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품에 대한 고율의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패션 및 뷰티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생산 공장을 집중해온 K패션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베트남산 제품에는 46%, 인도네시아산 제품에는 32%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한국은 25%, 중국은 34%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국내 주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및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들은 동남아 지역을 거점 삼아 미국 시장을 겨냥한 의류 생산을 진행해 왔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이번 조치의 파급력을 분석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세실업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으며, 베트남 내에만 의류 봉제와 원단 가공, 염색 및 워싱을 위한 15개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주요 고객사는 타깃(Target), 월마트(Walmart), 갭(GAP), 올드네이비(Old Navy)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이다.
한세실업은 최근 미국 섬유 제조업체 텍솔리니(Texollini)를 인수해 '메이드 인 USA' 라인 확대에 나섰으며,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지역으로 생산 기지를 분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증권가는 미국의 고율 관세가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정지윤 연구원은 “관세 인상에 따른 소비 둔화로 인해 주문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세실업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세실업 주가는 장중 7% 이상 하락하며 1만 원선 아래로 밀려났다.
글로벌 브랜드 자라(ZARA)와 망고(MANGO)의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세아의 계열사 세아상역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중남미에 다수의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스포츠 의류 기업 테그라(Tegra)를 인수하며 북미 시장 대응을 강화했다. 테그라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본사를 중심으로,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등지에 5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영원무역도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두고 있으며, 방글라데시산 제품은 이번 조치에 따라 37%의 관세가 부과된다. 주요 생산 품목은 노스페이스, 룰루레몬(Lululemon), 파타고니아(Patagonia) 등 미국 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들이다.
이 외에도 제이에스코퍼레이션, 화승엔터프라이즈 등 여러 국내 의류 제조사들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생산 기반을 두고 미국 브랜드 제품을 OEM·OD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어, 전반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뷰티 업계는 이번 관세 조치를 위기로만 보지 않고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 수출되는 주요 화장품 수입국에도 유사한 수준의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보여 경쟁 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고품질, 고기능성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관계자도 “현재 구체적인 관세 적용 여부와 범위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내에 자체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화장품 ODM·OEM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 중이며, NH투자증권은 한국콜마 미국 법인의 실적이 관세 환경 속에서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고 이날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한국산 화장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고객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가동 중인 미국 1공장과 상반기 중 완공 예정인 제2공장을 적극 활용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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