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전통적인 신학은 하나님의 내재성과 초월성 가운데 초월성을 많이 강조해왔다. 즉 신과 인간은 전적으로 다른 존재이며 신은 초월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는 절대로 극복될 수 없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심지어 계시를 통해서도 극복될 수 없는 것이라는 견해를 지녀왔다. 이에 반해 에큐메니칼 선교가 강조하는 하나님은 또한 약자와 함께 하는 하나님 그리고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친히 고통을 당하신 하나님의 경향이 강하다. 이 하나님은 초월적인 분이시기 보다는 세상의 삶과 고난에 구체적으로 동참하시는 하나님이시다.

그렇다면 초월적인 하나님 그리고 전능한 하나님 대신 낮은 자와 자신을 동일시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고통을 스스로 자초하시는 하나님을 강조할 때 선교는 어떠한 방향으로 흐르게 될까? 아마도 교회의 선교는 약자들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 이해를 따라서 약자들에게 열린 선교, 약자들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쓰는 선교, 세상의 고통과 멀리 떨어져서 자신들의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문제 해결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선교를 수행하는데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몰트만은 “무슨 목적으로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고난을 친히 감당했는가?”라고 물은 후 두 가지 이유를 설명하였다. 즉 “첫째로는, 우리가 고통당할 때 우리 곁에 있기 위하여, 그리고 우리가 괴로워할 때 우리와 함께 있기 위하여, 이것은 우리와 함께 하는 하나님의 연대(聯帶)이다. 둘째로는, 우리가 죄를 지을 때 우리를 위해 존재하기 위하여, 우리에게서 죄짐을 벗기기 위하여, 이것은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대리(代理)이다.” 몰트만이 잘 설명한 것처럼 고난받는 하나님을 강조할 경우 교회는 고통받는 자들과 하나 되는 교회가 되기 쉽고, 교회의 선교는 고난받는 하나님을 전하면서 위로와 힘을 주는 선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장점을 지닌 반면 낮아지는 하나님을 강조하는 것은 또한 동시에 상당한 한계점도 지닌다. 몰트만은 전통적인 신학이 ‘고난 받는 하나님 개념’을 거부해왔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한 이유를 “(1)하나님은 그의 본질적인 고난 불가능성으로 인하여, 무상함과 죽음만이 아니라 고난도 벗어날 수 없는 인간, 신이 아닌 사물들과 구분된다. (2) 하나님이 인간을 그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시킴으로써 구원한다면, 이 구원은 인간을 불멸성, 불후성으로 인도하며, 그래서 또한 고난불가능성으로 인도한다.”라고 두 가지로 설명한다. 몰트만의 이 말을 바꿔 말하면, 낮아지면서 고난받는 신을 강조할 경우, 하나님의 초월성이 약화되어 하나님은 인간들과 별 차이가 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아지며, 하나님이 인간을 불멸성으로 인도할 능력이 약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 또한 높아질 수 있다.

하나님이 약자들과 함께하면서 약자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하여 그들의 고난에 동참했는데, 여전히 그 고통의 상황이 끝나지 않는다면 그 신은 무능한 신이라고 여겨질 가능성은 없을까? 인간들이 종교를 갖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절대적인 신의 존재에 의지함으로 말미암아 자신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이생과 내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비롯되는데, 스스로 고난을 받으면서도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신이라면 그런 신을 믿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즉 고난받는 신을 전하는 선교는 아마도 사람들을 교회로 인도하는 데는 실패하는 선교가 될 수 있고, 그러한 선교는 종국적으로 교회의 약화와 더 나아가서 교회들의 연합인 세계교회협의회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계속)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현대선교신학
현대선교신학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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