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의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인복)가 16세 이상 청소년의 정당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당법 개정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다 일부 야당의원들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어,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문제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 내용은 청소년들의 정당 참여는 가능하나, 선거권 행사와는 차이를 둔다는 것이지만, 결국 한창 공부해야 할, 청소년들에게 정치 참여의 길을 열어준다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중앙선관위는 9일까지 개정의견을 듣고, 공청회를 거쳐, 이를 개정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청소년들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라지만, 이에 대한 논란과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는 청소년들을 억지로 정치판에 끌어들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유엔 아동권리협약과 아동복지법에서 ‘아동’은 만 18세 미만인 사람을 가리키고 있다. 여기에서 ‘아동’은 곧 청소년을 말하는 것으로, 그들은 정치보다는 인격형성과 학습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아동들을 정치판에 끌어들이려는 발상은 비교육적인 것이다.
두 번째는, 한국에는 불행하게도 정당 가운데 청소년들이 배울만한 정당이 없다는 것이다. 전통이 있는 정당이 되려면, 일관된 정책과 정체성과 역사성을 가져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정당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우리 정당들은 이합집산이 심하고, 계파의 이익과 사상과 이념에 따라 함몰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아직 인격형성 과정에 있으며, 학문적으로 더 많이 배워야 하는 청소년들을 정치판에서 문 열어놓고, 환영하고 끌어들이는 것의 부작용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가 정상적이고, 선진 민주정치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라면, 청소년들에게 우리나라 정치 환경을 바꾸어 달라는 것인가?
아직 어린 사람들(청소년)을 너무도 일찍, 오염된 정치 환경에 밀어 넣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도이다.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정당 활동에 조기(早期)에 참여함으로, 자칫 정당들의 선전선동 도구로 전락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럴 경우, 정치의 희생물이 되기에 이를 우려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청소년들이 정치에 희생된 사례들이 다수 있다. 독일 나치의 히틀러 청소년단이었던, 유겐트(Hitler-jugend)는 나치당의 선전선동의 앞잡이가 되어 2차 대전에서 희생되었고, 1960년대 중국 모택동의 홍위병들도 정치 선동에 휘둘려 문화혁명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박해하는 오명을 남겼다. 또 북한의 조선소년단은 조선로동당의 피오네르 운동(공산주의 후비대) 조직으로, 북한 독재정권의 전위대이자, 희생물이 되고 있다.
세 번째는 공교육현장의 파괴이다. 아동(청소년)들이 정당에 가입하여 정치활동에 참여하게 된다면, 지금 그렇지 않아도 ‘학생인권조례’로 교권이 무너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까지 겹치게 되면, 교육현장이 붕괴될 것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거기에다,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각각 정당에 가입하여, 학생들끼리 정치판을 만들고, 학원 내에서 정당 조직을 확충하려고 할 때, 학교 현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겠는가?
중앙선관위가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촉구하고, 특히 청소년들로 하여금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며, 조바심으로, 결국은 학교 교육의 기형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중앙선관위는 ‘정당, 정치자금법 개정의견안’ 초안에서, 만16~19세 청소년들의 정당가입 추진안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학생은 학생답게 학교에서 공부하도록 그냥 두라. 그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학습권과 인지 발달과 인격 성장에 도움을 주는 일에 정부와 국가 기관들이 앞장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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