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쳐서 보습을, 보습을 쳐서 칼을”(사 2:4, 미 4:3, 요엘 3:9)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의 공의가 완전히 이루어지는 훗날, 열방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고 선포한다(사 2:4). 미가서도 동일한 내용을 반복한다(미 4:3). 그런데 전쟁을 연습하지 말라는 이 말씀에 자신들의 전 인생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기독교 평화주의자들, 특히 정통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낙인찍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양심적) 병역거부이다.
초기에는 입영 후 집총을 거부하다가 무거운 항명죄로 처벌되자 입영 자체를 거부한다. 병역법 제88조에 의하면 현역입영 통지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3일 이내에 입영하지 아니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법원은 입영거부자에게 일괄해서 법정형의 절반 수준인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는데 그 대부분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심한 경우 형제들이 함께 또는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병역거부로 처벌받는 사례까지도 있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여러 차례 위헌소송을 제기하였다. 종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구성이 바뀌자 2018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종래의 입장을 변경하였다. 대신 이들에게는 교도소 복무와 같은 대체복무가 허용된다.
그러면 성경은 어떤 경우에도 무기를 들지 말고 전쟁을 피하라고 하는가 ? 구약성경에는 수많은 전쟁이 등장한다. 가나안 정복전쟁을 비롯해서 다윗왕의 영토확장 전쟁, 이스라엘과 유다왕국의 멸망을 가져온 앗시리아, 바벨론 제국과의 전쟁 등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대적과 맞서 담대하라고 하시고(수 1:6) 때로는 대신 전쟁을 치루기도 하신다(출 14:14). 여호와의 증인들이 병역거부 근거로 내세우는 이사야서 본문은 하나님의 공의가 이 땅에 이루어지는 먼 훗날의 이상적인 평화시대에 맞는 것이지 불의한 세력이 침략을 일삼는 현실에 해당하는 말씀은 아니다.
특히 핵무기로 끊임없이 동족을 위협하는 호전적인 북한 정권에 맞서고 있는 안보적 위기 상황에서 국방의 의무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국가의 명령인 동시에 믿음을 지키기 위한 하나님의 명령이기도 하다. 오히려 ‘보습을 쳐서 칼을 만들라’는 요엘 선지자의 외침(욜 3:9)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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