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피겨스타 아사다 마오(24)가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자신감에 가득찬 모습으로 일본에 입성했다.
25일(한국시간) AP통신·아사히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아사다는 2014소치동계올림픽을 마치고 이날 일본으로 돌아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사다는 현역 생활 지속 여부에 관해 질문을 받고 "아직 또 다른 경기가 남아 있다. 그때 쇼트와 프리 모두 완벽하게 연기해 국민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3월 자국의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4세계선수권 우승 의지를 강력히 내비친 대목이다.
아사다는 "(현역 지속 여부는)아직까지는 (가능성이)반반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자회견 서두에 "소치에서 메달을 못 가져 와서 매우 유감이고 몹시 분하다"고 말한 것으로 볼 때 2018평창올림픽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선수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아사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번 밝혀왔다. 일본 언론도 아사다의 소치올림픽 이후 은퇴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 아사다는 은퇴 의사를 번복하고 현역 유지 의사를 나타냈다.
이처럼 아사다의 마음이 바뀐 것은 소치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통해 자신감을 찾은 덕으로 보인다.
아사다는 지난 20일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트레이드 마크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에 실패하는 등 실수를 연발하면서 55.51점을 얻는 데 그쳐 16위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큰 기대를 가졌던 열도는 실망했고, 비난이 쏟아졌다. 일본의 모리 요시로(77) 전 총리는 "걔(아사다)는 중요할 때마다 넘어진다"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올림픽 이후 은퇴는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음날인 21일 프리 스케이팅에서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해내는 등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142.71점을 따냈다. 프리만 따진다면 금메달리스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49.95점)·은메달리스트 김연아(144.19점)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점수였다. 게다가 소트니코바가 홈 어드밴티지로 가산점을 과도하게 많이 받은 것이라고 본다면 아사다의 프리 점수는 상대적으로 더 높아지는 셈이다.
높은 프리 점수에 힘입어 아사다는 최종 합계 198.22점을 기록하며 일약 종합 6위로 치솟았다.
쇼트의 저조한 성적 탓에 순위권에서 멀어졌던 아사다가 마음 비우는 법을 깨달으면서 프리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이라는 해석이 쏟아졌다. 아사다가 이번 프리처럼만 마음을 잡는다면 향후 더 좋은 성적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이어졌다.
아사다의 자신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리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행한 답변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사다는 "사실 그런 발언이 있었다는 얘기는 대회가 끝난 뒤 들었다"면서 "사람이니까 누구나 실패한다. 그리고 실패하고 싶어서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고 섭섭한 마음을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아사다는 "나는 정말 신경쓰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분(모리 총리)이 지금쯤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도발적인 답변을 했다.
이를 두고 AP통신은 "아사다가 모리 전 총리에게 잽을 날렸다"고 적었고, 아사히 신문은 "기자회견장이 폭소에 휩싸였다"고 기술했다.
가장 큰 장벽이었던 라이벌 김연아가 은퇴한 무주공산의 세계 피겨계에서 아사다가 사이타마에서 이제 더 이상 홈 이점을 업을 수 없게 된 소트니코바·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 등 '러시아세'를 잠재우고 '원톱'의 자리를 굳힐지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