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이종전 교수] 신드롬(syndrome)이란 증후군이라고 번역한다. 한데 요즘 난데없는 신드롬이 전국을 휩쓸었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한국사회에 만연된 좌절감, 허탈감, 불만 내지는 소망을 가질 수 없는 현실에서 방황하는 국민들의 마음에 일시적으로나마 위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 때문일지 모른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기회를 이용해서 개인이나 집단의 목적을 위한 약삭빠른 사람들의 재빠른 활용 능력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현상일 수도 있다.
어떻든 TV든, 라디오든 온갖 언론과 사람들이 침이 마르도록 교황을 말하고 있다. 그 중에도 눈에 띄는 말들을 보면 그가 한국에 와서 타게 될 차, 머물게 되는 숙소, 먹는 음식, 게다가 행사 당일에 입게 될 옷부터 시작해서 지나가다가 아이를 몇 번 만졌고, 아이들에게 키스를 몇 번 했고, 검소하고, 서민적이고, 사람들과 가까이 하기를 좋아한다는 등 온갖 수식어들이 만들어지고 또 회자되고 있다.
한 종교의 지도자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유독 이번 가톨릭 교황의 방문과 관련해서 언론과 국민들 모두가 천편일률적으로 칭찬과 놀라움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가톨릭과 교황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그렇게 말하는가? 다른 종교의 지도자를 단순히 헐뜯고 비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 또한 공존하는 사회에서 합당하지 않을 것이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불만과 회의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만들어낸 신드롬인 것도 사실이 아닐까.
물론 이러한 사회적 역사적 현상을 파악한 사람들이 이것을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잘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보인다. 그것이 가톨릭교회의 입장이다. 또한 이것을 이용하려는 것은 가톨릭만이 아니다.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서 자동차회사는 교황이 타는 차를 제공함으로 교황의 명성과 함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자기 회사의 차를 제공했고, 침대회사도 교황이 묵을 숙의 침대를 제공하겠다고 했다가 거절을 당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처럼 교황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이용하려고 하는 아이디어들이 속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번 교황의 방문이 주로 충남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가 보니 그 지방에서는 지자체장들이 교황이 자신의 지역을 통과만이라도 하게 일정을 잡아달라는 청탁이 대단했다는 후문도 들렸다. 어떤 자치단체는 교황이 머물지 못하더라도 자나는 길에 거쳐서만 가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결국 안 됐다는 말을 들으면서 교황신드롬의 위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그만큼 우리 사회에 불만과 회의가 많고 깊다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만큼 국민들이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들이 종교와 관계없이 그 돌파구를 찾으려는 현상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현상을 파악한 가톨릭교회의 지도자들은 기발한 기획을 통해서 교황의 방한과 함께 신드롬을 극대화시켜 몇 배의 효과를 보려는 목적을 달성한 것이 아닐까.
이러한 상황에서 교황을 비판한다면 어리석은 사람, 종교적으로 편협한 사람이나 종교라고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교황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드롬은 신드롬일 뿐이기 때문이다. 꿈에서 깨어나 현실이 아니었다고 자각하는 순간 아쉽고 허탈한 마음이 잠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교황 신드롬이 지나면 다시 허탈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신드롬에 젖고 싶어하는 것은 현실적인 회의와 좌절감에서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에 남겨진 것은 우리 자신이고,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우리가 풀고, 우리가 극복해가야 한다. 신드롬은 신드롬 일 뿐이지 그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절대자가 아니며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지니가 아니다. 인간이 필요할 때 요청하면 언제든지 나타나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능력자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문제와 갈등은 물론 세월호문제까지 그 앞에 가지고 나가서 해결을 요청하는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는지. 그는 한 종교의 지도자로서 종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왔다. 그것을 그 종파는 종파대로 정치, 경제, 사회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은 그들대로 이용해서 자신들의 목적을 극대화하려고 했을 뿐이다.
이제 그가 다녀간지 보름이 지났다. 우리 사회 어디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교황신드롬을 주도했던 언론들은 어디에 있는가. 신드롬을 통해서 남겨진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극복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씨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안에서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어야 한다. 교황이 다녀갔지만 남겨진 것은 그대로고 그것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마치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될 것처럼 법석을 떨었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교황에게서 모든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백성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교황이 전능자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그 역시 바티칸에서 종교적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한 사람일 뿐이다. 그것은 2천년 역사에서 선임교황이 별세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황의 자리에 오른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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