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만석 목사
▲한국교회언론회 대표 유만석 목사. ©기독일보DB

우리나라의 많은 청년들 사이에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헬조선․흙수저‘ 타령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왜 이렇게 우리 청년들이 절망하는가? 보수 측의 말대로 좌파 진영이 만들어낸 언어 진지전인가? 일면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이 같은 용어들이 주로 진보언론 쪽에서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선거전에 이익이 될 수 있는 멘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전신에 전이(轉移)되어버린 말기 암처럼 우리 사회 도처에 뿌리박고 있는 악랄한 불공정 게임이다. 기득권과 불공정 파워게임에서 밀리는 우리 청년들이 좌절하고 절망하는 거는 당연지사다.

지난 28일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의하면 청년들이 취업하기를 선망하는 직장들이 4곳 중 한 곳 꼴로 노사 단체협약에 노조원 자녀의 우선·특별 채용을 보장하는 '고용 세습' 조항을 명기해 청년들의 공정한 취업 기회를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용 근로자 1000명 이상의 대형 사업장의 경우 35.1%가 단협에 고용 세습을 명기하였다. 특히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둔 사업장은 조사대상의 37.1%가 노조원의 고용 세습을 보장하고 있다.

고용 세습 조항은 이기권 고용부 장관의 말대로 ‘고용정책기본법상 취업기회 균등보장 규정을 위반하는 명백한 위법’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관행이라는 말로 성행하고 있다. ‘공개채용’ 은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요식 행위였을 뿐이다.

이를 짐작은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막연한 기대로 어쩔 수 없이 응시하는 취준생들의 들러리 노릇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뒤늦게 이를 안 흙수저 청년들이 이 불공정한 게임에 대해 좌절하고 분노하는 것은 필연이다. 어찌 ‘헬조선’ ‘흙수저’라는 자괴감이 들지 않겠는가?

지난 29일 국민일보 1면에는 특종기사로 ⌜로스쿨 ‘불공정 입학’ 의심 상당수 적발⌟ 이라는 제목과 함께, 2면에서는 경북대 로스쿨 신평 교수의 인터뷰를 실은 ⌜정치인․법조인 등 청탁 전화 많아... 보통학생들 피해⌟ 제목의 기사가 이어진다. 신평 교수는 “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가 맞다”며, “로스쿨은 입학에서 취업까지 ‘금수저’에게 너무나 완벽한 제도”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2면 하단에서는 ⌜성적은 요식행위... 교수 면접이 당락 좌우⌟라는 제목으로 교육부와 로스쿨 관계자, 입시전문가들의 설명을 곁들인다. 입시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적 행태는 청년들의 꿈을 꺾어버리는 또 다른 범죄 행태에 다름 아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28일 “조사 과정에서 유명 사립대 로스쿨 부학장조차 ‘잘못된 관행이 많았다’고 인정할 정도”라며 “대대적인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후속 조치로 4·13총선 직후인 다음 달 중순에 있을 조사 결과 발표에서 법조인, 정치인, 교수 등 사회지도층 자녀의 로스쿨 진학 비율을 공개할 예정이라니 지켜 볼 일이다. 대한민국의 법을 수호해야 할 법조인들을 양성하는 로스쿨의 입학 경쟁이 금수저 논란에 휘말리고 있으니 사회의 다른 구석구석들에서 펼쳐지는 불공정 게임의 실태는 어떠하겠는가?

또 지난 17일자 한겨례신문 1면 헤드라인은 ⌜‘금수저 고교’ 서울대 독식 더 심해졌다⌟ 라는 기획 기사 ⟨불평등 입시보고서1⟩였다. 또 7면으로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죽음의 헥사곤’ 전형, 흙수저엔 더 가혹했다⌟라는 제목으로 전면을 할애 하고 있다.

요점은 기존의 입학사정관제를 대체한 ‘학생부 종합 전형’이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강조한 것도 큰 원인이 됐다는 거다. 7명의 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한 기사는 서울대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내신 성적(학생부 교과 성적)과 수능 말고도 학생부, 비교과 활동, 자기소개서(자소서), 면접까지 최대 ‘6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며, 서울대는 수시모집 2개 전형(지역균형선발전형+일반전형)을 100%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 는 것이다. 어디 서울대뿐 이겠는가? 부모로부터 6마리 토끼를 지원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입에서 흙수저 타령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4.13총선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정부와 국회는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청년들의 사회진출에 공정한 게임 룰을 만들고, 이것이 우리 사회에 정착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가득이나 어려운 여건 하에서 불공정 게임을 해야 하는 현실이고 보면, 청년들에게 “힘내라”고 격려하며, 어떤 립서비스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속히 청년들을 좌절케 하는 우리 사회 곳곳에 쌓인 불공정 경쟁의 적폐를 척결하고, 4.13총선을 나서는 국회의원 후보들도 입법으로 이를 척결할 의지가 없다면 아예 국회 진출을 포기해 줄 것을 강권한다. 자신들의 노력과 분투로 당당히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청년들에게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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