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목사(남포교회 원로)가 5일 주일예배에서 요한복음 12:20-33을 본문으로 설교했다.
그는 “본문은 예수님이 정복자로 말을 타고 무기를 들고 오는 게 아니라 작은 나귀 새끼를 타고 오시는 모습으로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게 무슨 뜻인가를, 우리의 편견과 기대와 다르다고 자꾸만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방인들은 유월절에 예수님을 만나고 싶어서 예루살렘 성전에 왔다고 했다. 이들은 예수님의 기적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스라엘이 기대하는 구세주에 대한 모습으로 기대를 했었다”며 “그 기대는 당연히 예수님이 하신 기적의 연장선상이다. 죽은 자를 살리고, 문둥병자를 고치고 그런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예수님은 이방인들이 주를 보러왔고 메시아를 기대하러 왔다는 소식을 듣자 ‘내가 영광을 얻을 때가 됐다’고 말하셨다. 메시아를 제대로 보여줄 때가 됐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바로 죽는 것”이라며 “그것도 십자가에서 비참하게 죽는 것이었다. 예수의 죽음은 성경적으로는 예수님의 영광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영광은 그렇게 고통스런 영광이었다”고 했다.
이어 “예수께서 ‘내 마음이 민망하다’는 말씀이 어느 번역본에서는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됐다’고 나왔다. 그렇게 그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메시아는 기적의 연장선에서 봤던 형통, 부요, 해결, 만족 등이다. 하지만 성경은 그런 세상적인 내용과는 다른 결론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영광을 받을 때가 됐다’며 ‘내가 이 일을 생각하면 고통스러워서 죽을 것 같다’고도 하셨다. 그리고 ‘아버지여 이 때를 면하여 주소서’라고 비명을 지르셨다”며 “하지만 예수는 ‘내가 이 일을 위하여 왔다’고 순종하셨다. 하늘에서는 ‘내가 이미 영광스럽게 하였고 영광스럽게 할 것’이라고 답하셨다”고 했다.
박 목사는 “이 모든 일을 이해하는 핵심 비유는 바로 한 알의 밀알 비유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지지 않으면 그대로 있고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나왔다”며 “그래서 죽음을 예수 믿고 나면 부활이 있고 영생이 있다며 천국이 기다린다는 것으로 쉽게 넘긴다. 그러나 죽음은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죽는다는 건 무얼 말하는가? 죽어야 다시 사는 게 있다고 하신다. (그러나) 하나님은 실패, 절망, 죽음을 허락하시면서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 역사를 끌고 왔다”며 “그러지 말고 아담이 죄를 범했을 때 죽이고 다시 새롭게 만들면 되지 않는가? 노아 홍수 때 노아 등을 살리지 말고 다 싹쓸이 하면 되지 않는가? 다시 새롭게 만들면 되지 않는가? 그러지 않고 우리가 부린 고집과 불순종을 그대로 인정한 채로 부활과 영생은 죽음을 통해서 돌파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영생은 죽어서 가는 종말론으로 단순히 얘기할 게 아니다. 현실에서 신앙적으로 잘 못살아서 후회하고 애통해하는 죽음의 권세 아래서 삶을 살아가다 거기서 부활이 꽃 피운다면, 우리의 절망과 비명은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예수님도 죽으러 오셨다면 아기로 오셔서 33년을 사시고 바다 위를 걷고 나사로를 살리시는 일을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바리새인을 꾸중하시고, 율법사들을 욕하고, 베드로는 욕먹고, 가룟 유다라는 배신자가 생기는 일을 겪으면서까지 죽음을 하나의 허락해야 하는 과정으로 쓰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은 우리에게 무얼 보게 하시는가”라며 “그것은 믿기 전의 나, 하나님 없이 살았던 삶을 지워버리는 게 아니다. 그들의 저항과 무지와 반발에다 피우는 꽃이다. 그들을 살리는 게 성경이 말하는 구원이며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하나님은 당신이 만든 인간에게 복을 약속하시고 하나님의 자녀라는 이름을 주셨으며 믿음과 사랑을 요구하는 지위를 부여하셨다. 그래서 자유를 우리에게 주셨다”며 “우리는 자유를 잘못 사용해서 범죄를 저지른다. 그 범죄와 실패를 쓸데없도록 지우시는 게 아니다. 그것조차 소용이 있도록 하신다. 부활하신 예수의 손에 못 자국이 있는 것처럼. 하나님은 이 방법을 고집하고 계신다”고 했다.
이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희망이 있다. 잘못한 것도 쓰신다. 시간은 헛되게 흐르는 게 아니다. 잘한 날만 의미 있고 잘못한 날은 손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없는 게 바로 기독교 신앙”이라며 “로마서 11장 32절에서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순종하지 아니한 가운데 두심은 모든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려 하심이로다’라고 하셨다. 사람의 불순종도 인정하신다는 뜻이다. 고집과 불순종을 허락하심은 은혜를 위한 조건이 아니다. 고집과 불순종이 일을 하게 하시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명분이 아니다. 못난 나를 찾아오신다는 건 못남을 넘어서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이 우리에게 현실화 되는 것이다. 그래서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요. 그의 판단은 헤아리지 못할 것이요’라고 나왔다”며 “말이 안 된다. 그러나 ‘하나님이 기어코 복을 주신다고 하셨는데 왜 시비냐?’라고 성경은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박 목사는 “구원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지고 볶고 미칠 것 같은 인생에서 말이 안 되는 내용들이 빛을 발하고 선을 이루며 영광과 생명의 부요함, 아름다움이 된다는 역설이 복음”이라며 “예수님이 죽음으로 땅에 묻힌 씨가 싹이 나고 열매가 나듯, 죽음에 삼키어진 생명조차 풍성하게 결실하는 것이 십자가 사건이다. 왜 복음인가? 왜 예수가 죽으셨는가? 십자가는 우리를 방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치우신 것이다. 죽음마저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불순종을 가장 순종한 자가 만드는 것보다 더 크게 만든 게 성경의 역설이다. 요셉을 생각해봐라. 요셉은 잘못해서 감옥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며 “형들이 팔아먹고 애굽의 노예로 갔다가 무고를 당해서 감옥에 갇혔다. 발은 착고를 차고 그 몸은 쇠사슬에 메였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 응할 때까지’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그 억울한 지경이 하나님이 맘껏 일한 시간이었다. 그 말씀이 그를 단련 하였다고 나왔다. 그는 총리가 됐다. 그는 총리의 실력을 갖췄다. 지혜로 장로를 교훈했다. 어디서 이런 실력을 얻었는가? 감옥에서”라며 “그는 이 자리에 우연히 온 게 아니었다. 자기 인생이 자기가 한 욕심과 기대와 소망보다 훨씬 크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 자빠진 것”이라고 했다.
또 “다윗은 골리앗도 무찌르고, 사울을 용서하고 모든 이들의 칭송을 받은 뒤에 밧세바 간음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님은 우리가 아는 인생의 영웅을 한껏 올려두고 단 번에 박살내버리시면서 더 큰 곳으로 데리고 가신다”며 “하나님은 다윗에게 ‘제사와 예물을 원하지 않으시고 상한 심령을 원하신다’며 은혜를 내리신다. 우리가 꿈에도 상상치 못한 일을 하시는 분이다. 나중이 아니라 예수님은 우리 안에서 지금도 일 하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일찍 믿어서 고생인가라는 한탄, 불평, 갈등, 절망, 자괴감, 후회, 한숨 등이 진짜 보석이다. 왜 예수를 일찍 믿어서 고생하는지에 대한 답을 모르면 체념에 붙잡힌다. 신자가 돼서 겪는 모든 경우는 헛된 게 없다”며 “억울한 것도 없고 내가 다 해결할 필요도 없다. 그 때의 실력만큼 하면 된다. 그 다음이 오고, 다음이 온다. 사울도 불순종한 사람의 축에 있다. 그는 스데반을 죽인 일행 중 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사울 앞에서 스데반이 설교를 한다. 스데반 설교를 듣고 사울과 일행은 회개를 안했다. 오히려 스데반을 돌로 쳐 죽였다. 사울이 ‘스데반의 죽임을 마땅히 여기더라’면서 그 살기가 등등했다”면서 “그러던 그가 다메섹 가는 도중 예수를 만났다.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라는 음성을 들었다. 우리 생각에는 바울이 죽어야 하지만 스데반이 죽어서 바울이 생겼다. 한 알의 밀이 죽어서 열매를 맺듯, 하나님은 우리에게 죽으라고 하셨다”고 했다.
그는 “죽음은 무언가?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죽음의 위협과 위험 속에서 살라. 그 죽음 속에서 우리는 씨를 심는 것”이라며 “우리는 하나님의 목적하신 바를 살아내야 한다. 그것은 윤리·도덕 차원이 아니다. 자신의 현실과 모든 조건에 대하여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믿음을 가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신학자 월터 브루그만은 (크리스천은) 소비자 사회에서 간단한 신앙 주문으로 얼버무리며 사는 신자가 됐다고 지적한다. 여러분은 뛰어나가서 영웅이 되려고 하지 말라. 자기에게 맡겨진 자리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지금의 부활 인생을 살라”며 “부활의 씨앗을 심는 지금, 있는 현장에서 죽음의 자리를 지키는 믿음과 소망과 담대함과 인내와 자랑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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