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1세대이자 부부화가인 천병근·한진수 화백의 전용미술관 '아트리에 하원·석정'이 개관 1주년을 맞아 다수의 미공개작을 공개했다.
미술관은 개관 1주년을 기념하여 두 화백의 청년기에 해당하는 1940년대 말부터 1950년대 작품으로 구성,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천병근 화백의 1954년 <자화상>을 비롯해, 그의 대표작 <자애>, <귀향>, <운명>을 선보인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을 기념하며 선보이는 것이다. 또한 한진수의 작품은 1956년 <자화상>을 비롯해 학장시절 작품 등 미공개작 5점과 국전 수상작 <동심>(1957) 등 1950년대 대표작들을 선보인다. 이는 12월까지 진행된다.
1층에는 천병근 화백의 유화 작품과 드로잉, 아카이브룸에는 천병근, 한진수 화백의 실제사진 및 자료 등이 있다. 2층에는 한진수 화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인천 강화에 위치한 '아트리에 하원·석정'은 두 작가의 정신과 예술 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지난해 강화도 연리에 개관했다. '하원·석정'은 천병근, 한진수 화백의 호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천병근(1928-1987)은 '신비적 상징주의 화가'로 불린다. 1950년대부터 구상과 추상이 섞인 독자적 초현실주의 작품을 발표한 작가로 평가 받는다. '빛나는(昞)' '무궁화(槿)'라는 이름처럼 부친에게서 민족애와 독실한 신앙을 물려받았다. 그의 아버지 천세광(1904~1964)은 일제 강점기에 조국 광복과 재건에 힘쓰고 한국 교회 개척에 주력한 성결교회 목사였다.
천병근은 기독미술 토착화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비슷한 시대를 활동했던 김환기는 1955년 천병근 작품평에서 "그의 예술은 향토적인 냄새가 강렬하다. 이 향토적인 것-우리가 세계 미술에 들고나갈 것은 이것"이라 쓰기도 했다.
천병근의 아내 한진수(1927~)는 이화여대 미술대학 1회 졸업생으로, 서양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49년 제1회 동문전 녹미회전을 시작으로 한국여류화가전,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 등을 통해 작품활동을 해오며 다수의 국전 입상(1953~1968) 했고, 모교 서양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미술교육계의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아 국민훈장 모란장(1992)을 수여 받았다.
지난 7월에는 한진수 화백의 97세 생일에 맞춰 미술관 개관기념 도록 출간기념회를 갖기도 했다.
서성록 교수(안동대)는 "천병근은 불모지였던 1950년대 한국 화단에서 기독교 시각예술 발전을 위해 힘썼던 선구적 화가였다"며, "해외 선교사들을 통해 들어온 기독교가 문화적·정서적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익숙한 민속적인 모티브를 배치했다. 작품 <자애>가 예수에게 입 맞추는 마리아를 표현한 것이라면, <월광>은 부엉이와 호랑이, 두 마리의 사슴 사이로 한복을 입은 여인이 성경책을 읽고 있는 구도로 되어 있다"고 평했다.
남인숙 미술평론가는 "향토적 냄새로 표현한 우리 것의 표현에서 천병근은 종교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회화적 실험을 하며 그 내용을 전달하고, 조응과 반향이라는 실험을 이어가며 색면의 구성을 통해 리드미컬한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면서, "그의 독자적인 화풍은 한국의 미술사 맥락에서 정위되어야 한다"고 평했다.
한편 이 전시는 올해 말까지 전시된다. 내년에는 1960,70년대 작품 위주로 새롭게 전시할 예정이다.
천병근 화백의 친딸이자 미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천동옥 작가(전 아트미션 회장)는 "천병근, 한진수의 미술관 개관이 어느새 1주년을 맞아 감사하다"며, "한적한 강화에서 펼쳐지는 두 화백의 작품 전시를 통해 많은 감동과 영감을 얻어 가시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작품 관람은 토,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이며, 평일은 예약관람만 가능하다. 무료관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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