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 NCCK)가 제주4·3 추모주간(2018. 4. 2~4. 7)을 맞이해 정의·평화위원회와 인권센터 공동주최로 ‘제주 4·3 역사정의와 화해를 위한 기도회’를 4일 정오 광화문 제주 4·3 추모부스(세종대왕상 뒤편) 앞에서 갖는다.
NCCK는 2018년 부활절을 준비하며 3월 14~15일에 걸쳐 제주 4.3 평화기행을 다녀온 바 있으며, 지난 28일에는 제주 4.3사건의 피해지역인 의귀마을 현의합장묘와 송령이골(무장대 무덤)에 정의로운 화해의 첫걸음을 알리고 기리는 동백나무를 심었다. 이어 제주4.3평화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향후 지속적으로 제주 4.3 사건에 관심하며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이어가기로 한 바 있다.
4월 4일 기도회는 박승렬 목사(인권센터 소장)의 사회와 남재영 목사(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의 설교, 고일호 목사(예장 영은교회 담임)와 인금란 목사(여성위원회 위원장)의 기도, 이정훈 목사(제주NCC 부회장)의 축도로 이어진다. 또 제주4.3의 70주년을 맞이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기도회 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방문해 주진오 관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어서 ‘제주4.3사건과 개신교’를 주제로 이야기마당을 갖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제주 4․3 70년, 아픈 역사의 정의로운 화해와 상생을 위하여’
우리는 지금 분단과 냉전체제에 의해 강요된 70년의 침묵 앞에 서 있습니다. 지울 수 없는 집단학살의 기억과 공포, 저항의 시간을 억지로 숨죽이며 통곡마저 삼켜야 했던 ‘잠들지 않는 남도,’ 그 암울했던 시대를 지나온 역사의 아픔을 대면하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아직 역사 속에서 이름조차 제대로 가지지 못한 채 피울음을 울며 우리 앞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주4․3 사건은 해방공간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기, 분단과 냉전체제 안에 장치된 구조적 폭력의 결과였습니다. 민중들은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막아내기 위해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절규는 권력을 잡은 분단정권에 의해 ‘빨갱이’가 되어버렸습니다. 국가가 자기 나라 국민들에게 적대적 냉전체제의 허울을 뒤집어씌운 채 애국 애족의 이름으로 집단학살을 자행했습니다. 이것은 가슴시린 민족분단에 권력을 덧입혀 민중들을 죽음의 공포로 내몰아 버린 통치자들의 만행이며 집단적 광기의 극치였습니다.
이 질곡의 역사 속에 교회는 분단과 냉전을 신학적으로 정당화면서 빛을 잃고, 일부는 신앙의 이름으로 자매․형제․부모 그리고 이웃을 총칼 앞에 서게 했습니다. 싸늘한 주검위에 흙 한줌 뿌릴 시간마저 빼앗긴 수난의 역사 앞에서 교회는 침묵하였습니다. 편을 가르고 등을 돌리며 편견과 아집에 사로 잡혀 스스로 심판자의 자리에 서서 죄악에 동참하였습니다. 우리 안의 무서운 폭력성을 회개합니다. 우리의 잘못을 사죄합니다. 십자가 아래 화해의 여정에 무릎을 꿇고 참여합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집단살해로 인한 통곡과 냉전의 갈등을 대물림해온 지난 70년의 아픔을 끌어안고 참 평화와 상생의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제주 4․3사건이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다시 평화의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기도하며 행동하겠습니다.
1. 제주 4․3사건의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2. 제주 4․3사건의 ‘정의를 구체화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정책적 개혁’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3. 제주 4․3사건을 잊지 않고 ‘함께 기억하는 일’에 동참하며 기도하겠습니다.
2018. 4. 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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