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깊이 묵상하는 고난주간이다. 고난주간은 예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한 후 빌라도 법정에서 사형 언도를 받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부활주일 직전까지의 일주일로 한국교회,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겐 신앙을 재점검할 좋은 기회다.
교회력에서 고난주간은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개선 입성한 것을 기념하는 종려주일부터 시작된다. 수요일에 12제자 중 하나인 가룟유다의 배신, 목요일에는 최후의 만찬, 금요일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운명한 날을 기념한다. 예수님이 운명하신 후 십자가에서 내려져 무덤에 장사된 토요일로 고난주간이 끝난다.
고난주간이 기독교의 중요한 절기로 정착하게 된 건 초대교회 때부터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고난주간 매 요일마다 일어난 사건을 되짚으며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고 각자의 신앙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았다. 한국교회가 이 주간에 특별새벽기도회와 금식기도, 절제와 경건의 시간을 가지며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고난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그런 전례에 따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난주간의 시작 일인 종려주일에 예수님은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다. 그런 예수님을 향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라고 외치며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어 열렬히 환영했다.
그런데 이런 뜨거운 환대는 곧 차가운 멸시와 천대로 바뀌었다. 이들이 기다린 건 자신들을 로마의 압제에서 해방할 정치적 영웅이었는데 예수님이 화려한 마차 대신 초라하기 짝이 없는 어린 나귀 새끼를 타고 등장하자 기대가 실망으로, 환호가 분노로 돌변한 것이다. 이들의 표변은 빌라도 법정에 선 예수님을 향해 “십자가에 못막으라”는 조롱과 분노로 절정을 맞았다.
고난주간의 주제는 예수님이 제자 중 한 사람인 가룟 유다에게 배신당하고 그 후에 빌라도 앞에서 군중과 로마 병정에게 온갖 모욕과 수치를 당한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죄인인 나를 구원하기 위해 흠결이 없는 예수님에게 내가 지은 더러운 죄가 전가되는 구속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상징적 장면이다.
하지만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총을 하나의 정형화된 틀 안에 가두는 게 문제다. 이를테면 우리가 지은 죄의 댓가로 예수님이 대신 채찍질 당하고 침뱉음을 당했으니 나 대신 고난 당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그 은혜에 감사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거다.
예수 그리스도가 내 죄를 짊어지시고 나 대신 형벌을 당하신 건 두말할 필요 없는 은혜요 사랑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치면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의미가 희석된다. 금식하고 절제 생활을 하는 행위만으로 어찌 주님이 당하신 고난을 대신할 수 있겠나.
예수님이 고난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의미는 영적 무지에 대한 통렬한 깨달음에 있다. 당시 유대인들은 자신들을 정치적 압박에서 해방할 통치자를 고대했다. 구약시대에 하나님이 약속한 메시아의 형상을 자신들의 세계관에 가두고 막상 자신들이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자 가차없이 내치고 짓밟았다.
그렇다면 오늘 나는 당시 유대인들의 모습과 다르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내 안에 모셔 들인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왕인가. 혹시 예수님을 나의 욕망을 채워줄 판도라 상자로 정형화해 놓고 매일 매일 그 상자를 열어 새로운 메시아가 출연하길 고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난주간이 이 땅의 모든 교회에 던지는 질문이 있다. 한국교회,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 선교 140주년은 지나온 시간 못지않게 앞으로 가야 할 방향성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30 세대 청년 10명 중 1명만 기독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전체 국민 중 기독교인 비율은 17%였다. 그러나 20대는 그에 절반인 9%, 30대는 11%인 것으로 보고돼 2030 세대에서 유독 기독교 이탈이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조사에서 한국교회 '가나안 성도' 비율은 최근 10년 새 10%에서 2.5배로 급증한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20대의 교회 이탈 비율은 45%로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 교회의 지속 가능성과 다음 세대 신앙 전수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젊은 세대의 기독교 이탈 현상이 날이 갈수록 가속화되는 추세다. 지난 2017년에도 같은 조사가 발표됐었는데 그때와 비교할 때 비해 20대와 30대 모두 기독교인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 것이 말해준다.
지금 모든 교회가 고도 성장기를 지나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단지 교인의 수적 감소를 말하는 게 아니다. 교회가 복음의 빚진 자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부터 사회의 어둠을 몰아내고 진리의 빛을 발하는 역동성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교회 스스로가 회의적이다.
한국교회가 역동성을 잃어가는 시점에서 교회의 허리라 할 수 있는 청년 세대의 이탈은 한국교회에 치명적이다. 한국교회의 침해가 여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혹시 교회마다 조직과 규율이라는 정형화된 틀 안에 나도 모르게 예수 그리스도를 가두어놓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것이 변화를 멀리하게 된 근본 원인이 아닐까. 이 고난주간에 한국교회가 현재를 넘어 교회의 앞날을 위협하는 문제의 본질에 대해 깊은 자성과 함께 영적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를 누구보다 주님이 가장 고대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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