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11일 오전 한국복음주의협의회(대표 김명혁 목사, 이하 한복협)가 한국중앙교회에서 11월 월례회를 개최한 가운데, 권오륜 목사(한복협 중앙위원, 발음교회 담임)가 "나의 삶과 나의 감사"란 주제로 발표했다. 다음은 발표 전문이다.
"나의 삶과 나의 감사"
“나의 삶과 나의 감사”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라는 부탁을 받고 저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사도바울은 나의 나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저도 같은 고백을 하나님 앞에 드리고 싶습니다. 죄악 가운데서 부르시고, 인도하시고, 부족한 저를 통해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을 생각하면 감사할 뿐입니다.
1. 부르심에 감사
저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에서 전도하는 분의 쪽복음을 받고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웬일인지 그 날 늦게까지 그 작은 책을 정독하였고, 거기 소개된 교회에 그 주일부터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쪽복음의 한 말씀이 제 마음을 비추었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너희는 산위에 있는 동네라”는 말씀이 계속해서 제 마음 속 언저리를 맴돌았습니다.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보통의 시골 아이었던 저에게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주일 학교에 간 첫날, 교회 선생님께서 저의 이름을 알고 불러주는 것이 놀라왔습니다.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기에 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학교 선생님과 달리, 주일학교 선생님께서 이름을 불러주셨다는 것이 제게는 저의 존재를 인정받고 소중하게 여김받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집에서조차 이름이 아니라 “막내”라고 불렸었습니다.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 때문에 주일학교를 열심히 다녔고, 어린 마음에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도 커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던 한 아이를 교회학교 선생님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몇 해 후 중학생이 되었을 때 우리 마을에도 개척교회가 세워졌습니다. 바로 집 옆에 세워진 개척교회에 매일 나가다시피 했습니다. 전도사님을 도와 흙벽돌로 교회를 짓기도 하고, 중학생이면서 교회학교의 아이들을 가리키기도 하였습니다. 삶의 중심이 교회였고, 말씀이었고, 주님이었습니다. 무익한 한 어린아이를 부르시고 훈련시키시고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한 아이를 통해 가정을 구원하시고, 교회를 섬기게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2. 소명주심에 감사
저는 시골의 한 미션스쿨에 입학하였습니다. 그 곳에서 신앙훈련을 받고 학원선교단체인 KSCF 고등부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저는 미션스쿨이 매우 귀중한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청소년기의 신앙교육이 학생의 미래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다주는지 경험상 잘 알고 있습니다. 제 벗들 중에는 미션스쿨을 다닌 연고로 신앙생활을 지속하고, 목회자가 된 친구들도 여럿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에는 별 효과가 없는 듯 보였어도, 때가 되니 자라게 하시고 열매 맺게 하시는 것이 놀랍습니다. 미션스쿨은 꼭 보전되고 더 확장되어야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1,2년 동안 하나님께서는 여러 모양으로 저의 마음과 귀를 열게 하셨습니다. 매년 교회에서 열리는 부흥회에서도, 고등부 수련회에서도, 미션스쿨의 활동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는 기도하게 하셔서, 그 때마다 목회자로 부르시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미래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조언도 들었지만 확신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신학대학에서 KSCF 여름집회로 모였을 때 학장님께서 이사야가 소명받는 6장을 본문으로 말씀을 전하셨는데, 그 순간 마치 저에게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라고 하시는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동시에 고교시절 내내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읍내로 등교하면서 버스 안에서 매일같이 전도했던 시간들이 얼마나 행복한 날들이었는지도 기억나게 하셨습니다.
결국 저는 목회자가 되기를 결단하고 한국신학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놀랍습니다. 준비시키시고 훈련시키시고 불러내셨습니다. 감춰진 한 작은 소년을 부르셔서 하나님의 큰일을 맡기시고 인도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놀랍고 감격스러울 뿐입니다. 소명으로 부르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3. 만남의 축복에 감사
처음, 자신없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작한 담임목회지는 제주도였습니다. 그런데 성도들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로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병약하고, 목회 경험도 없는 전도사를 농어촌 교회 성도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맞아주었습니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오래 목회자가 없었던 미자립 교회의 연약함을 감추고 싶은 때문이었는지 성도들은 주일예배뿐 아니라 밤집회에도 거의 전원이 출석하여, 목회자에게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심지어는 목회자에게 대학원 공부를 하게 해주려고, 비행기 티켓을 10장씩 묶음으로 구입해 와서 강권하여 서울에 있는 신학대학원에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목회초기에 좋은 분들을 만나게 해주셔서 긍정적인 마음과 자신감을 가지고 목회에 임하게 해주셨습니다.
제가 지금 섬기고 있는 발음교회는 20여 년 전에 부목사로 사역했던 곳입니다. 담임목사의 은퇴로 부목사에서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고 오늘까지 21년째 섬기고 있습니다. 당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대도시 목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초기에는 실수가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그런 저를 오래 참고 기다리면서 신뢰하며 도와주었습니다. 참으로 좋은 평신도 지도자들과 성도들 그리고 동역자들과 함께 있게 해주셨던 하나님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담임목회 5년 지나던 해에, 나름대로 온 힘을 대해 달려간다고 했던 것이 저의 정신과 육체를 탈진 상태에 빠뜨렸습니다. 저는 더 이상 목회를 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저의 상태를 당회에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저에 대한 애정과 배려로 당시 전례가 없던 안식년 휴가를 제안했고 필요한 모든 준비를 해주었습니다. 온 교회는 저희 가족 4명이 신경 쓸 일이 없도록 반드시 국외로 떠나서 쉼을 갖는 것을 전제로 하고 안식년 결의를 해주었습니다. 저로서는 평생에 처음 온 가족과 함께 해외에서 쉼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 좋은 교회를 만나 계속 목회할 수 있도록 회복의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작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2달간의 안식년 휴가를 얻어 해외에서 연수하며 쉬는 시간을 갖는 동안, 저를 기장 총회 부총회장으로 당회에서 추천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총회에 후보로 출마한 분이 한분도 없어서 추가로 추천된 것이긴 합니다. 그 일로 저는 부총회장 그리고 금년에는 총회장이 되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일이었지만 섬기라고 주신 멍에인 줄 알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일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제가 예전에 담임목사님으로 모시고 목회를 배웠던 본 교단의 원로 목사님께서 우리 교회 당회에 제안하시고, 조언해 이루어진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제 삶 속에 훌륭한 선배 목사님, 좋은 성도들을 만나게 하신 것이 얼마나 과분한 은혜인지 깨닫고 감사드립니다.
4. 모자란 것에도 감사
저는 외형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자랑할 게 없어서 어릴 적부터 못마땅하고 섭섭했었습니다. 약하고, 똑똑하지 못하고, 심지가 굳지 못하여 남을 이끌어갈 재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앞장서는 일은 하지 못하고, 배워 가면서, 1등은 못해도 따라라도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목회하였습니다. 때로 성도 간 갈등이 생기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해결할 길을 모르기도 했지만, 나서지도 못하는 위인이니까 가만히 듣고 마음만 졸이고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러는 중 놀랍게도 문제들은 지나가 버리고, 해결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중에는 “우리 목사님은 약하니까 괴롭게 말고, 조용히 지나가자”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도 보았습니다. 모자란 것을 사용해서도 일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최근에는 새 예배당을 짓게 되었습니다. 동네 한가운데에 큰 건물을 건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민원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저는 미처 알지 못하고 시작했습니다. 몰랐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서 계획된 기간에 다 완공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간섭하심이 놀랍습니다. 모자라고, 병약하고, 무지하니까 그것조차 사용하셔서 하나님께서 일하심을 알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다윗이 사울의 신하들 앞에서 “나는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라(삼상18:23)”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가난하고, 천하고, 죄 많은 저를 부르셔서 오늘까지 사용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의 저를 생각해보니 그저 하나님의 사랑이 놀라울 뿐입니다. 지난날을 감사로 채워주신 하나님께서 미래의 날들도 은혜를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시작과 끝이 되신 주님께서 더 좋은 날들을 삶의 끝에 남겨두셨음을 믿고 미리 감사드립니다.
/글=한복협 제공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