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종식과 함께 반군이 이끄는 과도 정부가 들어선 시리아에서 대형 성탄 트리가 방화로 소실되며 기독교인들의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고 AF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건은 기독교인 다수가 거주하는 시리아 중부 수카일라비야의 중앙 광장에서 벌어졌다. 복면을 쓴 괴한들이 성탄 트리에 불을 지르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24일 오전, 다마스쿠스에서는 수백 명의 기독교인 시위대가 십자가와 시리아 국기를 들고 행진하며 "우리는 기독교인들의 권리를 요구한다"고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한 사람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기독교인을 향한 불의에 맞서 항의하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우리나라에서 기독교 신앙을 지키지 못한다면 더 이상 여기에 속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트리에 불을 지른 이들이 이슬람 성전주의자 단체인 안사르 알 타위드 소속 외국인들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새 정권 수립을 주도하는 반군 조직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종교 지도자는 성탄 트리를 태운 이들이 "시리아인이 아니다"라며 처벌을 약속했다. 그는 "성탄 트리는 내일 오전까지 복원돼 다시 불을 밝힐 것"이라고 선언하며 기독교인 주민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HTS의 수장 아메드 알샤라(옛 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최근 "시리아에서 어떤 종파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종교 간 화합을 도모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번 사건은 종교 간 긴장과 불안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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