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국제부] 美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기간 처음으로 모스크(이슬람 사원)을 찾았다. 3일(현지시간) 메릴랜드 '볼티모어 이슬람 소사이어티'에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만연한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슬람포비아'는 '이슬람공포증' 혹은 '이슬람 혐오증'을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초반 "TV와 영화가 무슬림들을 굉장히 왜곡되게 묘사한다"고 지적하고, "9.11사태와 파리 테러, 샌버나디노 무슬림 총기난사 등으로 말미암아 테러와 신앙을 뒤섞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도 "일부 무슬림들이 이슬람 해석을 왜곡되게 하고 있으며,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 지적했지만, "무슬림 자체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테러리스트들의 선동에 놀아나는 것"이라 했다.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 무슬림들에게 하고 싶은 두 단어는 "감사합니다"(Thank you)라고 말하고, 미국 내 무슬림들이 공동체를 섬기고 강하게 만들었으며, 이웃과의 삶을 제고하고, 하나의 가족으로 단결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에서 기독교인을 향해 "편견을 방관하는 이들이 되지 말자"고 말하고, "미국의 다수를 차지하는 동료 기독교인들에게 말하고 싶다"면서 "우리가 '종교의 자유'를 진지하게 여긴다면, 어떤 한 종파를 공격하는 것은 다른 종파 모두를 공격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깨달으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 이슬람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면서 "미국 내 무슬림들은 (미국) 건국을 돕기도 했다"고 말하고,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토머스 제퍼슨, 존 애덤스 전 대통령 등도 '쿠란'(이슬람 경전)을 지니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의 미국 내 이슬람에 대한 경계가 너무 많은 테러로 말미암아 발생된 결과라고 지적하고, 이런 상황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흑인이 이제 TV에 나오는 것처럼, 테러와 관계 없는 무슬림들이 TV에 등장해야 한다는 식의 설득도 이뤄졌다.
또 공화당 대선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가 그동안 내뱉었던 이슬람 비판들을 의식한 듯, "최근 미국 내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용서할 수 없는 정치적 발언들을 듣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박하고, "미국 사회 특정 종파에 대한 편협함은 단결을 저해한다"면서 이 문제가 정식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이슬람포비아로 말미암아 무슬림 어린이들이 미국에서 추방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본인도 테러에 대해 우려하지만, 극소수 무슬림의 폭력 때문에 무고한 무슬림들이 비난 받아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이야기 했다. 또 무슬림 자녀들이 왕따 당하고, 모스크가 파괴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불평등한 행위'라 규정하고, "미국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이라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 계속해서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이다"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모스크 방문을 피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이슬람포비아가 미국 내 만연해지자, 오히려 약자가 된 온건 무슬림들을 지지하기 위해 이번 방문길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모스크 연설 전 무슬림 종교 지도자들과 모임을 갖고, 종교자유와 관용 등의 주제로 대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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