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한 출신 새내기들에 비하면 나이가 있는 은진은 초지일관 의료선교사의 꿈을 꿔 왔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S여자대학교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은진은 자신이 이 땅에 와서 '백의의 천사'로서 꿈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이며, 이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교회에서도 초등부 교사로 기쁘게 섬기고 있다.
#2. 20학번 홍매는 집과 가까운 U대학교를 꿈꿨는데, 이 대학교 중국어중국학과에 입학했다. 홍매는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왔기 때문에 남북사랑학교에서 작년 1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해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TOPIK) 5급에 합격하고, 중국어능력시험(HSK)에서는 300점 만점에 269점을 받아 최고 등급인 6급을 받았다. 또, 논술 수업도 받아 대학수학능력도 어느 정도 키워 대학에 들어갔다. 홍매보다 탈북민 어머니가 "내 딸 대학 간다"면서 더 좋아했다.
#3. 올해 대입을 지원하는 21살 경숙은 뷰티미용학과에 가고 싶어 한다. 본래 꾸미는 것을 워낙 좋아해 메이크업 방면으로 진출하려는 것이다. 열 살 때 한국에 온 경숙은 곧바로 어머니와 함께 벨기에로 가서 7년을 살다 왔다. 하지만 벨기에에서 다닌 학교의 학력을 인정받지 못해 남북사랑학교에 와서 기숙사에서 2년째 생활하며 초등학교 검정고시부터 봤다. 오는 5월 9일에는 고졸 검정고시를 앞두고 있다. 조선일보 부설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 선정하는 '신영균 장학생'에 2년 연속 선정돼 매달 일정액의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 중이다.
#4.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온 시온은 올해 9월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온처럼 제3국 출신으로 북한 출신 어머니 덕분에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이면서, 전 과정 해외이수자 전형으로 대입 지원을 한 사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입시를 도와주는 진학진로 교사도, 대학 입학 관련 부서 담당자도 모두 '처음 가보는 길'이다. 특히 제3국 출신 중도입국 탈북민 자녀의 대입 특혜는 사실상 없어서 진학지도 모델과 매뉴얼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시온을 비롯한 올해 수험생들은 꿈에 부풀어 즐거워하는 표정들이다.
탈북청소년을 복음통일의 차세대 일꾼으로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남북사랑학교(교장 심양섭)가 작년 9명의 탈북청소년을 전문대와 4년제 대학에 보낸 데 이어 올해도 11명의 탈북청소년을 전문대와 4년제 대학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남북사랑학교는 기존 북한 출생 탈북청소년뿐 아니라, 북한이탈주민지원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제3국 출신 중도입국 탈북청소년들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좌절하거나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북한 출생 탈북청소년의 경우 특례입학제도의 혜택을 받아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대학 진학의 문이 상대적으로 넓게 열려 있고, 등록금과 입학금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탈북 여성이 몽골이나 중국 등에서 낳은 제3국 출신 중도입국 탈북청소년들은 정부의 교육 혜택을 일절 받지 못해 한국 학생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탈북청소년 중 북한 출생 비율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지만, 제3국 출생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 북한 출생 탈북청소년은 64.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2015년부터는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수가 50.5%로 이들을 넘어섰고, 지금은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탈북청소년 중 제3국 출생이 61.2%로 상황이 뒤바뀌었다. 다행히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정원 내 특별전형 지원이 가능한 대학이 소수이지만 생겨난 점은 희망적이다. 현재 한동대, 명지대, 백석대, 성공회대, 가톨릭대 등 모두 종교계가 설립한 대학이 이들의 특별전형을 지원한다.
올해 남북사랑학교에서는 11명의 수험생 중 5명이 제3국 출신 학생이다. 물리치료, 피부미용학과에 지원하는 두 명을 제외한 세 명은 중어중문학과에 응시한다. 학교 측은 "아무래도 모국어인 중국어의 특기를 살려 대입의 좁은 문을 통과하고, 통번역 등 중국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진출할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수험생 11명 중 내년 3월 입학이 아닌, 올 9월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도 두 명이다. 이 학생들은 지금부터 자기소개서를 비롯한 관련 서류를 준비하느라 몹시 바쁘고 긴장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심양섭 교장은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탈북청소년 입시박람회 일정이 3월 말에서 5월 말로 연기되면서 5월 검정고시 이후 바로 대입 전략에 따른 학생 개별 맞춤형 수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3월 말~4월 초순 학생의 개별 입시 컨설팅 계획을 도출하고, 이들의 토익 영어, 글쓰기 수업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탈북청소년들이 바라는 것
심양섭 교장은 탈북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 가장 바라는 점은 '자신들을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난한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통일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심 교장은 "탈북청소년을 비롯한 탈북민들에게 있어 통일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들한테는 헤어진 가족을 만나는 게 바로 통일"이라며 "그러니 경제적으로 이해타산을 너무 하지 말고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해 달라고 말한다"고 알렸다.
아울러 심양섭 교장은 앞으로 탈북청소년을 비롯한 탈북민이 대한민국 사회에 건강하게 정착하려면 남한 사람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교장은 "우선 저를 비롯한 남한 사람들은 탈북민과 북한에 대해 알아야 되고,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탈북민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며 "성경적으로 말하면 탈북민들은 강도 만난 자들이므로, 우리가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으로 이들을 품고 돌봐야 한다. 또 룻기에서 보아스가 경제적 손해를 보면서도 '기업 무르는 자'가 되었듯, 우리도 그렇게 북한선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양섭 교장은 "탈북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일에는 교회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며 "탈북청소년을 돕는 일은 바로 통일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남북사랑학교 www.snl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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