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출전하지 않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은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피겨여왕' 김연아(24)와 여자 싱글에서 맞붙을 경쟁자들의 컨디션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9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쇼트프로그램이 한국 피겨 팬들에게도 적잖은 관심을 끈 이유다.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신예들의 매서운 성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예상 또한 나오고 있다.
신예들 가운데 김연아의 주요 경계 대상으로 꼽히는 인물은 러시아의 유망주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와 그레이시 골드(18·미국)다.
골드는 이날 쇼트프로그램에 나서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리프니츠카야의 성장세는 단연 돋보였다.
리프니츠카야의 쇼트프로그램 난이도는 김연아 못지 않게 높다.
리프니츠카야의 쇼트프로그램 구성요소 기본점은 31.93점이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구성요소 기본점은 리프니츠카야보다 조금 높은 32.03점이다.
두 선수의 기본점 차이가 0.1점에 불과하다. 레이백 스핀을 레벨4(포)로 처리하는 리프니츠카야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점수차다. 김연아는 레이백 스핀을 돌 때 발을 끝까지 들어올리지 않아 대부분 레벨3(스리)를 받는다.
문제는 가진 구성요소를 얼마나 잘 펼쳐보이느냐다. 김연아에게 비해 경험이 적은 리프니츠카야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긴장하면 난이도 높은 구성요소도 소용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날 펼쳐진 단체전 여자 쇼트프로그램에서 수많은 관중의 함성 속에서도 리프니츠카야는 전혀 위축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기술점수(TES) 39.39점, 예술점수(PCS) 33.51점 등 총 72.90점을 받아 10명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워낙 점프가 좋은데다가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유연성을 앞세운 스핀도 일품이었다. 스텝시퀀스에서 레벨3를 받은 것이 유일한 흠이라면 흠이었다.
리프니츠카야의 쇼트프로그램 첫 구성요소는 김연아와 마찬가지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다.
이 점프를 뛸 때 트리플 러츠에서 롱에지를 범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날은 그같은 판정을 받지 않았다. 리프니츠카야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뛰어 수행점수(GOE) 1.40점을 챙겼다.
그는 나머지 점프인 더블 악셀과 트리플 플립도 무난하게 성공해 각각 0.64점, 0.70점의 GOE를 얻었다.
플라잉 카멜 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는 모두 레벨4를 받은 동시에 1.00점, 1.36점의 두둑한 GOE까지 수확했다.
기술 위주의 연기를 선보여 높은 PCS를 받지 못했던 리프니츠카야가 이날 받은 PCS는 개인 최고점수다.
지난해 11월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받은 32.61점이 이전까지 리프니츠카야가 받은 PCS 가운데 가장 높았다.
리프니츠카야는 전환·연결 항목에서 8.07점을 받았을 뿐, 안무·구성 항목과 스케이팅 기술 항목, 연기·수행 항목, 해석 항목에서 모두 8.40점이 넘는 점수를 받았다. 특히 안무·구성 항목에서 8.54점을 얻었다.
리프니츠카야가 여자 싱글에서도 이날처럼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김연아에게 적잖은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는 '안방'의 이점 또한 안고 있다.
오히려 김연아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24·일본)는 64.07점을 받고 3위에 머물렀다.
그가 주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트리플 악셀이 다시 한 번 발목을 잡았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뛴 후 착지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GOE를 1.50점이나 잃었다.
트리플 플립은 무난하게 뛰었으나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도 레벨3 밖에 받지 못했다.
트리플 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도 약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아사다는 스텝시퀀스에서도 레벨3에 만족해야 했다.
엉덩방아를 찧는 바람에 감점 1점까지 더해져 아사다는 다소 실망스러운 점수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아사다가 연기를 마친 후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은 트리플 악셀 실패 뿐만 아니라 스핀·스텝시퀀스에서의 아쉬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