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앞두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가 시기적으로 3월 말쯤입니다. 이 시기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매우 큰 기후를 보이는데 그 날이 얼마나 추웠는지, 하지만 예수님께서 얼마나 기도에 전념하셨는지는 그 현장에 서보지 않으면 잘 느껴지지 않아요. 현장을 이해하면 막연했던 신앙이 뚜렷해지고 믿음의 확신이 생기게 됩니다. 창세기 12장부터 사도행전 12장에 이르기 까지 '성경이 기록된 땅 이스라엘'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조지아크리스찬대학(총장 김창환)에 새롭게 문을 연 성서지리연구원 원장 이주섭 목사를 인터뷰했다.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1992년부터 2003년 미국에 오기 까지 10년 가량 이스라엘 현지 예루살렘대학과 히브리대학에서 히브리어를 공부하고,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그는 '성경의 땅 모형제작'을 앞두고 있다.
성경의 땅 모형제작은 창세기 12장부터 사도행전 12장까지 성경이 기록된 대부분의 배경이 된 이스라엘 지형을 30만분의 1로 축소해 약 120센티미터 길이로 입체적으로 제작된다. 이스라엘 땅은 남북 150마일, 동서는 길어야 70마일에 이르는 작은 땅이지만 서쪽은 지중해, 동쪽은 사막에 접해 있으며, 예루살렘 성은 해발 800미터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등 다양한 지형과 기후를 갖고 있다. 이런 지리적 특성으로 성경의 말씀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도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괴리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바로 그 자리에 서야만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목사는 구약은 물론이거니와 신약의 많은 부분을 기록한 바울 역시 유대인이었고 유대문화에서 자라고 공부했기 때문에 성경은 유대적 배경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울이 전하고자 했던 '구약에 기록된 모세 율법이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어떻게 구원에 이르는 복음이 되었는지' 이해해야 하는데, 유대적, 히브리적 배경을 제외하고 서신서를 보면 공중에 떠 있는 모양이 된다'고 덧붙였다.
"히브리어나 헬라어, 그리고 유대인들의 생활 습관이나 문화 등은 다른 자료를 통해서도 학습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의 역사와 지리는 현장을 떠나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바로 그 땅에 발을 딛고 서야만 비로서 가슴에 와 닿는 거죠. 성경의 땅 모형제작은 그런 의미에서 이스라엘 현지를 직접 가지 않고도 성경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사용하도록 세밀하고 사실감 있게 제작할 계획입니다."
성서지리연구원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 이주섭 목사는 약 4년간 성경의 지리적 배경, 고고학적 발굴, 유대인들의 생활과 풍습, 역사와 문화 등에 관한 글을 매주 써서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에게 보내고 있다. 그를 통해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의 중요성을 알게 된 목회자들이 뜻을 모아 이주섭 목사가 전적으로 이 사역에 헌신할 수 있도록 격려와 조언, 그리고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성경이 기록된 땅을 직접 보겠다는 결심으로 이스라엘을 찾아간 이주섭 목사는 유학시절 본과 공부를 하기 전에도 틈이 날 때마다 직접 이곳 저곳을 탐사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 관광 책자와 지도를 사서 다니다 본 공부를 시작하자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고.
"벳바게를 가보고 싶어서 자료를 사서 다녀왔는데 전공 공부(성읍과 고대도로)를 할 때 보니 제가 다녀온 길과 위치가 다른 거예요. 내적 충격이 왔어요. 그 동안 내가 혼자 공부한 것이 과연 옳은 건지 틀린 건지 혼란스러워 당시 지도교수인 Anson Rainey 교수님에게 물어봤죠. '내가 Historical Geography'를 공부하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습니까?'. 교수님은 '프라이머리 소스(1차적 자료)만 다뤄라. 그걸 다룰 수 있는 학문적 능력을 갖추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히브리어는 히브리어로 읽고, 발굴 현장에서 뭐가 나오면 누군가 해석해 준 자료가 아닌 그 자체를 보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라는 말이죠. 그래서 성경의 사실적 배경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앞으로 성서지리연구원에서는 일년에 두 차례 이주섭 목사가 인도하는 이스라엘 현장학습을 전반기 2-3월 경에는 꾸준히 참여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후반기 7월에는 조지아크리스찬대학 교육프로그램으로 연계해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려고 한다.
"성서지리연구원을 통해 인도되는 성경의 현장학습은 보통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성지순례' 혹은 '현지 답사'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기념교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연구원에서 제공하는 현장학습은 성경의 사실적인 배경을 학습하는 일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브라함이 벧엘과 아이 사이에 제단을 쌓았던 곳, 삼손이 딤나 여인을 사랑하며 오갔던 길, 예수님께서 갈릴리에서 복음을 전하셨던 그 현장, 특히 예루살렘과 여리고를 연결했던 고대 도로에서 복음서를 읽으면 벅찬 감동을 가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소들은 지도에도 표시가 되어 있지 않으며, 이정표도 없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습니다. 기념 장소에 가면 예수님께서 남기셨다는 손자국, 발자국과 같은 신화 같은 내용은 성경 말씀과 교묘하게 결합되어 찾는 이들로 혼란스럽게 합니다. 성경의 바로 그 현장, 바로 그 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읽으면, 이전엔 믿었어도 막연했던 신앙이 강렬한 믿음에 이르게 됩니다."
또한 개 교회 부흥회를 통해 성도들에게 사실적 배경에 따라 성경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소개하고 성경을 다시금 보게 하는 기대감과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한다. 가령 성경 속 다윗을 신화적인 인물로 혹은 막연하게만 알던 성도들에게 그가 강한 지도력으로 이스라엘 통일 왕국을 이끌었다는 사실을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얻어진 자료로 설명해주면 믿음에 확신을 더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서지리연구원이 위치한 애틀랜타 지역에서는 10주 프로그램을 열어 지역 성도들과 목회자들을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리소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가장 임박한 프로젝트가 '성경의 땅 모형제작'과 고고학적 발굴에 관한 책자 출판으로, 두 가지 모두 적어도 6월 전에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성경의 땅 모형제작'은 학습 자료와 설교 자료로 교회와 개인이 구매할 수 있으며, 책의 주제는 '지난 백 년간 성경을 해석하는데 큰 도움을 준 10 가지 고고학적 발굴과 지난 십 년간 최근에 발견된 고고학 발굴 중 성경 해석에 영향을 준 25가지'를 담고 있다.
앞으로 성서지리연구원은 조지아 아틀란타를 본부로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지역, 시애틀과 뉴저지, 텍사스 등지에 지부를 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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