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새날을 주신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 찬송을 드리며 독자 여러분 가정에 하나님이 주시는 소망과 평강이 넘치기기를 기도드린다.
새해를 맞아 한국교회 주요 연합기관들이 일제히 2025년 신년 메시지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에 촉발된 정치·사회적 혼란이 하루빨리 가라앉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한국교회가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는 화해의 메신저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피력했다.
한기총은 현 정치적 혼란에 대해 “극단적 선동 구호로 국민을 자극하고, 편을 갈라 오로지 흑백 논리로만 판단해 분열을 극대화 시키고 있는데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갈등을 봉합하고, 분열을 화해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한교총은 정치 사회적 혼란기에 교회가 정치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며 정교분리의 원칙을 견지한다”라고 하면서 “교회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평화와 화해의 길을 여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정치적 언행에 선을 그었다.
한교연은 국가 사회적 혼란에 대처하는 교회의 자세를 고안했다. “분열과 반목에 길들여진 한국교회의 지금 이 모습으로는 풍전등화에 처한 나라와 사회를 건져내기는커녕 함께 소용돌이에 휩쓸려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며 “위기에 처한 나라와 사회, 교회가 살려면 통회 자복하고 하나님 앞에 돌아오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과 권한대행인 국무총리까지 야당에 탄핵당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고 정치적 갈등과 반목의 골이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말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 화재 참사 충격이 더해지면서 국민 모두가 패닉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탄핵정국은 블랙홀처럼 모든 걸 빨아들이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순간 공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듯 했지만 헌법재판관 임명과 특검법을 거부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까지 탄핵하면서 야당이 다시 정치적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게 극심한 혼란과 갈등의 한 원인일 것이다.
이런 정치·사회적 혼란 상황은 새해가 됐어도 일시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성도들 중에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매일 매순간 기도하는데 눈물만 나오고 가슴 한구석이 꽉 막힌 듯 체증이 가시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온 매스컴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어 TV켜기조차 두렵다고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으로 권한대행의 대행이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마지막 날인 31일에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했다. 최 대행은 이에 대해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며 “여야 합의가 있는 두 후보자는 즉시 임명하고 나머지 한 명은 합의가 확인되는 대로 임명하겠다”고 했다.
이로써 지난 10월 이후 두 달 넘게 이어져 온 헌법 재판관 공석 사태는 일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정치적 혼란이 일시에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과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조기 대선 여부 등 더 큰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4일까지 항공기 참사 희생자와 유족을 위한 국가애도기간을 정했다. 이 기간 동안 청치권을 비롯해 탄핵찬반집회 등 일체의 정치적 언동을 삼가고 무엇보다 국민적 아픔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으나 그 이후부터가 문제다.
이 시국에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잠잠히 기도에 전념할 것인가 아니면 거리곳곳에서 벌어지는 탄핵찬반집회에 나가 정치적 소신에 따른 목소리를 높일 것인가. 그건 오롯이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고 본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됐을 때도 서울 도심에선 매일 밤낮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이 참가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구가했다. 지금 그때와 거의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주장이 극과 극으로 갈리고 상대에 대한 공격 성향이 두드러지는 점은 9년 전과 판박이다. 다만 그때의 경험이 지금 일종의 학습효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쏠림 현상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침묵하는 다수를 망각하고 눈에 보이는 현상만 쫒으면 여론의 왜곡 현상에 지배당하게 된다. 주위의 목소리가 클수록 정확한 판단보다 모종의 압력이 지배하는 공간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목소리의 강도에 따라 좌우로 흔들려선 안 될 것이다. 정치 집회 참가자들이 든 피켓과 숫자에 신경쓰다보면 이들보다 훨씬 많은 침묵하는 다수를 잊게 된다.
교계가 2025년 신년사에서 혼란한 시국에 정치적 중립과 사회적 책임에 따른 중보와 기도를 요청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내가 뭇 나라 중에서 높임을 받으리라. 만군의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니 야곱의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시편 46:10-11)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는 2025년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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