정을 내릴 지에 대해 명확히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고 RFA는 전했다.
한편,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지난달 31일 RFA에 한국 정부는 조사를 중단하고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중재 하에 이들 조사대상 단체들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 “한국 통일부가 인권과 탈북자 관련 단체만 조사한다는 데 매우 우려한다. 따라서 통일부가 조사를 당분간 중단하고, 먼저 대화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호 입장을 투명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신임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인도주의 단체와 만나 이들의 활동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인권단체나 탈북자 단체에 대한 조사와는 분명 다른, 형평성에 어긋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한국 정부가 정치적 탄압을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북한인권단체와 탈북자 지원 단체가 이들 단체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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