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돈
박영돈 교수(고신대 신대원, 조직신학). ©박영돈 교수 페이스북.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종교개혁500주년을 앞두고, 개신교 핵심 교리인 이신칭의를 살피면서 한국교회 현실을 반성하며 나아갈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신칭의, 이 시대의 면죄부인가?"란 주제로 5일과 6일 연동교회(담임 이성희 목사)에서 '2016 미래교회포럼'이 진행되고 있는 것.

5일 기조강의자로 나선 박은조 목사(은혜샘물교회)는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강의를 통해 "한국 사회가 지금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이 하야를 해야 하는 자리에 이르고 있는데, 최순실 최순득 자매는 한 지역교회를 섬기는 집사로서 성도로서 성실했다"고 밝히고, "(그들이) 어떻게 세상 속에서 성도로써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값없이 주신 하나님의 은혜로서 이신칭의의 복음을 열심히 증거했는데 결과적으로 성도들의 거룩하지 못하고 불의한 삶의 면죄부만을 던져준 결과가 된 모양새"라면서 포럼의 화두를 제시했다.

박은조 목사의 이야기는 맞는 말일까? "칭의론은 이 시대의 면죄부인가?"란 주제로 오후강의를 전한 박영돈 교수(고신대)는 이에 대해 '오명'이라 지적하고, "칭의론 때문에 한국교회가 윤리적으로 타락했다는 말을 듣고, 최근에는 교회를 넘어 사회적 부패의 주요 요인이라는 인식까지 비등해지고 있다"면서 "최순실 사태와 관련 한 윤리학 교수는 '종교개혁 이신칭의 교리가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파괴하는 악마적 주범'이라 혹평하기도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영돈 교수에 따르면, 이런 지적은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한국사회 총체적 부패를 그대로 드러낸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교회의 구원론이 덩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이 신봉하는 구원파적 복음이 한국교회가 전파하는 칭의의 복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면서 '구원파를 이단으로 정죄하는 한국교회 대다수가 사실상 구원파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주장조차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칼빈의 균형 잡힌 칭의와 성화를 설명하면서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는 교리를 행함 없는 믿음으로만 구원 받는다고 이해하는 것은 큰 착오"라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만연한 값싼 구원의 복음이 얼마나 종교개혁자의 구원론과 거리가 먼지 극명하게 드러난다"면서 "칼빈이 가장 혐오하며 경계했던 오류가 칭의 교리가 교회의 타락을 조장하는 방종의 라이센스로 해괴하게 변질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칼빈은 칭의론을 가르침에 있어서 가장 주력했던 점이 이 교리가 그런 식으로 왜곡되는 것을 막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종교개혁의 가르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결여된 것이 작금에 일어나는 칭의론에 대한 혼란을 야기한 근본원인"이라 지적하고, "그럼에도 한국교회를 영적, 윤리적으로 타락케 한 주범이 종교개혁 칭의론 인양 말하는 것은 종교개혁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칭의론의 기본 입장이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모른다는 분명한 방증"이라며 "그만큼 한국교회에 종교개혁의 구원론 자체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칼빈의 구원론은? 박 교수는 "성화 없는 구원은 없다는 것이 칼빈의 입장"이라 설명하고, "그러나 성화는 칭의에 조금도 기여하지 못하고, 성화는 칭의의 공로적인 조건이나 근거가 아니지만, 칭의의 필연적 열매"라며 "성화가 칭의를 확립하지는 못하지만 칭의가 참되다는 것을 입증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논찬자로는 최갑종 교수(백석대)가 수고했다. 그는 "칼빈이 루터보다 약한 후 시대 사람으로, 루터의 이신칭의 신학의 병폐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성화의 중요성과 더불어 칭의와 성화의 불가분리성을 강조했다"면서 "유감스럽게도 한국교회에서 칼빈을 많이 말하지만, 이와 같은 칼빈의 입장이 제대로 소개되거나 가르쳐지지 못했다"고 이야기 했다. 때문에 "(박영돈 교수가) 서구교회와 한국교회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 루터의 칭의론 단점을 지적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도 했다.

또 행사에서는 박 교수의 강연에 이어 김세윤 교수가 저녁 강의자로 나서서 "사도 바울의 복음"(바울의 칭의 복음과 예수의 하나님 나라 복음)이란 주제로 강연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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