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선거와 관련한 문제로 시끄럽던 동국대학교의 상황이 급기야는 총학생회 간부를 무기정학 처분으로 중징계함으로써 더욱 어렵게 꼬이고 있다. 동국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건학이념으로 하는 종립 대학으로 불교계를 대표하는 대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동국대가 요즘 보이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종립학교에서 학생의 종교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은 이미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많은 논의와 나름의 성과들이 있고 사회적인 공감대도 마련되고 있다. 학생이 더 이상 교육의 일방적 대상이 아니라는 시대적 흐름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사례가 최근 동국대에서 빈번해지고 있어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 동국대의 교법사가 총학생회장의 개인적 종교가 불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학생회 활동을 폄훼하고, 총학생회장 개인의 종교자유도 침해하는 글을 발표하였다. 교법사는 동국대의 건학이념에 기반하여 교내 임직원, 학생들의 신행활동을 책임지는 공적인 자리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또 다른 모습에 다름 아니다.
뿐만 아니라, 타종교 동아리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현실도 심각한 학생의 종교자유 침해이다. 타종교 동아리의 활동이 동국대의 건학이념을 훼손한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고, 오히려 타종교 동아리를 인정하지 않는 동국대의 이미지만 실추시킬 뿐이다. 타종교 종립대학교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동국대의 타종교 동아리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도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
최근 동국대가 총학생회 간부를 중징계하며 "학칙 59조, 제62조 제1항, 학생준칙 제24조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는데,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학칙 제59조와 학생준칙 제24조에 규정되어 있는 '건학이념에 위배되는 행위'가 징계의 사유라면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기정학이라는 중징계가 오히려 건학이념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동국대학교 총장인 보광스님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임명되면서 일방적인 징계보다는 108배로 대신한 사례를 밝힌 바도 있지만, 이 또한 공적인 절차에 의한 징계의 방법상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교원 징계에서도 108배를 강요하는 징계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는 동국대가 수계의식 불참자에 대하여 조교임용을 불허하는 것과 더불어 개인의 종교적 가치관을 공개당하거나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조교임용에 있어서 수계의식을 전제로 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도 침해될 수 있다.
학내 현안을 두고 학내 구성원간의 공론의 장에 종립대학의 건학이념을 꺼내 들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학내 교직원과 학생들의 종교자유를 침해하게 될 소지가 다분하다.
동국대는 학내 현안을 핑계로 더 이상 학내 구성원들의 종교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포용과 관용의 종교답게 학내 구성원들의 종교의 자유를 배려하며 총학생회 간부의 무기정학을 철회함으로써 새로운 화합의 장을 만들어 갈 것을 기대한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