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최근 서강대에서 제26회 지적설계연구회(회장 이승엽 교수) 정기 심포지엄이 열린 가운데, 창조신학연구소장 조덕영 박사(창조론오픈포럼 공동대표, 조직신학, Th.D.)가 "유신진화론 어떻게 볼 것인가"란 주제로 강연을 전해 창조·진화론 논쟁에 관심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적설계' 이론은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연구되기 시작된 이론으로, 기존의 창조과학(과학적 창조론)과는 다르게 생명체의 복잡성과 생명정보가 자연선택과 같은 방향성 없는 진화 매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없기 때문에, 생명체의 구조나 정보가 누군가에 의해 설계 되었음을 검증 가능한 과학적인 도구로 증명하는 이론이다.
또 '유신진화론'은 창조주가 창조할 때 자연계의 생명체에 '진화'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 지금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생겨났다고 보는 관점이다. 한국의 유신진화론자 신재식 교수(호남신대 조직신학)는 저서 "예수와 다윈의 동행"(사이언스북스)에서 "기독교와 다윈의 동행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신재식 교수는 오히려 창조과학 운동 같은 반진화론 운동이 "종교 언어와 과학 언어를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하고 평가하는 오류"에 빠져 있었다고 지적하고, "진화론을 선택하는 순간 신앙이 배제된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과학은 믿음이 아니라 받아들임의 대상"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신 교수는 현대 과학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반진화론 운동의 기독교인들이 범한 '문자주의적' 오류를 다시 범하는 것이라고 또 다른 극단을 경계한다. 그는 우주와 생명과 인간에 대한 과학의 설명만이 유일하고, 우월하며, 절대적이라는 주장은 다른 설명을 배격하는 '환원주의·독단주의'라 비판한다.
조덕영 박사는 양 극단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 교수의 주장을 높이 평가했지만, "늘 약자 편에 섰던 예수께서 과연 강하고 적응하는 자가 결국 승리한다는 '적자생존' 원칙의 진화론을 편드셨을까?"라 물으며 "예수의 삶의 궤적은 과학적 진술을 떠나 예수와 진화론을 하나로 묶으려는 것을 여전히 어색하게 만든다"고 했다.
조 박사는 "복음주의는 과학의 문제에 있어 진화론을 수용할 수 없다"는 로이드 존스 목사의 진술을 인용하고, "세속적 자연주의 진화론의 무비판적 수용이 또 다른 극단을 야기하는 것은 아닌지…그런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면서 "과학적 창조론과 자연주의 진화론이 아닌 복음과 함께 하는 제3의 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 했다.
다만 조덕영 박사는 "우리 주변 그리스도인들의 절반 가까이 진화론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 지적하고, "우리가 진화론을 비판하더라도, 유신진화론자들을 초월을 부정하는 자로 매섭게 매도하거나 몰아서는 안 된다"며 "유신진화론자들의 견해를 비판은 하되 복음 안에서 그들의 주장을 귀담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 박사는 "우종학, F.콜린스, 데니스 알렉산더 같은 과학자들이 신학적 진술이 미숙한 반면, 최근 과학과 신학 모두 탁월한 완성도를 갖춘 과학자, 신학자, 유신진화론자들이 우주 기원 논쟁과 지질학, 아담의 역사성 논쟁 등에 참여하고 있다"며 "무조건 반대 위한 반대가 아닌, 그들과 적극 소통하고 argue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학이 '과학적 제사장'이 되어 성도들을 계몽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시대는 변했다"고 지적하고, "늘 반박 가능한 '내제의 과학'은 그 방면 크리스천 과학자들에게 그 짐과 역할을 맡기면 된다"면서 "자신의 견해만 옳고, '과학적' 혹은 '신학적' 제사장이 되려 안달하는 일들 역시 창조주의 주권과 섭리 아닐까 싶다"고도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조 박사 강연 외에도 배성민(경북대) 현창기(한동대) 김병훈(합신대) 박사가 각각 철학·과학·신학적 관점에서 유신진화론을 비판했으며, 마지막에는 회장 이승엽 교수(서강대 기계공학과, 융합의생명공학과)가 '국내외 지적설계론-유신진화론 논쟁과 전망' '연구회 활동 소개' 등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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