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이다. 한국교회를 비롯해 전 세계 교회가 교회력에 따라 지키는 이 절기는 올해는 12월 1일 시작돼 성탄절 전 4주간 이어지게 된다.

성탄절을 예비하는 대림절이 언제부터 지켜지게 됐는지 정확한 연도를 알 수는 없으나 공식적인 전례에 포함된 건 주후 567년 투르 공의회 때부터다. 하지만 언제부터 시작됐는가보다 부활절을 앞두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깊이 묵상하는 사순절을 지키듯 대림절은 이 세상에 구원자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라는 은혜를 깊이 묵상하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절기에 그리스도인들이 꼭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성탄트리 장식이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성탄절 전야에 숲속을 산책하던 중 전나무 숲 사이에 쏟아지는 달빛에 영감을 얻어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성탄트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을 온 세상에 알리고 축하하는 일종의 상징물이다.

대림절을 전후해 한국교회가 예배당과 전국 각 시도 주요 시설에 설치하는 성탄트리도 이와 같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성탄트리는 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로운 해가 오는 감회에 젖게 하지만 진정한 뜻은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샬롬(평화)을 온 세상에 가득 채우는 데 있는 것이다.

지난달 18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대형 트리에 불을 밝히는 점등식이 있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며 ‘2024 대한민국 성탄축제’의 시작을 알린 점등식에는 예장 통합 총회장 김영걸 목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 성탄트리는 내년 1월 1일까지 서울의 어둠을 밝히며 상업적으로 변해가는 성탄절의 의미를 일깨우게 될 것이다.

올해 기독교 기관과 교단이 밀집한 서울 종로5가의 가로수엔 트리니팅(tree knitting), 즉 성탄 뜨개옷으로 치장됐다. ‘트리니팅’이란 겨울철 추위로부터 가로수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에 뜨개옷을 감싸는 것으로 성탄의 의미를 담은 뜨개옷을 제작해 가로수 60여 그루에 입힘으로써 일반 시민들에게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을 전하고, 겨울 추위로부터 나무도 보호하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대림절을 알리는 이런 상징물들은 성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성탄절이 상업적인 유흥문화로 변질되면서 주인공인 예수 그리스도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화려한 물질 만능주의가 차지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바른 성탄절 문화를 확산하는 노력이 비록 미미해 보일지라고 큰 울림으로 돌아올 날이 있을 것이다.

사실 대림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사랑과 희생을 기억하고 이를 실천하는 절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섬김과 나눔을 통해 희망의 빛을 전하는 건 광장에서 세워지는 성탄트리 이상의 가치가 있다.

과거에 한국교회는 해마다 이맘때 애기봉 등 전방 지역에 대형 성탄트리를 세우고 불을 밝혔었다. 전방 부대에 세워진 성탄트리가 자유를 갈망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런데 지난 2010년을 끝으로 전방 부대 관내 성탄트리에 불이 켜졌다는 소식이 더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북한을 자극해 도발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군 당국의 판단 때문이다.

1971년에 설치된 애기봉 성탄트리는 높이가 30m에 이르고 북한과의 거리는 3㎞에 불과해 그 불빛이 개성시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북한은 애기봉 성탄트리 점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사실 그 이듬해인 2011년에도 애기봉 등 4곳에 성탄트리 점등식이 예정돼 있었으나 갑자기 북한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급변하는 정세 불안을 이유로 모두 취소되고 말았다.

매년 서울 도심 한복판과 각 주요 도시에 세워진 성탄트리에 불을 들어오는 건 대한민국이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북한은 헌법에 ‘종교의 자유’를 규정하고도 기독교를 ‘아편’이라며 금기하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억압하고 있어 북한 주민에겐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런 북한의 현실을 생각할 때 전방 지역에 불을 밝히는 성탄트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근무하던 북한 군인이 그 불빛을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는 증언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대북방송을 재개한 마당에 전방고지 성탄트리에 불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아기 예수님은 세상에 오셔서 분쟁과 갈등을 용서와 화해로 바꾸셨다. 그런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절기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주님은 세상에 오셔서 평화를 선포하시고 스스로 화목제물이 되셨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깊은 어둠과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런 대림절에 한국교회 성도들이 소외된 이웃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만 지금 휴전선 철책 너머에 자유를 갈망하는 이웃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을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어서 속히 전방 지역에도 성탄트리 불이 환하게 켜져서 북녘땅에도 주님의 ‘샬롬’이 널리 선포되기를 바라며, 성탄 트리 불빛을 본 북한 주민들이 자유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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