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막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여당의 국회의원이 지인과의 통화에서 당대표를 겨냥해 “죽여버려 이 XX, 다 죽여”라고 한 녹취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 나라 국회의원의 품격과 언어수준이 이 정도라는 사실에 실망감을 넘어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에도 국회의원 예비후보 한사람이 한 여성당원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걸었다가 반응이 신통치 않자 듣기 거북한 비속어를 남발한 녹취가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정치권의 독설과 막말은 어제 오늘의 일도, 여야 가릴 일도 아니지만 상대방을 향해 도를 넘는 악담과 욕설, 비방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자라나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과연 무엇을 보고 배울지 기성세대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만약 정치권의 고질병을 그대로 방조 방치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코앞에 다가온 총선 정국으로 예민해진 상황이라 해도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나 품격은 찾아볼 수 없고 상호 비방과 네거티브,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라는 승자 독식이 판치는 정치판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토록 심각한데도 이런 저질 국회의원에 대해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국회 윤리심사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징계를 한다지만 기껏해야 ‘주의’, ‘경고’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제 식구 감싸기’식이다 보니 정치권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국회를 시정잡배들의 놀이터로 전락시키는 저질 국회의원들을 총선에서 표로 심판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품격도 없이 상대방에게 독설을 퍼붓는 정치인, 안하무인격으로 욕설과 막말을 서슴지 않는 저질 국회의원들을 가려내는 일은 공천심사위의 책무이기도 하지만 최종적으로 유권자들의 몫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독설과 막말이 우리 정치권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교회도 깊이 반성하고 매사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일부 교계 지도자들의 도를 넘는 언사는 기독교 공동체 전체에 깊은 상처를 주고 전도에도 막대한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특별히 목회자들은 강단에서 뿐 아니라 사석에서도 말을 가려함으로써 성직자로서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
예수님은 외식하는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을 향하여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마15:11)고 말씀하셨다. 비난과 욕설 등은 언어라기보다 배설에 가깝다.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밖으로 쏟아내는 사람은 성직자가 될 자격이 없다. 인간은 귀 때문이 아니라 입 때문에 망한다는 사실을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다시한번 명심하게 되기를 바란다.
2016. 3. 10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조일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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