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욱 목사
한재욱 목사 ©노형구 기자

제자훈련 목회자 네트워크(CAL-NET, 이사장 오정호 목사, 전국대표 이권희 목사)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숭인교회(담임 김요한 목사)에서 ‘제자훈련과 설교를 위한 인문학’을 주제로 2024 서울지역 CAL-NET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인문학을 하나님께’ 시리즈(규장)의 저자인 한재욱 목사(강남비전교회)가 ‘제자훈련과 설교를 위한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한 목사는 “목회자가 성도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목회자 존재의 뿌리가 하늘에 닿아 충만한 기쁨을 공급받고 성도들에게 흘려보내는 일”이라며 “목회자는 하늘의 양식을 땅의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데, 여기서 효과적인 방법은 공감의 언어”라고 했다.

그는 “말씀과 기도에 전념해 뽑아낸 설교라도 그 언어가 성도들에게 공감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며 “성도들의 공감대에 가닿는 설교를 위한 최적의 도구는 바로 인문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여인들에겐 누룩·잃어버린 은전, 목축업자들에겐 양, 노동자들에겐 포도원 품꾼, 어부들에겐 그물, 농부들에겐 씨뿌리는 자로 비유해서 설교하셨다”며 “이처럼 속담, 잠언, 격언, 금언, 의문법, 반복법, 음성학적 강조법 등 모든 수사법을 동원해 설교하신 예수님의 설교는 인문학을 도구로 사용하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문학의 특징이 다양한 인물 군상의 삶을 제공하면서 공감 능력을 키워주고, 내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은 탁월한 설교를 위한 훌륭한 도구”라고 했다.

한 목사는 “또한 인문학은 인생의 부조리를 성경적 진리로 풀어내는 설교를 위한 좋은 도구”라며 “보통 우리 설교와 신앙의 90% 이상이 신명기 공식에 기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순종을 잘하면 축복을 받고, 불순종하면 저주를 받는다는 신명기 공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의 부조리가 성도들의 삶에도 존재한다. 가령 순종을 잘하는 신자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이, 한편으로 악을 행하는 신자가 잘 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는 “박완서 작가는 ‘한 말씀만 하소서’에서 남편과 자식을 잃은 슬픔에 하나님께 울부짖은 얘기를 기록했다”며 “이러한 삶의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소설과 인문학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공감하는 설교를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 목사는 “조지 헌터 애즈버리 신학교 복음 전도학 교수는 ‘30년 전에 한 사람이 그리스도를 영접하려면 5번 이상의 의미 있는 만남이 필요했다. 오늘날에는 보통 12번에서 20번 정도의 넛지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여기서 넛지는 복음을 받아들이기 전의 잽과 같은 역할이다. 이러한 잽과 같은 역할은 인문학을 토대로 다른이의 삶의 부조리함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목사는 “이처럼 독서를 통해 사람과 삶을 잘 이해해야, 불신자들을 향한 설교의 파급력이 증강한다”며 “그러나 성경이 공감의 언어인데도 우리는 이 성경을 직설적으로 전하려 한다”고 했다.

한재욱 목사는 “사람들이 복음에 반응이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성경 말씀을 공감이 아닌 직설의 언어로 전달해서일 것”이라며 “반대로 우리가 공감의 언어로 복음을 전한다면 사람들이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파리 노트르담 성당 앞에 눈이 먼 거지의 일화가 있다. 어느 날 거지는 ‘저는 맹인입니다. 도와주십시오’라는 팻말로 구걸했다. 동전을 던져주는 행인은 없었다”며 “그러자 프랑스 시인 로제 까이유가 이 광경을 보더니 팻말에 적힌 문장을 바꿔서 줬다. ‘봄이 왔건만, 저는 봄을 보지 못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주기 시작했다”고 했다.

한 목사는 “봄을 만끽하는 행인들은 정작 봄을 누리지 못하는 거지의 아픔에 공감이 되면서 돈을 던져준 것”이라며 “공감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귀를 기울이도록 하는 데 큰 힘”이라고 했다.

한재욱 목사 목회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목회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노형구 기자

그러나 “인문학의 본질이자 한계는 삶의 본질에 가닿으려는 노력을 담아낼 뿐, 답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단편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킬리만자로 해방 5,895미터의 눈 덮인 산.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 한다.(중략) 그 서쪽 봉우리 근처에는 말라 얼어붙은 표범이 시체 하나가 나둥그러져 있다. 그 표범이 그 높은 곳에서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라고 썼다”고 했다.

한 목사는 “헤밍웨이는 이 소설에서 별과 달에 가닿고 싶어 위험을 감수하고 산 정상에 오른 표범을 통해 이상향을 꿈꾸지만 좌절하는 인간 본성을 담았다”며 “하지만 성경은 창세기 1장 1절에서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사...’라고 선언하면서, 인문학이 답하지 못하는 정답을 말한다. 바로 사람의 기원과 이상향은 하나님인 것”이라고 했다.

특히 “에베소서 2장 10절에서 ‘그가 만드신 바’라는 구절은 헬라어 ‘포이에마’로 ‘시’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인간은 ‘하나님의 걸작품의 시’라는 것”이라며 “인문학을 통해 인간 실존을 이해하고 타인의 삶에 공감하되, ‘우리는 하나님이 지으신 작품’이라는 성경의 해답을 말한다면, 사람들은 복음을 더 쉽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김대조 목사(주님기쁨의교회 담임)가 ‘인문학과 제자훈련, 설교의 균형-옥한흠 목사의 설교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칼넷은 1999년 1월에 열렸던 ‘제1회 제자훈련 지도자 컨벤션’에서 옥한흠 목사를 중심으로 결성된 제자훈련 지도자들의 전국 네트워크다. 故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 철학에 동의하고 한 사람 철학으로 목회하는 칼 세미나 수료자들의 네트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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