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은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 지 31주년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천안문 사태 또는 천안문 민주화 시위란 1989년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를 중국 공산당 정권이 탱크로 무자비하게 밀어붙여서 수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던 덩 샤오핑조차도 공산당 정권 자체를 위협하는 민주화 세력에게는 조금의 관용도 베풀지 않았다. 처음 발표된 중국 공산당의 공식 통계로는 사망자가 약 300여 명이라고 했지만 아무도 중국 공산당이 낸 통계를 믿지 않았다. 일부 외신에서는 1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났다고도 전한 바 있다.
올해도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삼엄한 경계로 인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지나가 버렸지만 자유의 땅 홍콩에서는 당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이 나와서 중국의 민주화를 외치다 희생당한 사람들을 기억해 주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젊은 홍콩 여성은 "이번이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추모할 수 있는 마지막 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추모 시위에 꼭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비장감이 감도는 말이었다. 홍콩도 조만간 중국 공산당의 무력진압에 무참히 짓밟혀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실질적으로 느껴졌다.
홍콩은 1984년 영국과 중국 공산당 사이의 국제 조약을 통해 2047년까지 일국양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하고 중국에 편입되었다. 지난 100여 년간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던 홍콩은 국제 금융시장의 아시아 허브라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상징과도 같은 곳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에 반환되는 약속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은 본격적으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올해 초 '송환법'을 시작으로 '국가보안법'까지 홍콩 시민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언론, 표현, 결사 등의 자유를 이제는 반납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수많은 홍콩시민이 거세게 저항하고 있고, 또 일부는 각자의 살길을 찾아 다른 나라로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중국 공산당이 자랑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나라라면 중국의 실상을 가장 잘 알고 있을 홍콩시민들이 목숨까지 걸고 이렇게 중국 공산당에 저항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자유를 맛본 홍콩 시민들이 공산주의 중국에 편입될 수 있을까? 18세기,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던 외침이 21세기 홍콩에서 다시 들려올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런데 이런 홍콩을 바라보는 내내 마음이 아픈 것은 홍콩의 운명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다. 우리나라 역시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경제적으로도 점점 더 종속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는 중국 공산당과 그의 아바타인 북한괴뢰정권과 38선이라는 철조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다.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을 때 전 세계의 지형은 소련을 공산주의 종주국으로 하여 온통 벌겋게 물들고 있을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한반도의 작은 끄트머리 한쪽이 공산화되지 않고 자유의 땅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 작은 땅에서 온 세상이 감탄할 만한 풍요를 이룬 것은 기적이라는 말이 아니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정부에서 지나치게 중국 공산당과 북한 김 씨 정권의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명분은 경제와 평화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를 잃어버린 물질적 풍요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구걸해서 얻은 거짓 평화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역사를 조금만 공부해 보아도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정착시켜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천부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보편적 가치에 동의하고 있는 나라다. 따라서 이번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 요구에 전 세계의 양심과 함께 우리 국민과 정부도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목소리를 내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산주의 정권과 접경을 맞대고 있는 우리로서는 홍콩의 미래를 그저 방관자의 자세로 볼 수만은 없다. 북한 정권과 중국 공산당은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홍콩이 자유를 빼앗기게 되는 날,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날마다 소원하며 기도하는 통일이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통일,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 보장되는 통일이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그런 통일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누가 홍콩의 눈물을 닦아 줄 것인가? 그리고 그 눈물을 닦아주는데 힘을 보탤 것인가? 역사가 기록할 것이고 하늘이 지켜볼 것이다.
정소영(미국 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