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없는 사업은 혁신이 아니다
돌봄서비스까지 삼키려는 무차별 진입을 단호히 반대한다
택시, 대리운전, 청소, 주차, 헤어샵 등 골목상권 업종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대형포털 ㈜카카오가 가사도우미 중개서비스를 골자로 한 ‘카카오 홈클린’을 출시하며 대표적 사회서비스로 꼽혀온 가사돌봄 사업까지 진입하고 있다.
자신들의 O2O(온오프라인 연계) 노하우로 수급 불균형이 큰 가사서비스 시장에 혁신을 도입하겠다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그러나 ㈜카카오의 문어발식 진출은 O2O 서비스 혁신이라는 그들의 주장으로만 볼 수 없다. 특히 가사서비스 제도개선 등 공공성 강화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대형포털의 공세적 진출은 돌봄사업의 공익성마저 침해할 우려가 높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는 급격한 가족구조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가사서비스 영역에 대한 일자리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반면 수급 불균형과 열악한 근로조건은 서비스 품질 정체와 노동권 없는 가사노동자를 낳고 있다.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가사3단체(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한국YWCA연합회)는 공익적 기업 육성을 통한 가서서비스 노동자의 정규직 고용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왔다.
가사노동자가 노동자로서 권리와 정체성을 확보하고, 가사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할 때 가사 돌봄서비스의 품질수준을 높이며 돌봄노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저출산 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국민에게 양질의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름길이며,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적인 가치모델’이다.
‘카카오 홈클린’은 가사서비스의 ‘양질의 일자리’로 도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가사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와 함께 비공식부문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카카오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는가.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카카오 홈클린’은 수수료 싼 유료직업소개 사업에 불과하다. ㈜카카오가 내세운 업무매뉴얼, 파손보험, 투명한 결제시스템, 도우미 이용자 상호평가는 이미 가사 3단체를 중심으로 홈스토리, 청년벤처기업 등을 통해 시행되고 있다.
그동안 가사서비스는 ‘여성이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이라는 이유로 법적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종사자들은 일용직 형태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로 일했다. 2000년대 이후 실업 자활운동, 여성운동을 배경으로 가사노동자 당사자 조직이 결성돼 돌봄노동의 사회화와 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1조 1항의 ‘가사사용인 제외’ 항목 삭제를 위해 개별 가정이 사용자일 경우 일어나는 노동법, 사회보장법과 관련해서도 연구자들과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장단체들의 반세기에 걸친 노력 끝에 정부는 가사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시급하며, 돌봄노동의 공식화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가사서비스 이용 촉진 및 종사자 고용촉진을 위한 제도화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때 ㈜카카오는 개인간 거래, 비공식부문 일용노동의 공급이라는 시스템을 강화시켜서는 안된다. 적어도 ㈜카카오가 가사돌봄 서비스에 뛰어들려면 정규직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형태로 시장을 혁신, 선도해야 한다.
㈜카카오는 한국을 대표하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그동안 축적한 IT 기술과 경쟁력을 무차별적 수익모델 창출에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가사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가사서비스 제도화에 이바지하는 것이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대기업이 사회책임을 다하는 자세이다.
2016년 5월 19일
전국가정관리사협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한국YWCA연합회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