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노
▲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헬조선>(Hell Chosun)이라는 희안한 신조어가 해가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그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영어와 우리말의 조합이 그렇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19세기 봉건 시대의 국호를 갖다 붙인 것도 뜬금없습니다. 그럼에도 이제 <헬조선>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쓰는 네티즌들만의 속어가 아니라 언론매체들의 헤드라인에까지 등장하며 버젓이 관용어의 지위까지 누리고 있습니다. <헬조선>이란 말은 문자 그대로 <지옥 같은 조선>이란 뜻입니다.

제 나라를 지옥이라고 부르고, 한반도를 <불반도>라고 부르는 젊은이들, <헬조선>과 지옥의 다른 점은 지옥은 나쁜 사람들이 가는 곳이지만, <헬조선>은 착한 사람들이 고통당하는 곳이라고 말하는 젊은이들의 자조적인 확신이 우리를 더욱 절망스럽게 합니다. 지금은 분명 21세기 대한민국이건만 여전히 조선시대나 다름없는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의 계급사회, 신분사회여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지옥불을 벗어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입니다.

최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외교 전문지인 <더 디플로마트>(The Diplomat)가 <헬조선>에 관한 기사를 썼습니다. 매체는 <헬조선>을 <젊은이들이 꿈이 박살 난 현 대한민국을 19세기 봉건왕조와 같은 계급사회로 규정하고 그 시대 사람들이 쓰던 국호를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온라인 매체 <착착>(Zak Zak)도 <헬조선> 담론을 언급하며 <정말 한국에서 젊은이로 산다는 것은 지옥과도 같다>, <세월호, 재벌 2세들의 갑질, 청년 실업 등으로 한국의 청년들이 최악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며 터져나온 비명이 바로 ‘헬조선’이라>면서 젊은이들의 시선으로보면 <지금 한국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최근의 OECD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 만족도는 전체 32개국 중 29위였습니다. 지난 해 6월에 발표된 갤럽 조사 결과도 조사대상 145개국 중 우리나라의 삶의 질 만족도가 117위였습니다. 지난 해 9월 5일 대학생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향신문>의 여론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응답자의 70.4%가 가능하다면 이민을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70%가 해외로 이민을 가고 싶다니... 정말 <헬조선>이 실감나는 위기스런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3포(취업, 결혼, 출산>를 얘기하더니, 다음은 5포(+ 내집 마련, 인간관계), 이제는 <7포 세대(+ 꿈, 희망)라고 전해라~> 그럽니다.

하기야 주님은 이미 2천 년 전에 당시 유대 사회를 <헬세상>으로 규정하셨습니다. 그랬기에 처음부터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시며 공생애를 시작하셨고(막 1:15), 부활하신 후 40일간 땅에 계실 때도 오직<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시다>(행 1:3) 승천하셨다고 합니다. 처음 제자들을 세상으로 내보내실 때도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마 10:16)고 하셨습니다. 이리가 득실대는 헬세상, 오죽하면 사탄의 상징인 <뱀처럼 지혜로우라>고 하셨을까요?

그렇습니다. <헬조선>의 해법, 처방, 대안은 단연코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지옥>의 대척 세계인 <하나님의 나라>는 공정하고 공의롭고, 공평한 세계요 이리와 어린 양, 표범과 어린 염소가 함께 살며, 송아지와 사자와 어린 아이가 같이 뒹굴고,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치는 낙원이며 그 어디에도 해함이나 상함이나 차별이 없는 더불어 사는 세계라고 했습니다(사 11:6-9).

2016년 1월 현재 대한민국을 <지옥>이라 부르고, <수저> 계급사회로 단언하는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을 위해 우리 한국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 옛날 주님이 하셨듯 오직 하나님의 나라를 증거하고 실현하고 관철하는 일뿐임을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노나라의 별이 보내는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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