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올 해 1월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된 ‘2015년 부패인식지수’에서 조사 대상 168개국 가운데, 37위(전년에 비해 조사 대상 7개국이 빠진 상태)를 차지하였다. 2010년의 39위, 2011년의 43위, 2012년의 45위, 2013년의 46위, 2014년에 43위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40위권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 8위, 일본과 홍콩이 18위, 타이완의 30위와도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는 또 OECD 가입 34개국 중 27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하위권을 맴도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도층의 비리와 부패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최근에 우리사회에서 가장 시끄럽고, 부끄럽게 하는 계층은 단연 법조계이다. 최근 2년 사이에 일어난 법조계의 비리사건은 즐비하다. 작년 2월에는 최 모 전 판사가 뇌물사건으로 구속기소 되었고, 9월에는 모 전 판사가 여대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고, 올해 5월에는 전 부장판사 출신 최 모 변호사가 100억 원대의 수임료를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구속되었고, 검사장 출신의 홍 모 변호사도 청탁 등의 대가로 올 해 6월에 구속되었다.
그런가 하면, 진 모 전 검사장도 뇌물수수 혐의로 올 해 7월 구속되었다. 그리고 김 모 부장검사는 후배 검사에게 가한 상습 폭언과 폭행으로 인하여, 그 후배 검사가 자살에 이르도록 하였다. 그런가 하면 올 해 8월에는 모 부장판사가 성매매를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다. 그리고 다른 김 모 부장판사는 청탁을 받고 금전을 수수한 것이 밝혀져, 올 해 9월 구속되었다. 그런데다 또 다시 김 모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으로부터 ‘스폰서’를 받은 것이 들통 나, 법조계가 온통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법조계의 비리와 부패상은, 공직자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공평’ ‘정직’ ‘청렴’ ‘신뢰’가 무너짐으로 인하여, 국민들과 국가가 그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 법관이 법과 양심에 의한 법 적용이 아니라, 금력에 따른 판단은 법조계 뿐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국가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모럴해저드(moral hazard)는 국가 구성원들에게 불신과 실망감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결국 국가적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19세기 독일의 역사가 레오폴트 폰 랑케(Leopold von Ranke)는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것은 군사력도 아니고, 경제력도 아니고, 국토의 크기도 아니다. 그것은 그 나라 국민의 도덕적 에너지 총량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도덕적 에너지의 결핍은 곧 국가의 흥망성쇠와 직결이 된다는 것이다.
지도층은 우리 사회 속에서 ‘솔선수범’을 일상화하고, 선동과 포퓰리즘도 조심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열등과 조롱 의식에서 사용하는 ‘금수저’ ‘흙수저’로 나누는 ‘편가르기식’의 선동도 자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 지도층이 ‘갑질’로 국민들을 가볍게 보고, 공적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하여도, 결단코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드러난 부정과 부패는 비단 법조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것을 빙산의 일각으로 보는 국민들이 많다. 그런가하면, ‘협치’를 주장하던 20대 국회도 결국은 과거의 정치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며, 일부 재벌가와 일부 종교인들의 일탈도 국민들에게 실망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마치 ‘가면무도회’를 하는 것 같다. 본래의 자기의 얼굴을 가리고, 다른 모습으로 가장(假裝)했지만, ‘민낯’도 그대로 드러낸 채, 부도덕의 유희에 도취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바르게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지도층들이 자신들의 기득권과 권리를 상당 부분 내려놓고, 의무와 책임감의 짐을 무겁게 짊어져야 할 것이다.
지도자들은 우리 사회에 희망의 행동, 희망의 언어, 희망의 몸짓으로, 희망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야 한다. 특히 우리 기독교의 지도자들은 더 높은 윤리와 도덕성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을 향한 진리를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사회를 향하여 ‘희망주기’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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