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라호르에 사는 가톨릭 신자 마시 자베드씨의 딸인 사나 자베드 씨를 지난주 5개월간 실종되었다가 구출하며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DI는 사나가 실종 기간 동안 강제로 이슬람교로 개종되고, 무슬림 남성과 결혼을 강요받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사나는 마시 씨의 일곱 자녀 중 막내로, 지난 6월 9일 집 근처 상점에 간 뒤 실종되었다. 그녀의 실종은 가족의 긴박한 수색과 끊임없는 기도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마시 씨는 사나가 실종되기 직전 무슬림 여성 하프사(가명)와 WhatsApp에서 친구가 되었으며, 하프사가 사나를 감정적으로 조종해 가족 몰래 만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하프사는 사나에게 키베르 파크툰크와 주의 데라 이스마일 칸으로 가는 버스를 타도록 지시했고, 이후 발루치스탄 주의 외딴 마을로 가도록 했다. 그곳에서 사나는 강제로 이슬람교 개종을 위한 선언문(칼리마)을 낭독하고, 폭력 위협 속에서 나이 많은 무슬림 남성과 결혼을 강요받았다. 이 남성은 하프사의 외삼촌으로 밝혀졌다.
당국과의 갈등
CDI는 마시 씨가 딸이 실종된 지 3일 만에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신고서를 분실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새로운 신고서를 접수한 뒤에도 경찰은 사나를 찾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가족은 지역 기독교 공동체의 기도와 도움에 의존해야 했다.
CDI는 지난 10월 중순 발루치스탄 주의 기독교 교사 와심 씨로부터 사나의 위치를 알리는 전화가 오면서 상황이 급진전되었다고 밝혔다. 현지 무슬림 정치인도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고, 구출 작업을 돕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구출 작전
CDI는 기독교 법률 지원 단체인 CTS(Christians’ True Spirit)의 도움을 받아 마시 씨와 법률 팀이 발루치스탄의 마을로 이동해 사나를 구출했다고 밝혔다. 구출 팀은 적대적인 반응을 받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현지 무슬림 정치인의 개입 덕분에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사나의 강제 결혼 상대는 이혼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강요받았다.
마시 씨는 딸의 구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는 “발루치스탄 정치 지도자와 와심 교사 덕분에 사나를 구출하고, 방문 팀의 안전까지 보장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의 위험성에 경고
CDI는 사나가 자신의 끔찍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소셜 미디어에서 타인과의 교류에 주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저는 강제로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결혼 증명서에 서명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위협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감금 중에도 저는 교회에서 암송했던 찬송가와 성경 구절에서 위안을 찾았다”며 “우울증에 빠질 때도 많았지만, 시편과 성경 구절을 암송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의 우려
CDI는 유엔 인권위원회가 최근 파키스탄에서 소수 종교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납치, 강제 개종, 강제 결혼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폭력 위협 속에서 이슬람교로 강제 개종되고, 성폭행, 인신매매, 성별 기반 폭력 등 여러 형태의 학대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파키스탄 정부에 강제 개종 및 결혼을 근절하기 위한 법적 체계와 집행 메커니즘을 강화하고, 피해자들이 적절한 쉼터, 법률 지원, 심리 상담, 재활 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파키스탄은 오픈도어스(Open Doors)가 발표한 2024년 세계 기독교 박해지수(World Watch List)에서 기독교인이 살기 가장 어려운 국가 7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와 동일한 순위로, 파키스탄 내 종교적 소수자들이 직면한 심각한 도전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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