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3일은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정치지도자를 선출하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날이다. 한국 사회는 1992년 선거를 통해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형식적인 민주화를 이루어냈지만, 아직은 국민 개개인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평등한 민주사회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어렵사리 이루어놓은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일부 정치, 경제 권력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하여 일부 언론마저 권력화의 길을 걸어 진정한 민주사회를 향한 이 사회의 진보를 왜곡하고 있다.
본 위원회는 이번 총선거를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사적 순간이라 생각하고 이 중요한 선거를 보도하는 한국언론을 지켜보아 왔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는 총선을 앞두고 제대로 된 총선보도를 하지 않았다. 공영방송인 KBS는 저녁종합뉴스에서 지난 1월부터 3월 사이에 매일같이 일기예보와 북한에 대한 소식을 하루에 10여건씩 편성했지만, 총선관련 소식은 한두 개에 그쳤다. 또 다른 공영방송인 MBC의 저녁종합뉴스도 KBS와 다르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보도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남북한 대화와 관계개선을 위한 화해와 평화정착을 위한 보도여야 한다. 남북한의 대립을 통해 전쟁을 선동하고, 증오를 확산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한 보도라고 할 수 없다. 더욱이 공영방송이 맡고 있는 공적 책무와도 무관한 것이다. 최근 편성된 지상파방송의 총선보도도 정책과 후보검증보다는 정치인과 정당을 조롱하고 희화하면서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TV조선과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에서 시작된 편향적이고 악의적인 정치보도가 이제는 지상파와 뉴스전문채널마저 물들게 하고 있다. 또한 여러 미디어에서 앞다투어 시행되고 있는 왜곡된 여론조사는 국민의 눈을 현혹시키고 있다.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선거를 위한 도구로 역할해야 할 언론이 스스로 권력을 탐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없는 개인에게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틀의 역할을 하는 사회적 공기이다. 개인은 언론을 통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를 결정한다. 그러나 현재 제20대 총선거의 보도에 임하고 있는 언론은 사실보도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않고, 현상을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하며 본질을 흐리는 도구로 전락했다. 이에 본 위원회는 언론이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자기성찰과 개혁에 임하도록 다시 한 번 촉구하는 바이다. 본 위원회는 언론의 공공성 구현을 위해, 특별히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넘어 2017년의 대선에까지 이어지는 언론의 선거보도가 사실보도에 입각한 정론으로 바로 서게 하기 위해 보도감시활동 강화는 물론 공공 영역에 있는 모든 언론에 대한 경영과 관리감독에 대한 감시와 의견개진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2016년 4월 1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
위원장 전병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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