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예수의 인간성: 하나님의 인간 연대성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가 땀이 핏방울이 되도록 간절히 기도하셨다는 것은 나사렛 예수의 인간성, 즉 그의 역사적 사실성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장면이다. 예수는 영지주의가 말하는 바 고난에 대하여 초연하고 무감각한 초연한 태도를 가지지 아니하였다. 예수는 다가오는 자신의 십자가 죽음에 대하여 준비하고 깨어 있으라고 특히 세 제자들을 향하여 요구하셨다. 그리고 예수는 이들에게 격려하시기를 자기 곁에서 기도하면서 이 시련의 순간을 이겨내라고 하신다. 예수의 기도는 간절하여 땀이 핏방울처럼 되었다. 예수는 그의 모든 진액(津液)을 다 바쳐 기도했다. 이것은 인간 육신을 입으신 예수의 인간성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영지주의는 영지(gnosis)만 중요시하고, 육신을 중요시 하지 않았다. 영지주의자들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힐 때 그리스도는 하늘로 올라갔다고 주장한다. 영(靈)인 그리스도는 저급한 육신의 고통을 맞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지주의자들은 육신과 영의 이원론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역사적 예수는 바로 그의 육신 속에서 죄의 시험을 받으셨고, 그의 육신으로 고통을 받으셨던 것이다.
우리는 고뇌 속에서 성부에게 기도하는 예수의 인간성 속에서 그의 아들 안에서 인간과 더불어 고난과 고통의 현장 가운데 함께 하시는 성부 하나님의 인간 연대성(Father God’s solidarity mit the humans)을 찾아 볼 수 있다. 하나님은 인간을 구원하시되 도깨비의 마술 방망이처럼 일순간 “뚝딱”하여 인간을 구원하시지 않으시고 죄 지은 인간의 처지에 오셔서 머무시면서 인간의 연약성과 비참성을 경험하시는 분이시다. 그리고 땀이 핏방울이 되도록 진액을 다바쳐 기도하시는 아들 안에서 자신을 인간과 동일시 하신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이요 하나님의 인간성이시다. 이런 하나님은 인간에 대한 연대와 사랑으로 인해 우리를 감동시키시고, 자발적으로 그에 대한 사랑과 순교의 열정으로 몰아가게 하시는 너무나 인간적인 하나님이시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인간성(the humanity of God, die Menschlichkeit Gottes)이다. 예수의 인간성 속에서 숨어 있는 하나님의 인간 연대성(human solidarity)이다. 하나님의 인간성이란 하나님이 인간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의 형상으로 지으신 인간을 사랑하시는 신성한 인간애(人間愛)를 말한다.
V. 육신이 연약한 제자들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예수의 이러한 태도는 제자들의 태도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예수는 첫째 기도를 마치시고 제자들에게 오셔서 그 자는 것을 보시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나와 함께 한 시간도 이렇게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願)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마 26:40-41). 제자들은 구속사의 결정적인 시각(kairos)을 알지 못했다. 제자들은 단지 자기들의 선생에게 다가오는 위험성을 감지했으나 이러한 사건 계기들의 연속이 인류의 구속이라는 역사의 결정적 시각 속에서 진행된다는 각성을 하지는 못했다. 제자들은 마음으로는 기도하기를 원했으나 육신이 피곤함으로 잠들었던 것이다. 두 번째 기도를 마치시고 제자들에게 다시 오셔서 보신즉 “그들이 자니 이는 그들의 눈이 피곤함일러라”(마 26:43).
제자들은 인류의 대속이 걸려 있는 이 밤이 중대한 시간, 구속사의 중대한 시간인 줄을 알지 못하고 육신이 약하여 잠들어 있었다. 이것이 제자들의 한계였고, 영적 어두움이었다. 그러므로 복음서 저자 요한은 다음같이 기록하고 있다: “빛이 어두움에 비취되 어두움이 깨닫지 못하더라”(요 1:5). 제자들은 이 어두움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결정적인 시각에 처한 것을 알지 못한 채 이 어두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제자들은 빛이신 예수와 어두움인 세상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제자들의 육신이 약한 것은 신체적인 피곤함을 넘어서 아직도 영적인 빛에 완전히 장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육신을 가진 인간의 한계다. (계속).
김영한(기독교학술원장, 샬롬나비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명예교수)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