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를 이슬람 민병대가 점령한 후 현지 기독교인들이 ‘심각한 위험’에 직면했다고 지역 교회 지도자들이 말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하디스트 집단을 포함한 민병대는 정부군이 철수한 후 통제권을 장악했으며 모든 크리스마스 장식을 철거하고 있다.
교황청 기관지 ‘피데스’(Agenzia Fides)에 따르면, 알레포의 마론파 대주교인 조셉 토브지는 무장 집단이 기습 공격을 한 후 ‘불확실한 상태’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토브지 대주교는 “이 곳에서의 삶이 다시 시작됐다. 상황은 평온했지만, 이제 모든 것이 닫혔다”고 말했다.
상점과 빵집은 영업을 중단했고, 시민들은 공격 전 경고가 없었기 때문에 물품을 비축하지 않았다고 한다. 토브지 주교는 “아무도 우리에게 경고하지 않았다”라며 “현재 기독교인을 표적으로 삼은 공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민병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레포를 점령한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카네이트 워드(Incarnate Word) 연구소의 휴고 알라니즈 신부에 따르면, 알레포의 대부분 지역이 현재 이슬람 민병대의 통제 하에 있으며, 종교 지도자들이 본당을 방문하여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휴고 신부는 피데스에 “교회가 계속 열려 있지만 학생과 노인을 포함한 많은 주민들이 안전을 위해 도시의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이라크 기독교 재단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장 세력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철거하고 포로로 잡힌 군인의 목을 베었다고 알렸다. 이 단체는 또한 알레포의 기독교인과 다른 소수 민족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스위스에 소재한 인권 단체인 국제기독연대(CSI)는 성명을 통해 앞서 자브하트 알누스라(Jabhat al-Nusra)로 알려졌던 이슬람 무장단체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ayat Tahrir al-Sham, 이하 HTS)이 알레포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2014년 이슬람 국가(IS)가 모술을 점령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HTS는 과거 폭력적인 박해와 함께 엄격한 수니파 우월주의 이념을 강요한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기독교도, 알라위파, 시아파, 비종교적 수니파를 포함한 알레포의 다양한 종교 공동체에 두려움을 심어주었다고 CP는 전했다.
유엔 시리아 조사 위원회는 HTS의 잔혹한 통치를 기록했는데, 처형, 고문, 성폭력, 자의적 구금, 종교 유적지 모독이 특징이다. 이같은 행동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통치 기간 동안 경험했던 가혹한 통치를 연상시킨다.
CSI의 국제 회장인 존 아이브너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특별 대표인 제임스 제프리 대사는 2021년 HTS가 테러 조직으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중동 정책의 ‘자산’으로 비밀리에 기능해 왔다는 것을 인정했다”라고 말했다.
대선 직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박해받는 기독교인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브너 회장은 “대통령 당선인은 이제 공약을 이행할 황금같은 기회를 얻었다”라며 “종교 자유와 기타 기본적 인권을 중시하는 기독교인과 다른 사람들은 이 선거 전 공약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에 소재한 시리아 인권 감시단(Syrian Observatory for Human Rights)은 최근 공세가 시작된 이후 최소 20명의 민간인을 포함한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이슬람 무장 단체 HTS와 동맹 세력이 이끄는 반군은 알레포 공항과 인근 수십 개의 마을을 장악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HTS는 시리아에서 상당한 규모의 무장 세력이며, 이들이 주도하는 공세는 2020년 휴전 협정이 체결된 이래 시리아 내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갈등으로 기록됐다.
시리아군에 따르면 알레포에 대한 공격은 다각적으로 진행됐으며, 100km가 넘는 전선을 덮었다. 시리아군은 수많은 군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으며, 반군이 현재 도시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정부군은 반격을 계획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제공하지 않았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은 알레포에서 공습을 실시했으며, 이는 2016년 시리아 정부군이 알레포를 탈환하도록 도운 이후 러시아가 이 도시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첫 사례라고 한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실에 따르면 “반군 진지를 겨냥한 공습은 (시리아의) 안정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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