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결점을 찾아보기 힘든 스케이터로 거듭나며 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상화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 1차 레이스에서 36초57로 결승전을 통과,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이상화의 레이스는 완벽에 가까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록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이상화는 첫 100m를 10초16으로 통과했다. 이상화가 첫 100m에서 10초10대 기록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이상화의 막판 스퍼트도 놀라웠다. 이상화는 나머지 400m를 26초41로 주파했다. 이는 역대 여자 500m에서 나온 막판 400m 구간기록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다.
종전까지 여자 500m의 후반 400m 랩타임은 이상화가 지난 1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세운 26초53이 최고 기록이었는데 이를 0.12초나 단축했다.
이상화의 잇단 세계신기록 행진이다. 좀처럼 한계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 월드컵 6차 대회에서 36초80을 기록한 이상화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36초74로 세계기록을 갈아치웠고, 이번에 또 다시 0.17초나 기록을 줄였다.
0.01초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여자 500m에서 6일만에 기록을 0.17초나 단축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상화가 안정된 자세로 스케이팅을 하는 덕에 결점없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 대한빙상경기연맹 김관규 전무이사의 평가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끌었을 당시 이상화를 지도했던 그는 "캘거리 때에도 잘 했는데 오늘은 더 잘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 전무이사는 "전반적으로 자세가 안정됐던 것이 좋은 기록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00m를 뛰어나올 때 상체가 흔들리게 될 수 밖에 없는데 이상화는 흔들림이 없다. 덜 흔들리면 속도가 나온다. 자세가 낮아 '옆방향 킥'도 잘 됐고, 끝까지 흔들림없이 자세를 유지하면서 좋은 레이스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자세를 낮추면 일단 공기의 저항을 줄일 수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는 공기 저항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기록에 차이가 있다. 해발이 높은 곳이 위치한 캘거리,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오벌에서 유독 세계신기록이 많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동시에 '옆방향 킥'도 좋아지면서 속도가 붙었다. 빙판 위에서 속도를 내려면 스케이트날을 옆으로 밀어야한다. 이를 두고 빙속 지도자들이 '옆방향 킥'이라고 한다. 이는 자세가 낮아야 잘 이뤄진다.
이상화는 안정된 자세 덕에 상체의 흔들림이 적었다. 흔들림이 적어 속도를 올리는데 도움이 됐다.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려면 하체가 중요하다. 이상화는 누구보다 고된 훈련을 소화, 탄탄한 하체를 자랑하고 있다.
좀처럼 만족하지 않고 고된 훈련을 이겨낸 덕분에 완벽한 자세, 결점없는 레이스가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 100m가 약점이었던 이상화는 단거리 선수 출신인 케빈 오벌랜드 코치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고 계속해서 집중 훈련을 소화, 약점을 완전히 극복했다.
500m가 주종목이면서도 1000m 훈련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나머지 400m에서도 흔들림없이 자세를 유지하며 레이스를 펼칠 수 있는 힘을 갖출 수 있게 됐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첫 100m에서 살짝 흔들린 것과 3, 4번째 코스에서 약간 바깥쪽으로 돈 것이다.
김 전무이사는 "첫 100m 구간의 4번째 스트로크에서 약간 주저앉는 느낌이 들었다. 뛰다보면 그럴 수 있는 것이고, 그 이후에는 완벽했다"면서도 "세 번째, 네 번째 코너 쪽에서 약간 바깥쪽으로 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웃코스였으니 더 바짝 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