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원로목사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 교단 본부 앞에서 교단 내 친 동성애 및 좌경화 흐름에 우려를 표하고 교단이 이를 바로잡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감리교 소속 목회자들과 감리교신학대학 재학생들에 이어 원로목사들까지 시국 선언 대열에 합류하면서 진보 성향이 강했던 교단 내 기류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전국원로목사연합회 회원인 원로목사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먼저 교단 내에서 불거진 동성애 이슈에 대한 소회부터 밝혔다. 퀴어축제에서 축복식을 거행해 교단에서 출교된 목사가 불복해 세상 법정으로 가고, 하나님의 복음의 진리를 가르쳐야 할 신학교가 인간의 사상과 소견을 우선하는 교육에 매진하는 것을 보고 참담함을 느꼈다는 거다.
이들은 교단 신학대학에서 교수들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난국에 신학교 교수들의 한쪽으로 치우친 행보를 보며 (신학교 교육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침묵하며 기도만 하는 것은 주님 앞에서 우리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입장을 밝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원로목사들은 기감 제36회 행정총회에서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한 것을 들어 “3개 신학대학교(감신·목원·협성)와 감리교회의 각 연회와 지방회 총회가 이 사실을 기억해 가르침에 위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한 후 “퀴어집회에서 축복식을 행하여 연회와 총회에서 재판받고 있는 목사들에 대해 해당 심사위원회와 재판위원회는 교리와 장정대로 엄히 치리하라”고 주문했다.
또 12.3 비상계엄이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 시국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지 않았으면,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해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공의로운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하나님 앞에서 바른 판결을 하라”고 촉구했다.
교단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김정석 감독회장을 비롯한 연회 감독들에게 “대한민국이 좌경화되고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이때, 침묵하지 말고 성경 말씀과 하나님의 질서대로 선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광풍은 좌파세력들의 준동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며 “이를 단호히 물리쳐 나갈 것”을 천명했다.
원로목사들에 앞서 기감 소속 목회자들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국 선언을 발표했다. 기감 거룩성회복협의회(감거협) 소속 목회자들은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거대 야당이 대통령을 비롯해 행정부와 사법부를 겨냥한 탄핵을 지금까지 무려 30번이나 계속해 왔고 지금도 진행형”이라며 “이는 민주당을 지키려는 방탄탄핵이자 사기 탄핵”이라며 야당의 연쇄 탄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시국 선언에 동참한 40대의 염보연 목사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정치적 승리가 아닌,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라며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대통령의 탄핵으로 법치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교내 게시판에 붙였다가 교직원에 의해 두 번이나 훼손당하는 일을 겪었던 감리교신학대학 재학생들도 지난달 18일 교내 채플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국 선언에 동참했다. 이들은 “감신대 교수 전원이 탄핵지지 선언을 했는데 재학생으로서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다 탄압과 핍박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면서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성경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 앞에서 자유와 법치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 선언에 동참하게 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목회자와 신학생, 그리고 원로목사에 이르기까지 기감 내부의 다양한 계층에서 잇따라 시국 선언이 나오는 배경은 현 정치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다. 감신대 교수 전원이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고 나선 상황에서 교단이 침묵하자 이것이 마치 기감 공동체 전체의 뜻으로 비칠까봐 개별적으로라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게 옳다는 판단을 한 거다.
하지만 교단 내 다양한 계층에서 탄핵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에 정작 기감 교단은 난처한 모습이다. 지난달 25일 감거협 회원들이 국회소통관에서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한 것에 대해 일부 방송과 언론에서 감리회가 교단적으로 시국 선언을 한 것처럼 보도하자 즉각 정정 보도를 요청한 것만 봐도 어느 정도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교단은 “해당 (시국선언) 기자회견은 본 교단의 일부 소속 목회자들이 개인 자격으로 진행한 것으로써 이들의 견해는 교단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런 분위기가 기감만이 아니다. 탄핵 정국에서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은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일절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한쪽 편을 들었다가 정치에 개입한다는 비난이 돌아올까 봐 몸을 사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교회 안에서 서로 다른 견해 간의 충돌로 발생할 분란을 차단하려는 포석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단들이 침묵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대한민국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가 무너지면 가장 먼저 교회에 타격이 오리란 건 명약관화하다. 특히 동성애, 차별금지법 등 성경의 가르침과 배치되는 정책에 반대하면서 그런 정책과 법률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된 세력의 준동에 입을 다물고 있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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