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시편'은 기독교 역사 가운데 중요한 본문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실제 목회자의 설교에 잘 사용되지 않는 경향이 생겼다.
그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시편의 서사성/이야기성(narrativity) 때문인데, 이야기 신학(narrative theology)과 이야기 설교(narrative preaching)에 관한 고조된 관심으로 인해 설교메뉴(Preaching Menu)에서 시편이 제외되는 일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국구약학회가 은혜감리교회에서 송년학술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두 명의 구약학자들이 "시편과 설교"를 주제로 발표해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이야기 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서명수 박사(협성대 구약학)는 시편이 "가정교회 시대부터 예배와 실생활에 빈번히 활용되어 온 것인데, 그와 같은 전통은 현대교회에서도 마땅히 계승되어야 할 아름다운 전통"이라며 "특별히 설교자가 그 전통을 이어받아 시편을 설교본문 메뉴에 적극적으로 올리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신앙적, 신학적 책무"라 이야기 했다.
서명수 박사는 이를 위해 먼저 "시편의 시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이것은 시편의 다양한 수사적 기교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침묵과 시적 언어 및 표현의 관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의 필요성을 의미한다"면서 "모세나 바울 같은 경우, 지눌(知訥)의 의미, 어눌(語訥)의 미학을 시적으로 드러낸 위대한 설교가"라고 이야기 했다.
더불어 서 박사는 "시편설교를 함에 있어 시적 설교를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시적 설교란, 앞에서 언급했듯이 침묵의 언어를 바탕으로 간결하면서도 깊이와 여운이 감도는 시적 언어를 구사하는, 그리고 예수님처럼 주변의 자연과 사물에 대한 친근한 관찰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풍부한 시적 비유와 은유의 그릇에 담은 설교를 의미한다.
정인교 박사(서울신대 설교학)는 "시편의 설교를 어떤 형식으로 하든 설교자가 명심해야 할 것은 설교진행에 있어 시편이 가진 시로서의 성격을 최대한 감안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딱딱하고 인지적이고 명제적인 설명방식보다는, 시의 특성을 살려 이미지와 상상을 자극하고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며 가슴에 울림과 느낌이 있는 묘사 기법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더불어 정 박사는 "오랜 역사를 지닌 설교에 비해 학문으로서의 설교학에 대한 관심은 19세기에 시작할 만큼 다른 신학 분야에 비해 일천하다"고 말하고, "특히 성경 각권에 대한 설교학적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설교학자의 입장에서 시편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하는 주제는 향후 설교학이 성경 각권에 대한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이번 한국구약학회 송년학술대회에서는 회장 이취임식도 함께 했다. 이취임식에서는 이희학 박사(목원대)가 21대 신임회장으로 취임했고, 차준희 박사(한세대)가 회장직을 이임했다. 한국구약학회는 오는 2017년 4월 28일 목원대에서 "구약성서와 인문학의 대화"란 주제로 제104차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윤경 박사(이화여대)가 주제 강연을 전하게 된다. 추계학술대회는 같은해 9월 장신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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