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토볼트 이야기』
도서 『토볼트 이야기』

20세기 유럽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 작가 로베르트 발저(Robert Walser)의 작품집 『토볼트 이야기』가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이번 출간은 발저 문학의 핵심을 담고 있는 주요 연작을 국내 독자에게 선보이는 뜻깊은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토볼트 이야기』는 1912년부터 1917년 사이에 발표된 작품들을 모은 연작으로, 모두 '토볼트'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토볼트는 이름만으로도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현실과 비현실, 개인과 사회, 내면과 외부 세계 사이를 넘나들며 발저 문학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현하는 상징적 인물이다.

이 책에는 산문, 운문 희곡, 짧은 소설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형식의 글이 실려 있다. 발저는 이러한 실험적인 구성 속에서 낯설고 모호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독자에게 통념을 흔드는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작품 곳곳에는 그가 평생 동안 천착했던 존재론적 질문과 문학적 실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토볼트 이야기』를 관통하는 중심 개념은 이른바 '하인 정신(Dieneridee)'이다. 발저는 이를 "문자 그대로 종이 되고자 하는, 심지어 종이 되어야만 한다고 느끼는 토볼트의 기이한 착상"이라 설명하며, 그것이 단지 타인을 섬기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자기에 대한 존중과 자각까지 포함된 윤리적 태도라고 말한다. 이 하인 정신은 발저 문학의 핵심 윤리이자, 세계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이어진다.

수록된 작품들 속에서 토볼트는 언제나 가장 낮은 자리에서 타인을 섬기며, 동시에 그러한 섬김이 존중과 응답을 얻는 세계를 이상적으로 꿈꾼다. 겸손하고 조용한 어조로 진행되는 서사는 오히려 독자에게 더 깊은 여운을 남기며, 발저가 바라본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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