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한 구국기도운동이 전국적으로 뜨겁게 불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연이은 탄핵사태로 빚어진 비상시국을 돌파하기 위해선 한국교회가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길밖에 없다는 신앙적 결단이 그 배경일 것이다.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는 오는 11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로에서 기도회의 출발을 알린다. 그로부터 한주 뒤인 18일부턴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전주 포항 등 전국 7개 도시로 확대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로 ▲인천 자유공원 ▲대전 대전역 ▲대구 동성로 ▲부산 서면로터리 ▲전주 풍남문광장 ▲포항 영일대광장에서 기도회가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이 기도회에 ‘세이브코리아’란 특별한 명칭이 붙은 건 미국의 저명한 동아시아 전문가 중 한사람인 고든 창 변호사가 SNS를 통해 ‘한국 국민들이여, 지금 나라를 구하시오’라는 메시지를 낸 데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인들에게 한국 크리스천들이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기도로 무장했음을 알리자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기도회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보다 하나님께 뜨겁게 기도하자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 기도하면 하나님이 비로소 일하실 것이란 믿음으로 오늘의 이 난국을 해쳐나가자는 신앙의 발로인 것이다.
이 기도회에 앞장 선 사람은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다. 손 목사는 코로나19 시기에 당국이 감염병 확산을 핑계로 예배를 금지하자 끝까지 항거하며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가 크리스천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웠던 목회자 중 한 사람이다.
부산에서 목회에 전념하던 그를 거리로 부른 게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동성애 커플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 허용 판결이다. 손 목사는 사법부가 법적 부부에게만 주는 자격을 동성애자에게까지 확대하는 걸 보면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이어 동성혼이 합법화될 것이란 절박한 위기감이 들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나라와 한국교회가 동시에 무너질 것이라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설득에 나선 끝에 지난해 100만명이 참가하는 ‘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를 성사시켰다.
사실 교회가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에 대해 섣불리 판단할 일은 아니다. 교계 인사 중엔 매주말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보수단체 수장도 있지만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조용히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교계 안에 상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긴박하게 돌아가는 나라와 사회의 상황은 한국교회에 더는 침묵하며 소극적인 자리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손 목사는 지난 3일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취지를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교회가 지금 기도해야 할 때”라고 잘라 말했다. 그 이유로 지금 대한민국이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제주의 국가 전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어 “(나라가 어지러운 시국에) 모두가 잠잠하다. 만약 여기서 교회마저도 아무 말하지 않고 있다면 우리가 이 책임을 져야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교회는 상상으로 여기던 일들이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어렵게 이룩한 자유 민주주의의 기반이 대통령의 한밤 비상계엄 선포로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국가적으로 불행한 사태가 초래된 모든 책임이 대통령 한 사람의 판단 착오에 있었다고 간단히 결론지을 수 있을까. 야당의 대통령 탄핵에 이어 권한 대행인 국무총리까지 탄핵하는 정치적 압박의 수위가 과연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정상적으로 회복하려는 순수한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할 순 없을 것이다. 지금의 국가적 혼란이 대통령에서 기인했다면 ‘연쇄 탄핵병’에 걸려 무려 29번이나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주도한 야당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말이다.
많은 국민이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질렀다며 탄핵소추를 발의하고 줄곧 대통령을 ‘내란수괴’로 부른 야당이 이제 와서 헌재 심리에 ‘내란죄’를 빼겠다고 하는데 아연 질색하고 있다. 이 또한 당 대표가 사법리스크의 굴레를 벗어나 조기 대선에 출마하는데 있어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의 해산 요구를 수용하며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종북 세력이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다”며 계엄 선포의 직접적인 배경을 밝혔다.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당시엔 구차한 변명처럼 들렸지만 그동안 국정 발목잡기에 ‘올인’하며 민노총 등 진보세력과 규합해 대통령 탄핵과 특검을 부르짖었던 배후에 종북 세력의 은밀하고도 치밀한 작용이 있었다는 정황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지난해 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 당시 많은 교계 인사들이 교회가 정치적 목적에 휘둘리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국이 이토록 어지러운데 왜 한국교회가 잠잠하고 있냐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지금은 우리가 기도해야 할 때”라는 명제 앞에 이견이 없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 다소 의견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는 절박한 시대적 상황에 처한 한국교회에 기도해야 한다는 대명제와 방법론까지 충족시킬 대안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와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위기에 처한 나라와 사회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데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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